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3일 물러난다.
 2006년 대표직을 맡은지 2년 만이다.그냥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다.

 그는 국회의원이 아니다.당장 선거도 없으니 활동공간도 마땅치 않다.사실상 정치권에서 당분간 떠나게 되는 셈이다.
 그는 일부 측근들과 만나 “나는 PGA로 간다”는 농을 건넸다고 한다.

 PGA는 미국 프로골프 협회를 의미하는데 강 대표가 얘기하는 PGA는 ‘평일 골프 협회’라고 한다.이제 여당 대표로서의 부담을 훌훌 털고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표직을 떠나면 당분간 완전히 잊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서부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말을 타고 석양을 보며 떠나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며 “나도 석양을 보고 떠나는 심정으로 그렇게 떠나겠다”고 말했다.

 난제를 해결하고 홀연히 떠나는 서부 영화의 ‘보안관’에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적어도 한동안은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살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어쩌면 실제 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20년을 쉼없이 뛰어왔다.경북 출신(의성)으로 서울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검사생활을 시작했다.

 검사시절 5,6공 정권 실세였던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에게 발탁돼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게 정치권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13대에 민정당 후보로 당선된 뒤 내리 5선을 했다.

 당 기조실장과 대변인,원내총무,대구시지부장,국회 법사위원장,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부총재,최고위원을 거쳐 당 대표에 오르기까지 직함은 셀수조차 없다.

 97년 대선때는 선대위의 중책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지난해 당 대선후보 경선때는 경선룰을 둘러싼 이명박 박근혜 두 캠프의 정면 대결로 경선자체가 좌초위기에 빠지자 대표 사퇴라는 배수진을 쳐 난국을 타개하는 정치력을 보였다.

 지난 4월 총선때는 당이 공천잡음으로 내홍에 휩쌓이자 총선 출마포기라는 극단적인 카드로 불을 껐다.

 당의 간판으로 지난해 대선과 올 총선을 모두 승리로 이끈만큼 그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이명박 대통령이 고별오찬서 격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그의 퇴장을 말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다.

 재충전 기간 정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그는 48년생으로 올해 나이 60으로 정치인으론 한창 나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은 “떠난다고 하지만 갈 데도 없고 곧 돌아올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본인도 “인생은 당분간 조용히 살지,아니면 영원히 조용히 살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대표로선 마지막인 1일 의원총회에서 그는 “인생은 짧고 종합예술인 정치는 길다”면서 “저는 만기 제대한다.떳떳하게 국방의 의무를 마친 기분으로 집에 간다.얼마든지 불러달라”며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강 대표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1,2년 뒤 총리로 복귀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실제 강 대표 주변에서는 총리카드를 가장 현실성있게 그리는 분위기다.

 대선국면에서 킹을 꿈꾸거나 다시 킹메이커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정치는 생물이라 그의 향후 정치운명을 점치기는 쉽지않다.지금과 같은 안개정국에선 더더욱 그렇다.
 

트랙백 주소 : http://blog.hankyung.com/tb.php?blogid=leejc123&id=106975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