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6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지난 1월 취임한 지 6개월만이다. 

 금배지가 없는만큼 현실정치에서 활동공간은 크게 제약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기약없는 '세월낚기'게임에 들어가는지도 모른다.

 낮은 국민 지지율속에 표류하고 있는 당을 남긴채 떠나는 만큼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끈 뒤 떠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처지가 다르지만 '강태공'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손 대표에게 지난 1년은 그전 정치인생 12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잊을수만 있다면 잊고 싶은 기간일 지도 모른다.그만큼 지난 1년은 그에게 힘든 시기였다.

 지난해 금배지와 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 등 그의 정치이력의 전부를 안겨줬던 한나라당을 떠나는 자체가 그에겐 큰 고민거리였다.

십수년을 쌓아온 기득권을 포기하고 뿌리가 젼혀 없는 광야로 떠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언론을 피해 산사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자기를 키워준 정당을 등졌다.그것도 등에 비수를 꽃는 험담을 한사발이나 쏟아부으면서... 

 이유는 간단했다.대통령이 되고싶어서였다.죄라면 대통령병이 죄다.

 한나라당에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유력 대선주자가 있는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는만큼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이 '도토리 키재기' 경쟁을 하던 여권으로 향한 것이다.

 정동영 후보 등 여권의 후보들보다 자신의 지지율이 높았던 만큼 여권의 주자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건 그의 생각일뿐 여권의 분위기는 간단치 않았다.처음부터 뒤틀리기 시작했다.조건이 맞지않아 몇달을 겉돌았다.한나라당은 물론 '보따리 장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격까지 받아야 했다.

 어렵사리 여권에 합류해 경선에 임했으나 결국 후보경선에서 지지율 우위를 지키지 못한채 정동영 후보에게 후보자리를 내줬다.

 여권 지지자들이 손학규를 대안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어차피 정권재창출이 어려운 만큼 정통성있는 후보를 밀어주자는 심리가 작용했던 것 같다.

 손 대표는 대선주연을 꿈꾸며 한나라당을 떠나 여권으로 갔지만 대선국면에서 조연이긴 마찬가지였다.

 대선참패후 민주당 대표가 됐지만 당내 사정은 녹녹치 않았다.한미 FTA 등 각종 정책과 노선을 놓고 개혁파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출신에서 나오는 보수적 색깔에 노골적인 반감이 표출됐다.정체성 시비에 휘말렸다.지도력이 흔들렸다.

 설상가상으로 재기를 노렸던 4월 총선에서 뜻밖의 고배를 마셨다.종로에서 출마해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석패했다.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실패한 것이다.좌절의 연속이었다.

 "차라리 한나라당에 남아있었으면 총리는 했을 것"이라는 비아냥도 이어진다.

 손 대표의 4일 이임 기자회견에는 여러 소회가 묻어난다.그는 "실패한 과거,좁은 이념의 틀 속에서, 편합한 분파투쟁의 틀 속에서 정체성을 찾으면 안된다. 그건 실패의 길이고 패망의 길"이라며 "국민의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대표를 맡은 뒤 견지해온 중도 노선이 옳았음을 역설한 것이다.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 "자유로운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을 벌거벗고 돌아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며 "이 사회가 손학규를 필요로 하는지,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비울 수 있는데까지 비우고 돌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좌절의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그의 말대로 불쏘시개까지 태우고 이제 외로이 광야로 나선 것이다.기다림의 정치에 국민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아무도 모른다.일단 정처없는 나그네길이다.
 

트랙백 주소 : http://blog.hankyung.com/tb.php?blogid=leejc123&id=108041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