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처럼 점집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지자체 선거때만 되면 이른바 ‘도사’라는 사람들의 집은 선거 출마자들로 붐빈다.
 대선때만 되면 여기저기서 “누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진다.대선후엔 ‘누가 누구의 당선을 맞혔다더라’하는 얘기가 돌면 그 사람은 유명세를 탄다.
실제 정치권에선 '쪽집게 도사'얘기가 공공연하다.
 
  빨간 넥타이맨 매는 염동연
 
 지난 17대때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염동연 전 의원은 늘 빨간 넥타이만 맨다.
 “넥타이가 빨간색 밖에 없느냐"는 질문에 염 전 의원은 '그게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린다.염 전 의원이 빨간넥타이를 매게 된 사연은 이렇다.
 염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수자원공사 감사를 지냈는데 그때 불법 자금수수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그가 구속됐다 나온 뒤 그의 가까운 가족중 한 사람이 무속인의 말을 인용해 “개인적 화를 피하려면 몸에 빨간색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고 충고했다고 한다.그 다음부터 늘 빨간색 넥타이를 매게 됐다는 것이다. 
 
  돈 한푼 안쓰고 뱃지 쉽게 단 김영진
 
 강원도에서 14,15대 의원을 지낸 김영진 전 의원도 드라마틱한 자신의 국회 입성과정을 점집 얘기로 풀었다.
 강원도지사를 마치고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면서 점집을 찾았다고 한다.일명 도사는 그를 보자마자 “이번 선거서 쉽게 금뱃지를 달 것"이라고 했단다.
 그는 출마준비를 하면서 민자당에 공천신청을 했다.그런데 공천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곤 "어떻게 된 거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무소속 출마를 준비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점쟁이가 뱃지를 단다고 했는데 공천에서 탈락해 기가막혔다"며 “무소속 출마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민자당에서 ‘힘빼지 말고 전국구 의원을 하라’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말그대로 돈도 안쓰고 쉽게 당선됐다는 얘기였다.
 
  지역구 공천받고 낙선한 신경식 공천탈락하고 뱃지 단 김덕규
 
신경식 전 의원과 김덕규 전 의원은 80년대 중반 국회의원에 출마하려고 준비하면서 면목동의 한 점집 찾아 간적이 있다고 한다.
 신 전 의원은 민한당 공천을 받은 상태였고 김 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그런데 도사로부터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공천을 받은 신 전 의원은 뱃지를 달지 못하고 공천에서 탈락한 김 전 의원은 뱃지를 단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말도 안된다면서 그 집을 나왔다고 한다.결과는 신 전 의원은 지역 선거에 나가 낙선했고 김 전 의원은 전국구로 뱃지를 달았다. 결국 도사 말대로 됐다는 것이다.
 
  선거 유세전에 도사에 전화했다는  전 국회의장
 
 황낙주 전 국회의장은 선거 유세때마다 고전했다.
 합동유세는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하는데 매번 1번을 뽑아 다른 후보들로부터 엄청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신경식 전 의원의 저서 ‘7부능선에 적이 없다’에 따르면 황 전 의장은 마지막 유세가 있는 날 그 도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 때 받은 답이 ‘이번에 마지막 순서’라는 것이었다.
 실제 말번을 받은 황 전 의장은 그간 당한 것을 다 갚아줬다고 한다.그 후로 황 전 의장은 그 도사의 단골이 됐다고 책은 전한다.
 
 위의 얘기들은 도사들의 말이 딱 맞아떨어진 경우다.
 위의 사례들만 보면 도사들의 말이 모두 맞는 것 처럼 오해할수도 있다.통계가 나와있는 건 아니어서 정확도를 따지긴 쉽지않다.
 점집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중에는 실패한 사람도 적지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많을런지도 모른다.어려움을 겪은 사람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틀린 경우는 당사자들이 쑥스러워 입을 다물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을 뿐이라고 정치권 주변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실제 2002년 대선때 일부 주자는 공식석상에서 “모 도사가 자기가 대통령이 된다고 했다"고 공공연히 얘기했던 주자도 있다.
 그는 물론 대통령이 안됐다.당내 경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다른 주자도 “큰 꿈이 이뤄질 것"이라는 도사의 말을 아전인수로 해석해 뛰다가 낭패를 본 케이스였다. 
 
 한마디로 선거때만 되면 나라 전체가 비이성적인 얘기들로 가득하다. 정치인들이 미신에 매달리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는 한번 실패하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모든 걸 날려버릴 수 있는 일종의 도박이다.그러니 불안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정치인들이 점집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런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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