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비례대표)의원은 감기도 안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정치권에서 과거에 회자됐던 얘기다.

 예비후보가 금배지를 물려받으려면 전국구 의원중에서 사망 등 유고가 생겨야 가능한데 유고는 커녕 감기도 안걸린다는 말이다.

 전국구 예비후보들이 전국구 의원직을 승계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마땅한 자리가 없는 야당은 의원직을 물려받는다는 게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과거 야당 수십억 내고 금배지달아

 

 전국구 감기 얘기가 나온 배경이 있다.돈이 없는 야당 얘기다.

 과거엔 전국구 의원이 되려면 많은 돈(공천헌금)을 내야 했다.

 특히 돈 나올 구멍이 없는 야당의 경우 비례대표 순번상 당선 안정권에 들려면 수십억원을 당 총재에게 건네야 했다.

 이런 ‘전국구 장사’를 통해 마련된 정치자금으로 지역구 선거를 치렀다.
 내가 잘 아는 선배 한 분은 90년대 초 야당 부대변인을 맡고 있을때 몇억원(3억원 정도로 기억되는데)이 없어 전국구 자리를 날렸다.

 당 총재와 민주화운동으로 인연이 많았던 그는 당으로부터 전국구 의원의 대가로 성의만 보이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돈을 못내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그 당시 10-30억원을 내고 전국구 의원이 됐던 것에 비하면 당에서 많이 배려(?)한 셈인데 돈 때문에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내고 전국구 의원을 달다보니 금배지에 대한 애착은 당연히 컸을 것으로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아마도 전국구는 감기도 안걸린다는 얘기를 그래서 나왔음직하다.
 물론 예외가 있긴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에 복귀하면서 신당을 만들때 다음 선거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노렸던 많은 전국구 의원들이 금배지를 포기하고 김 전 대통령 당으로 갔다.

 덕분에 돈 한푼 안낸 10여명의 예비후보들이 1년미만의 의원직을 승계하는 행운을 누렸다.
 
  이훈평 전 의원(여당)은 대기 1순위로 2년 기다려  
 
 여당은 야당에 비하면 승계가능성이 좀 높은 편이다.

 전국구 의원이 입각할 경우 통상적으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내각에 들어가서다.

 행정안전부 장관에 내정된 한나라당 이달곤 의원도 의원직 사퇴를 이미 기정사실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의원직 승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 만은 아니다.

 운이 없으면 대기 순번 1번이어도 2년이상을 기다려 의원직을 겨우 물려받는 경우도 있었다.

 재선의원을 지낸 이훈평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이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시절 전국구 예비후보 1번이었다.

 거기에 전국구 의원의 입각까지 결정됐다.과거 관례로 보면 금배지는 따논 당상이었다.그래서 친한사람들 끼리 모여 의원직 승계를 자축하는 파티까지 열었다.
 금뱃지를 눈앞에 둔 듯했지만 그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직을 수행하는 게 국회답변 등에서 유리하다는 김 전 대통령의 생각이 결정적이었다.

 입각한 전국구 의원은 금배지를 유지한채 내각에 들어갔다.이 전 의원은 금배지를 달기위해 파티를 연후 꼬박 2년을 기다려야 했다.

 

 18대선 검찰이 예비 후보들에 금배지 달아줘?

 

 과거에 이렇게 달기 어려웠던 전국구 금배지 무게가 가벼워진 것일까.
 18대에선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가 잇따르고 있다.

 1년도 안됐는데 벌써 3명이다.앞으로도 줄줄이 대기상태다.

 일부 승계자의 경우 기대도 않다가 거저 줍는 모양새다.한나라당 이두아 변호사가 이달곤 의원의 행안부 장관 내정으로 승계를 예약한 상태다.
 특히 승계 가능성이 거의 희박한 야당의 경우도 벌써 두명이 금배지를 승계했거나 승계한다.

 민주당 정국교 의원이 비리혐의로 자리를 내놓음에 따라 김진애 서울포럼 대표가 금배지를 달게됐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도 이한정 의원의 뒤를 이어 금배지를 달았다.

 친박연대 서청원,양정례,김노식 의원도 공천헌금 관련 혐의로 의원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대규모 승계 가능성이 점쳐진다.
 승계자자들은 아마도 야당이 각을 세우고 있는 검찰에 고마워해야할 것 같다.

 대부분 검찰수사가 빌미가 돼 의원직을 내놓았거나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무죄라면서 대법원 판결전 뱃지 반납하는 이유는

 

 여기서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 하나있다.

 어렵게 단 금배지를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도 전에 반납하는 것이다.

그것도 대부분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무죄 판결이 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도 있는데.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아까운 뱃지를 그냥 내놓을리는 없다.

 지역구는 의원직을 상실하면 다시 선거를 통해 뽑지만 비례대표는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면 승계를 할 수 없다.

 선거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판결까지 가면 당 입장에선 금뱃지 하나를 날리는 셈이다.

 그러니 대법원 판결전에 당으로선 당사자에 대한 대대적인(?) 설득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대개 의원들의 자신사퇴라는 형식을 밟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당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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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