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정치인이 정부에서 일하려면 배지를 떼고와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이 대통령이 행정안전부 장관 인선을 매듭지을 즈음에 ‘의원이 장관을 하려면 배지를 떼고 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치인 입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현역 의원의 입각은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당정간 소통이 제대로 안되는 터에 당정간 담이 한층 높아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현역은 오지 마라?
이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현역의원은 장관이 되기 힘들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 의장,최경환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 입각을 꿈꾸는 의원들은 이쯤에서 꿈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홍 원내대표는 노동부장관,임 의장은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희망하고 있다.이들은 자칫 닭 쫓던 개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역구 의원이 의원직을 내놓고 장관으로 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지를 떼면 보궐선거가 이뤄져 대타가 자기 지역구를 차지하게 된다는 점에서 장관을 그만둔 뒤 복귀가 쉽지않다.정계은퇴를 각오하고 가야한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의 생각은 사실상 현역 정치인에겐 “장관직은 생각도 하지 마라”는 얘기와 다를바 없다.“다음번 개각때 정치인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당측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당이 부글부글 끓는 건 그래서다.
미국은 배지 떼고 장관된다
미국은 의원직을 내놓고 장관으로 간다.
힐러리 뉴욕 상원의원은 의원직을 내놓고 국무장관으로 갔다.이매뉴얼 오바마 대통령 비서실장도 시카고의 하원의원직을 버리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원칙적으론 의원직을 내놓고 가는 게 타당하다.
의회가 국정을 책임지는 내각제에서는 의원직 보유가 당연하지만 3권분립이 돼있는 대통령제하에선 다를 수 밖에 없다.
의회와 행정부가 서로 견제하도록 돼있는만큼 입법부와 행정부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건 이치상 맞지않는다.실제 의원직과 장관직을 둘다 수행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금배지를 단 정치인이 사욕을 버리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긴 힘들다는 이 대통령의 생각은 옳은 방향이다.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등 MB 측근들 발탁위한 기준?
이 대통령 말대로라면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비례대표 초선인 이달곤 의원이 장관이 됐거나 내정된 건 뭐냐는 얘기가 나올만하다.
청와대의 논리는 이렇다.전 장관은 정치인 몫이 아니라 여성몫이라는 것이다.
이달곤 내정자의 경우 초선의원이지지만 의원몫이 아니라 행정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문가(서울대 교수)의 발탁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허태열 김무성 안상수 의원 대신 이달곤 내정자가 발탁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기준에 따른다면 정치권에선 선거에서 떨어진 원외인사와 비례대표 의원 정도만 내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 은평에서 떨어진 최측근 이재오 전 의원과 사천에서 강기갑 의원에 밀린 이방호 전 의원,경주에서 낙선한 정종복 전 의원 등 이 대통령의 측근들은 원외다.
당연히 입각 대상이 된다.
“측근들 기용을 위한 기준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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