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로 끝난줄 알았다.
 여의도 정가의 올빼미 행태 말이다.낮에는 하는 일 없이 놀다가 밤만 되면 일하는 척 하는 우리 정치권.
 협상 한답시고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하루 이틀도 아니고 허구한날 밤을 지새니 정치부 기자들은 기진맥진이다.

 

 정치인들이야 피곤하면 슬쩍 나가 싸우나도 하고 국회앞 오피스텔이나 호텔에서 쉬기도 하지만 그들을 쫓는 기자들은 쉴틈이 없다.그럴 경제적 시간적 여유도 없다.

신문은 한번 만드는게 아니라 밤새도록 만들어야 하는 구조다.올빼미들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지만 정치부 기자들이 그 중에서도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가 싶다.

 

 3.1절은 일요일이었다.그날까지 난리를 칠줄은 미처 몰랐다.
 낮부터 숨막히는 협상이 진행됐다.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세차례의 여야 대표회담은 밤 10시쯤 최종 결렬됐다.‘협상 결렬-오늘 최종 담판’정도의 제목을 뽑고 하루 일과를 마감하려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 순간 비보(?)가 날아들었다.김형오 국회의장이 밤 10시반에 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이때부터 기다림의 또다른 정치는 시작됐다.

 12시쯤 후배들로부터 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른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다.마지막 판에 이를 반영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데 마감시간이 지나가는데도 합의문이 나왔다는 얘기는 없었다.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한두번 속은 게 아닌데.우리 정치인들을 믿다니.


 결국 새벽 1시를 넘겨 기자들 앞에 나타난 김형오 의장은 “합의된 건 없으며 의견은 모아졌다”는 애매한 분위기를 전했다.

 옆에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모아진 의견도 없다”고 김 의장 말을 면전에서 뒤집었다.황당한 상황에 기사를 전부 뜯어고치고 회사를 떠난 시간은 새벽 2시.

 

 적어도 3일엔 이런 일이 없을줄 알았다.
 전날 여야가 합의를 한 상태여서다.쟁점법안 처리가 안될 걸로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초저녁까지만해도 그렇다.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가 4시,6시,8시로 계속 늦춰지면서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본회의 시간이 계속 늦어진 것이다.한나라당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탓이다.

 결국 9시를 넘겨 본회의가 시작됐다.야당 의원들은 고의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조직적으로 시도했다.

 

 처리해야할 법안은 80여건.국회의장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투표해주세요’ 라는 말이 떨어진지 2,3초만에 ‘투표 종료합니다’’를 반복했다.사이사이에 야당 의원들은 반대토론을 신청해 시간을 죽였다.
 결국 쟁점법안을 20여건이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회기종료시간이 자정을 맞았다.결국 은행법 등은 상정도 못한채 임시국회는 종료됐다.여야 합의는 말 뿐이었다.물론 지켜지리라고 믿진 않았지만.


 정치인들은 회의장을 유유히 떠나면 그만이지만 정치부 기자들은 그때부터 일이 시작된다.용변 볼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신문을 만든 게 새벽 1시.

 한숨이 절로 나왔다.새벽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허탈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지난 연말의 재판이다.예산안 처리를 놓고 지난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매일 새벽별 보기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국회 상황을 정리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새벽 2시가 넘어서였다.국회의 올배미 행태는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2007년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2006년 12월27일 새벽 4시였다.

 

 매번 주요 법안을 통과시킨 시간은 자정이 임박해서였다.정치부 기자들이 자정상황을 정리하고 나면 대략 새벽 1시를 넘긴다.이 뿐 아니다.

 정치인들은 유난히 밤 행사(?)가 많다.자기네끼리 밤 먹는 것 까지 일일이 따라다녀야 한다니.이를 챙기다보면 자정 넘기는 건 예사다.

 왜 정치인들의 이런 올배미 행태는 개선되지 않을까 답답해서 나름대로 생각도 해봤다.
 야당이야 대개 수세적 입장이니 그렇다치고 여당이 올빼미 행태를 보이는 것은 다분히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특히 방송이다.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9시뉴스에서 강행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것이다.그러니 국민의 관심이 덜한 야밤을 택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밤 손님도 아니고 참.
 
 낮엔 정치싸움으로 사실상 국회를 개점휴업상태로 만들어놓곤 저녁식사후인 8시정도가 돼서야 법석을 떠는 우리 정치인들.

 법안을 처리하느니 마느니 하며 밀고 댕기고 하다 자정쯤돼서야 상황이 정리되는 악습은 언제쯤이나 사라질까.
 

 오죽하면 기자들 사이에 “날치기가 뻣치기 보다는 낫다”는 우수갯소리가 다 나왔을까.실제로 필자는 여야대표에 이런 농담을 몇차례 한 적이 있다.

 “더이상 밤에 기자들을 무한 대기시키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도 했다.

 

 매번 허사였다.벌써 몸에 밴 올빼미행태를 하루아침에 고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주문이었다.
 정치부 기자로 산다는 게 이런 걸까.그 어느때보다 회의가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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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 2009/03/04 14:26 | DEL | REPLY

그래서, 한국이 선진국의 문턱을 넘질 못하고 껄떡 데고 있는것 아니겠습니까?...뉴질랜드만 해도 회사에서 일정 계획 세우듯이 정확한 개정 일자와 상정 일자 그리고 토론 일자를 칼같이 세우고 여야가 싸울땐 싸우더라도 이런 합의점은 반드시 지켜 나가거든요, 그런데 엽전들은 그저 밀고 땡기기만 하지 진전이 없어요, 뭐, 그래서 엽전이라고 하는거겠지만서도 말입니다...자신들의 직업이 뭔지도 모르는 시정 잡재들 이라는 말입니다...법정 근무 시간도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 정치 한답시고 거들먹 거리는 꼴을 본다는게 그거 여간 아니꼬운게 아니거든요, 이라크에 한 두어달간 연수 보내면 이 새끼들 정신 차릴려나요?...ㅂ ㅅ ㄷ...
한놈만 | 2009/03/04 19:38 | DEL | REPLY

한놈만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덕산당 | 2009/03/05 17:07 | DEL | REPLY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낮아서 그래요. 지식 교양 혜안 모두 낮습니다. 수준이 나아져야 그런 고생을 안 하실 것입니다.
한놈만 수준이하 | 2009/03/06 13:12 | DEL | REPLY

국회의원 수준만 낮은가 국민수준 또한 낮은것은 왜 모를까 특히 한놈만 수준이 많이 떨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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