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이 바로 치킨게임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공천을 둘러싼 정 전 장관과 정세균 대표의 기세싸움이 치킨게임 양상이다.

 

 정 전 장관은 출마지로 아예 전주 덕진을 못박고 정세균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정 대표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인식아래 밀리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다.양보없이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치킨게임은 국제정치학에서 사용하는 게임이론이다.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의 이름이었다.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양쪽이 승자가 되기위해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겠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지금 두 사람은 거의 막가파 수준이다.정 전 장관은 “30통 넘게 전화를 해서 겨우 통화했다”고 정 대표를 겨냥했다.

 이에 정 대표는 “과장됐다.회의가 있으면 몇번 전화를 못받을수도 있다”며 “이런 걸 가지고 싸우는 게 창피하다”고 되받았다.

 대선후보를 지낸 사람과 장관을 지낸 당 대표가 거론해선 안될 말들이다.도를 넘었다.이미 단순한 기싸움 수준을 넘어 일전불사로 치닫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은 배수진을 친 상태다.이번에 전주 덕진에서 출마해 반드시 금뱃지를 달겠다는 각오에 흔들림이 없다.

 정치가 생물인 만큼 나중에 지역을 옮기는 양보를 할 가능성은 없지않지만 현재로선 양보할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무조건 전주 덕진에서 출마할테니 당은 공천만 하면된다는 자세다.
 

 지역을 못박음으로써 당 지도부의 입지를 어렵게하는 전략적인 실책이 있었지만 지금 물러서면 더이상 갈데가 없다는 위기감이 상당한 것 같다. 당엔 별 세도 없다.내부적으로 정면돌파외엔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정세균 대표도 강경한 입장이다.

 정 전 장관이 못박은 전주 덕진에 공천을 하면 사실상 백기투항으로 비쳐질 수 있다.‘정동영 사당’이라는 안팎의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해온 386세력이 등을 돌릴 개연성도 크다.이렇게되면 자신이 꿈꾸는 차기는 물건너갈 수 있다.‘백척간두’라는 비장한 표현으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정 대표는 정 전 장관을 공천하지 않는 극단적인 방안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18일 전주 덕진을 전략공천하기로 한 건 정 전 장관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한마디로 정면 승부수다.이 난국을 무사히 극복한다면 차기를 기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현재로선 영낙없는 치킨게임이다. 이대로 끝까지 간다면 둘다 큰 상처를 입을 게 자명하다.

 정 대표가 정 전 장관의 공천을 배제하고 이에 반발해 정 전 장관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 전 장관은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그걸로 끝이다.금배지를 달겠지만 더이상 정치미래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단언한다.

 정 대표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정치적 상처를 입긴 마찬가지다. 

 

 그런 파국을 막으려면 한쪽은 치킨이 돼야 한다.

핸들을 돌려 정면충돌을 피해야 한다.여러가지 정황상 정 전 장관이 치킨이 될 가능성이 높다.어차피 이번 사태를 만든 건 다름아닌 그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당을 망가뜨리면서 전주 덕진을 고집하기 보다는 결국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것이다.예컨대 ‘출마지역은 당에 일임한다’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다.

 

 양쪽 모두 이 방안을 최후 카드로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정면충돌해 둘다 망가지는 진다면 두 사람 모두에 득 될 게 없다.

 여권은 표정관리를 해야할 판이다.막판 타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정치는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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