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계가 오랜만에 웃었다.
자신들이 민 안상수 의원이 친박이 지원한 조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원내대표가 돼서다.일부 의원은 "모처럼 박근혜 전 대표에 승리를 거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일각에서는 표정관리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럴만도 하다. 친박계를 포용한다며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내밀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노우’ 라는 한마디에 무안을 당했던 게 바로 얼마전이다.
그간 당의 최대 주주이면서도 각종 현안에 대해 힘 한번 못써보고 끌려다니면서 모래알이라는 당내외의 비아냥을 들어온 터다.그러니 모처럼 결집을 통해 친이계의 존재감을 과시한데 고무될만도 하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친이계의 승리가 맞다.친이 후보표는 전체 158표중 95표였다.친박 후보조(62표)에 비해 33표나 많았다.170석중 친이계가 100여명,친박계가 60여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히 당내 친이,친박 의원수대로 나온 셈이다.
철저히 계파대결의 산물이었다는 얘기다.계파 앞에서는 그간 화합을 최고의 가치라고 주장해왔던 중도파와 소장파의 목소리는 없었다.표대결에선 오로지 친이 친박만이 존재했다.
한마디로 원내대표 경선은 친이와 친박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자리였다.당장 친박계 내에선 "친이계와는 화합이 불가능하다"는 강경기조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친이계끼리 잘 해보라"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이 팽배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친이와 친박의 관계는 경선전 보다 더 험악해졌다.친이계 일각의 포용론이 통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정치적 관점에서 친이계의 일방적 승리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친이계가 단기적으로 얻은 것 보다는 앞으로 잃을 게 더 많다는 점에서다.
당장 미디어법과 금융지주사법 등 쟁점현안을 처리해야 하는 6월 국회를 앞두고 있다.야당이 당운을 걸고 막겠다고 벼르는 상황에서 ‘당내당(60여명)’을 형성하고 있는 친박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이 뿐이 아니다.몇달 후면 적어도 5곳 이상에서 재보선 선거가 치러진다.이미 4월 선거에서 전패를 한 마당이다.지금 분위기라면 10월 재보선 승리도 장담하기 힘들다.친박계가 등짐을 지고 있는 한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더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는 여권엔 큰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역풍이 불 소지가 다분하다.재·보선에서 이미 나타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할 수 있다.
여러모로 여권이 하나로 똘똘 뭉쳐도 돌파하기가 쉽지않은 난국이다.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가 당내 화합을 도모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이유다.
키는 이 대통령이 쥐고 있다.경선 승자인 이 대통령과 패자인 박 전대표 사이의 불신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선 원할한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한나라당이 쇄신책을 마련중이라는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신뢰회복 보다 더 시급하고 절실한 쇄신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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