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도소 담장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미쳐 몰랐다"
과거 여권의 한 중진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뒤 고백처럼 내뱉은 말이다.정치인은 정치하는데 필수적인 정치자금 문제로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실제 우리 정치사에는 불법 정치자금문제로 낙마한 정치인이 부지기수다.아마 그들도 부정한 돈을 받으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다만 '재수없는 케이스'가 자신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화근이 됐을 뿐이다.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은 필수적이다.품위유지를 위해 돈은 필요하다.과거 3김시대처럼 재수좋으면 챙길 수 있는 '눈먼 돈'도 없어진 터라 더더욱 그렇다.문제는 돈은 필요한데 모금하기가 쉽지않다는 점이다.과거와 같이 눈도장을 찍으며 봉투를 건네는 후원회도 열 수 없다.온라인 우편 등 기록이 남는 수단만 가능하다.돈을 내는 사람 입장에선 100만원만 넘으면 이름이 공개되기에 부담스럽다.얼굴을 마주보는 것도 아니니 폼도 안난다.모금이 어려운 이유다.실제 정치인의 모금액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그렇다고 돈 쓸데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그러다보니 편법이 동원되기 일쑤다.
최근 정치권이 비례대표 공천문제로 시끄럽다.급조된 당 의 한 젊은 비례대표 당선자는 당이 먼저 (공천신청을 하라고)자신에게 전화를 했고 당이 어렵다고해 특별당비를 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당이 공천댓가로 돈을 요구했다면 명백한 불법이다.선거법 등은 공천댓가로 금품을 받을 수 없게돼있다.공천헌금은 처벌을 받는다.
또다른 주요당의 당의 비례대표 당선자도 당이 자금난을 겪어 특별당비를 냈다고 한다.이 후보는 당에 선거막판에 수억원의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진다.위법여부를 떠나 비례대표와 당 사이에 돈이 오간것은 분명하다.여기서 핵심포인트는 이 돈이 공천헌금이냐,특별당비냐는 점이다.공천헌금은 처벌을 받지만 법상 특별당비는 언제든 낼 수 있고 한도도 없다.
문제는 특별당비와 공천헌금 사이의 경계가 애매하다는 점이다.당측은 당연히 공천댓가와 관계가 없는 특별당비라고 주장할 것이고 검찰은 댓가성에 무게를 실을 것이다.이를 가려내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특히 돈을 받은 사람이 개인적으로 이를 사용하지 않은 이상 공천댓가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그럼에도 당은 돈이 필요하고 돈을 내는 사람은 공천을 받을 의지가 있는 것이기에 댓가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물론 처벌은 별개 문제다.확증이 없는한 처벌은 불가능하다.그렇다고 당이나 돈을 낸 사람이 안전을 장담할수도 없다.여론이 어느쪽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때론 인민재판양상을 띄는게 현실이다.
정치인은 돈이 필요하고 깨끗한 돈은 모금하기가 쉽지않다.불법 정치자금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이유다.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면 운에 기대어 불안한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다.정치인이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 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왔는지 모른다.과거에 비해 많이 깨끗해졌다고는 하나 이런 관행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담장위를 걷는 사람은 여전히 있고 위험하다.어느쪽으로 떨어지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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