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얼마전 한나라당 18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적이 있다.
소주잔이 여러순배 돌면서 분위기가 올랐다.급기야 일부 당선자들이 이 대통령이 자리한 헤드테이블로 몰려갔다.
누군가가 이 대통령에게 폭탄주를 건네면서 러브샷을 제의했다.이를 시작으로 여러 당선자가 이 대통령에게 폭탄주를 권했다.시간이 가면서 폭탄주가 헤드테이블에 여러잔 쌓일 정도였다.
술이 돌아서인지 일부 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당선자들이 이 대통령에게 '형님'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확정적인 홍준표 의원이 평소 친분이 있는 이 대통령 부인에게 '형수님'이라고 표현하자 일부 당선자가 오버한 것이다.
일부는 이 대통령에게 '형님,한잔 합시다'라고 했다고 한다.헤드테이블에 있던 강재섭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헤드테이블에 술잔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었고 포도주병이 엎어져 있었다'는 것이다.말 그대로라면 여느 술자리와 다를 게 없는 풍경이다.
폭탄주는 정치권에서는 일상화돼있다.
저녁은 물론 점심때도 폭탄주를 돌리는 경우가 적지않다.청와대 만찬자리서 폭탄주가 돌 정도라는 게 단적으로 이를 방증한다.물론 과거에 비하면 폭탄주 횟수는 많이 준 편이다.
정치권의 폭탄주 시조는 한나라당 대표로 유력한 박희태 의원이라는 게 정설이다.박 의원이 이한동 전 총리에게 '전수'했고 이후 이 전 총리와 김영구 전 한나라당 총장(정무장관),박 재홍 전 의원,고인이 된 심명보 전 의원이 대표적인 폭탄계로 자리잡았다.
이들중 일부는 하루저녁에 폭탄주를 25잔이나 마신적도 있다고 한다.한번은 박희태 의원과 이한동 전 총리가 누가 더 센지를 겨뤘는데 퇴근직후인 6시반전도부터 자정까지 겨뤘으나 승부를 내지 못해 이 전 총리 집으로 가 연장전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얼마나 폭탄주에 셌는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기자생활 초년병 시절이던 필자도 박 의원과 이 전 총리 등과 여러차례 폭탄주를 마신 경험이 있다.물론 이 전 총리는 지금은 폭탄주를 거의 하지 않는다.박 의원도 과거보단 많이 줄였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권 일각서 폭탄주 퇴치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폭탄주에는 술 이상의 '문화'가 담겨있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폭탄주 문화를 그리워하는 정치인들이 적지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일부 중진은 "폭탄주가 줄어드는 게 정치권에서 낭만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폭탄주는 사라져야 할 문화임에 분명하다.무엇보다 건강에 치명적이고 비위생적이다.지나치면 사고로 이어질 소지도 다분하다.실제 폭탄주자리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으로 한 의원이 곤욕을 치렀다.
폭탄주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언제가는 사라질 것이다.
폭탄주 애주가들에겐 서운한 일일 것이다. 폭탄주 자체가 아쉬운 게 아니라 폭탄주에 담겨있는 정까지 사라질까 하는 마음에서일 것이다.정치권이 점점 삭막해지고 있어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되는 것인지로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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