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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특히 가치투자에 필요한 몇 가지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안전마진을 포함해 정석투자를 하는데 필요한 개념들입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런 용어나 개념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솔솔에서도 곧잘 사용하거니와 앞으로도 곧잘 등장할테니 이번 기회에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내 주식의 수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안전마진'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제시한 개념으로 주식의 적정가치와 매수가격의 차이를 말합니다. 여기서 적정가치를 내재가치, 혹은 본질가치 그리고 매수가격을 시장가격이라고 대치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크게 보면 가치와 가격의 차이를 안전마진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컨대, 주식의 가치가 1만원인데, 주식을 6천원에 산다면 안전마진은 4천원이 되는 셈입니다. 똑같은 주식을 만약 3천원에 산다면 안전마진은 7천원으로 커집니다. 안전마진의 유용성은 안전마진이 클수록 적정가치 산정의 오류로 인한 손실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주식가격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따라간다고 보면 가치에 비해 싼 가격에 주식을 산다면 수익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때문에 안전마진이 큰 주식을 선택하면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조마조마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반대로 수익을 극대화 가능성은 높아지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주식을 살 때 가치를 꼭 따져보고 최대한 싸게 사려는, 즉 안전마진을 크게 가져가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워렌 버핏은 안전마진을 다리에 비유해 설명합니다. "당신이 지은 다리가 3만 파운드를 지탱할 수 있더라도 당신은 1만 파운드의 트럭만을 운전하여 지나 다닌다. 똑같은 원칙이 투자에도 적용된다." 부연하자면 여기서 3만 파운드는 가치, 1만 파운드는 가격이 될 것입니다. 즉, 2만 파운드의 안전마진을 확보했을 때 마음 놓고 트럭이 다리위를 다니듯, 투자 역시 그러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한국에서 개인이 투자를 해서 돈을 굴릴 수 있는 분야는 주식, 채권, 부동산, 외환 시장의 4가지가 있습니다(이것 말고 은행이 - 저축하는 것이 – 있기는 한데 투자와는 거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미국은 이 네 가지에 덧붙여 상품(commodity) 시장이 있으니까 한국이 투자 대상이 협소하기는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이 네 가지 시장만으로도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네 가지 투자 시장을 한가지씩 따져봤을 때 누구나 한번쯤 이런 궁금증을 가져봤을 것입니다.
이 네 가지 투자 시장의 호황기와 불황기에 맞춰 적절히 자산을 배분하면 한가지 투자 시장에 머물러 있을 때보다 몇 배의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그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에 호황이 닥치기 전에 땅에 돈을 묻어뒀다가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뛰면 돈을 빼내 수익을 실현하고, 이 돈을 다시 주식 시장으로 미리 가져와 주식 시장이 호황이 닥치기를 기다리면 엄청난 고수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요즘 들어 이 네 가지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면서 적지 않은 개인 투자자 분들에게 이 문제가 현실적인 고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2%인데, 역사적 금리 추이를 보면 금리가 이렇게 낮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환율도 금융위기를 맞아 극단적인 수준으로 치달았다가 이제는 균형점을 향해 움직임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금리와 환율은 각각의 투자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에 덧붙여 유가, 곡물가의 추이도 심상치 않고, 인플레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투자자는 기존의 투자처를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요즘 신문 방송을 보면 이 주제가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상품 투자의 대가인 짐 로저스는 요즘 인터뷰 때마다 “이제 주식 시장은 끝났으니 상품 시장에 투자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한국의 몇몇 전문가 분들도 유연한 투자와 자산 배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전략이야 말로 최상의 투자 전략일 것입니다. 언제 들어가고 언제 나와야 할지를 정확히 알고서 능숙하게 시장에 들어갔다가 빠져 나오는 것, 모두가 꿈꾸는 성공 투자의 모습입니다. 방금 말씀 드린 짐 로저스는 실제로 상품시장과 주식시장에 번갈아가며 투자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실제의 투자의 세계를 보면  이 전략이 이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제가 주변에서 투자가로 크게 성공한 분을 보면 예외 없이 주식이면 주식, 부동산이면 부동산, 이렇게 한가지에 매달려왔습니다. 반대로 주식, 부동산, 외환, 이렇게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경우에는 성공 보다는 실패 케이스가 훨씬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당초의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했던 투자 시장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그럴 수도 있고, 투자 시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탐색 코스트(searching cost)나 기회 비용(opportunity cost)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그보다는 개인 투자자가 투입할 수 있는 재능과 시간 자원의 희소성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식, 채권, 부동산, 외환 시장을 한가지씩 따져보면 각각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각의 세계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걸까요. 저는 주식에 관련된 책을 내고 강의도 하고 있지만 지금도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인간은 모두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 않고, 일상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 곳에 집중하는 게 성공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워렌 버핏은 이 문제에 관련해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는 1956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투자 인생을 시작한 이래 주식시장을 벗어나 본적이 없습니다. 선물과 외환 시장에도 관계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주식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는 1969년 무렵에는 주식을 아예 접고 낚시와 골프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투자할 만한 주식이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짐 로저스가 이 시기에 상품시장의 강세장 도래를 예견하고 이 분야에 뛰어든 것과 대조적이네요. 그런데 세계 최고 부자는 워렌 버핏입니다.


주식 시장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채권 시장이든, 외환시장이든 한 가지에만 진득하게 매달려도 내가 원하는 수익을 올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주변의 성공담이나 워렌 버핏의 사례에서 실감하게 됩니다.


저는 요즘 버핏의 평생 동반자 찰스 멍거(찰리 멍거)의 투자론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멍거도 이 문제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나 봅니다. 그는 말합니다.
 
“한 인간에게 언제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재능은 주어지지 않는다.”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분야를 제대로 아는 것은 어렵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을 통해 서서히 나아가는 것이 탁월한 발전을 이루는 방법이다.”

 

자신의 가진 능력과 자원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도 성공 투자의 조건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은 몇가지 단순하면서도 위대한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합니다. 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기업이 취해야 할 올바른 사고체계에 대한 귀중한 가르침을 선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몇가지 위대한 아이디어가 진정으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갖춘 이 여과장치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유는 단 하나, 대단히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 <찰리 멍거 자네가 옳아!>(재닛 로우 지음, 이콘 펴냄) 중에서

워렌 버핏의 평생 동반자인 찰리 멍거의 투자 방법론은 이른바 '정신의 격자 모델'(network of mental model)로 불립니다. 이는 투자에 성공하려면 회계 지식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자연과학 인문학 사회과학 등의 분야에 거미줄처럼 엮인 지식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투자 그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워렌 버핏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찰리 멍거는 1962년부터 13년 동안 연평균 19.8%의 수익률을 올렸으며, 지난 해말 기준 16억 달러의 순자산으로 미국내 부자 순위 215위에 올라 있습니다.

그런 찰리 멍거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습니다. <찰리 멍거 자네가 옳아!>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에 추천사를 쓴 이민주(워렌 버핏처럼 재무제표 읽는 법) 한국일보 기자는 "처음부터 완벽한 인간은 없으며 찰리 멍거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투자의 지혜를 터득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미덕이며 투자자는 이를 통해 위안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워렌 버핏에 관한 책이 수없이 나왔고, 얼마전에는 그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본격 조명한 책까지 나온데다 이제 그의 영원한 동반자 찰리 멍거의 투자 인생까지 나왔습니다. 이제 워렌 버핏을 둘러싼 정보가 부족해서 그처럼 투자할 수 없다는 말을 점점 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배움과 투자에 관한 찰리 멍거의 짧은 조언을 소개하며 오늘 편지를 마칩니다. 

"폭넓은 분야에서 진정으로 훌륭한 투자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방대한 독서량은 필수입니다. 한두 권 읽는 것만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내일 뵙죠.
좋은 하루 되세요.
 
2009.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