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Julio의 블로그
세대차이 [브라질에서 자녀키우는 건]

예전에 나는 식탁 (또는 밥상)에서 아버지와 자주 의견충돌을 벌이곤 했다.

고등학생 때 만하더라도 아버지에게 말대꾸를 한다는 것은 ‘죽음’이었는데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는 그래도 머리가 좀 컸다고 아버지와 나라의 정치를 바라보는 견해가

다를 때 마다 언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왜 함께 식사하는 시간마다

저녁뉴스가 시작하는지 원...


6. 25를 온몸으로 겪으신 아버지는 당연히 완강한 보수주의자이셨고 나는 주워들은

이야기가 가지고 아버지를 깨우쳐 드리겠다(?)는 시덥지 않은 진보주의자였다.   

그러니 저녁식사 자리는 항상 unhappy ending으로 파장을 맞이하였다. 그러고보니

전두환씨는 무척이나 몹쓸 짓을 많이 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세대차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떠오르던 시절이었다.


이제 내 나이도 47세...

문득 단편소설의 주인공으로 많이 나오는 ‘초로’의 아저씨가 내 모습인 모양이다.

‘초로’라는 단어가 벌써 나에게 사용돼도 되나?‘ 하고 물어보면 모든 사람들이 당연

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 끄덕일게다.


워낙 엄하신 부친 밑에서 자라났으니 나 만큼은 자식들과 격이 없이 지내는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있는 것 같다. 우리아이들이 세대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시절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작년 9월은 민주가 SAT 시험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미국 대학에 유학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민주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어느 수준인지 가늠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SAT 시험을

준비하라 했고 본인도 그러기를 원했다. 


그런데 민주가 시험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우 산만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뭔가 아이의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일이 주변에 생겼구나 하는 직감이 팍! 들어왔다.

‘이 녀석이 도대체 무슨 일로 고민하고 있는거야.‘ 하고 곰곰이 따져보는데 지난번

학교에서 개최된 파티에 파트너로 함께 가고 싶다고 민주에게 조르던 예쁘장하게

생긴 민주의 1년 후배 녀석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사내 녀석이 너무 예쁘장하게

생긴 것이 왠지 모르게(?) 못마땅했던 놈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민주 컴퓨터 앞에서 메모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흔들거리는 내 맘 잡아줄래...’

‘멀리 못 가게 나 좀 ...’

‘내 가슴속에 다시 그려줄래...’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이 적혀져 있었다.


‘거 봐, 거 봐!!!’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 족제비 같은 녀석’ 때문에 민주가 이 중요한 시기에 공부에 집중을 못 하는 것 아냐!‘

‘이걸 어떻게 하지.’

‘우선 민주랑 이야기를 좀 나누어야겠다.’

‘이 놈 마음을 잡아주지 않으면 SAT고 뭐고 다 황이다.’라는 생각으로 결론을 맺었다.


민주에게 “아빠하고 이야기 좀 하자.”하고는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갔다.

맨 처음에는 슬슬 유도신문으로 시작했다. 

“ 너! 요즘 고민하는 것 있니?”

“아빠가 보기에는 왜 네가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아빠가 도와줄게 있으면 무엇이든 이야기해.”

“뭐가 필요하니?” 하는데 민주 이 녀석은 멀뚱멀뚱 딴청을 부린다.


‘이 녀석이 아빠가 다 알고 있는데 딴청이야.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가야겠다.’

하고는 “너! 사귀는 남자친구 있니?”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도 멀뚱멀뚱하면서 “아니!”하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그럼 이게 뭐야!”하고는 내가 확보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이 녀석이 굉장히 곤란해 할 줄 알았는데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숨이 넘어가게 웃어댄다.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인가?“하고 내가 머쓱해져버렸다.


그 놈이 한참을 웃고 나서는 하는 말이

“아빠 이거 노래 가사야!” 하면서 자기 동생 홍주를 불러서는 아빠가

지금 코메디 했다고 이야기 하면서 다시 한번 침대에서 데굴 데굴 굴러가면

웃는 것이 아닌가!


홍주가 점잖게 일러준다.

“아빠! 이거 윤하의 ‘어린 욕심’이라는 노래야!”하고


역시 세대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2008년 1월 20일

posted at 2008/01/20 19:17:00 트랙백(0) | 댓글(2)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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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여인네 | 2008/01/28 16:00 | DEL | REPLY

아빠가 과잉반응했네요.
지나가다 | 2008/03/21 09:42 | DEL | REPLY

하하... 재미있게 봤습니다. 저도 그런 노래가 있는 것 처음 알았는데 브라질에 계신 분이 어찌 아시겠습니까? 따님들이 배를 잡고 웃었을 장면이 눈에 선히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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