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티나(Cristina)는 사무실 입구에서 방문객을 대접하고 전화를 받아서 해당 부서로
연결하는 헤쎕씨오니스타 (recepcionista)로 우리 회사 초창기부터 함께 한 창립 멤버중
한 사람이다. 상파울로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 지방으로 35시간 정도를 달려가야
크리스타의 고향인 바이아(Bahia) 지방의 작은 도시 이따부나(Itabuna)에 도착한다.
바이아(Bahia), 뻬르남부꾸(Pernambuco), 쎄아라(Ceara)를 중심으로한 브라질의 북동부
지방은 변변한 산업도 없고 농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지 못하여 브라질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래서 북쪽 지방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자리를 찾아서
상파울로나 리오와 같은 대도시로 무작정 상경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리스티나의 형제들도
그런 가족중 하나이다.
크리스티나에게는 8세된 비또르(Vitor)라는 아들이 있다. 상파울로에 와서 남자 친구를
사귀었고 돈이 없어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였지만 살림을 차리고 아이까지 낳았는데
무책임한 그 사내가 가족은 내팽겨치고 다른 여자와 사는 바람에 혼자서 힘겹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Vitor는 크리스티나에게 삶의 목적이요 또한 보람이다. 젊지만 이
세상 다른 어느 어머니 못지 않게 아들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대단하다.

<연말 회식장에서의 크리스티나>
사실 맨 처음 크리스티나가 담당했던 업무는 사무실 청소하고 커피를 준비하고 은행
심부름을 하는 단순한 일이였다. 그 일을 할 때도 항상 제시간에 출근하여 묵묵히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성실한 직원이였다.
그러던 중 3년전에 Recepcionista 자리가 공석이 되자 끌로비스(Clovis)가 크리스티나
에게 한번 기회를 주자고 제안을 했다. 하지만 나는 주저주저했다.
Recepcionista 비교적 단순한 업무이지만 방문자에게는 첫번째로 대면하는 회사의 얼굴이고
전화하는 사람에게는 목소리를 통해서 접하게되는 회사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인데 아무런 경험도 없고 정규 교육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크리스티나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성실한 크리스티나의 성품을 알기에 또 회사에서 청소하고 잔심부름이나
해서는 Vitor를 훌륭하게 키울 여견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 저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크리스티나에게 Recepcionista 자리를 맡기기로 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의 염려를 단숨에 잠재우듯이 (그리고 왜 이제야 나에게 이런 기회를
주었느냐고 질책이나 하듯) 크리스티나는 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회사를 꾸려가면서 직원들 하나 하나가 성장해가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특히 어려운 형편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고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살아가는 직원들을 보면 내가 이들을 위해 해야할
일들이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직원들이 정년 퇴임할 때 우리 회사가 있었기에 가난의 고리에서 벗어나 자식들 다 좋은
교육시키고 집도 한 채 장만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때야 내가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2008년 6월 1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