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Julio의 블로그

작성일 '2008-07-03'에 해당하는 글 1건

마지막 데이트 [브라질에서 자녀키우는 건]

인천 공항에서 어머님이 계시는 계산동으로 들어오는 차 안에서 큰아이 민주는 창밖의

생경한 풍경을 열심히 바라본다. 계산동에 도착해서는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사람뿐이야!" 하며 웃는다. 일곱 살 때인 97년 잠깐 한국을 다녀간 것 외에는 4살 때

부터 지금까지 14년을 계속 외국에서 성장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보름이

지난 지금 혼자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잘 적응하니 기특하기도 하다.  

 

요즘은 내가 허덕이고 있다.

민주가 한국에 와서 대입 Interview시험을 대비해서 다닐만한 학원을 강남에서 알아 보았

으나 마음에 흡족할 만한 교과과정이 없었다. 국제경제와 국제현안에 대한 테마를 폭넓게

토론할 수 있기를 원했는데 학원에서 가리키는 내용들은 마치 Interview요령에 초점을 맞춘

해서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은 Thomas FriedmanThe world is flat The Lexus and the Olive tree

Jim RogersInvestment Biker, Steven LevittFreakonomics등등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구입해서 시간 날 때마다 읽으라고 해놓고 방도를 찾아 보았다.

 

그러던 중 영어와 국제문제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대학원생 들이 모여서 함께 영어로

토론하는 신촌에 있는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아서 UN과 국제

문제반 그리고 (Economist 잡지를 읽고 함께 토론하는) Economist반에 민주하고 함께

등록을 했다. 영어야 민주가 잘 하지만 토론에 필요한 background information그래도

내가 훨씬 나으니 수업을 준비할 때나 끝나고 나서 부연 설명을 해주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그리 했다. 한달 정도 함께 다니고 민주가 어느 정도 수업에 잘 적응을 하면 나는

빠질 생각으로

 

예전에 나도 대학시절 Economist나 Time을 가지고 스터디 그룹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으니 부딪치면 뭐 대충 창피 당하지 않을 정도는 하지 않겠나 싶었지만 28년의 세월은

무시 무시한 장벽이었다.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된 영어로 표현해보고 싶은데

도대체 혀가 떨어 지지 않고 또 막상 몇 마디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포르투갈어를 섞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였든 젊은 학생들 앞에서 버벅거리느라 수업시간의 대부분을

허비하고 있다.

 

내가 민주랑 같이 스터디 그룹 수업에 함께 공부한다고 하자 어떤 선배는 열부 났다 하고

어떤 이는 바지바람이라고 핀잔을 준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내가 너무 설쳐대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민주가 이제 우리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될 것이기에 더 이상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그 것이 아쉬워서 요즘 민주와 함께 도서관에가서 책 읽고 스터디 그룹에서 함께 공부

하고 버스나 전철타고 돌아 다니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이 그냥 좋다.

이것이 민주와의 마지막 데이트가 될 것 임을 알기에...

 

 

 

2008 7 2

posted at 2008/07/03 00:36:00 트랙백(0) | 댓글(2)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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