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Julio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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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데이트 [브라질에서 자녀키우는 건]

인천 공항에서 어머님이 계시는 계산동으로 들어오는 차 안에서 큰아이 민주는 창밖의

생경한 풍경을 열심히 바라본다. 계산동에 도착해서는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사람뿐이야!" 하며 웃는다. 일곱 살 때인 97년 잠깐 한국을 다녀간 것 외에는 4살 때

부터 지금까지 14년을 계속 외국에서 성장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보름이

지난 지금 혼자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잘 적응하니 기특하기도 하다.  

 

요즘은 내가 허덕이고 있다.

민주가 한국에 와서 대입 Interview시험을 대비해서 다닐만한 학원을 강남에서 알아 보았

으나 마음에 흡족할 만한 교과과정이 없었다. 국제경제와 국제현안에 대한 테마를 폭넓게

토론할 수 있기를 원했는데 학원에서 가리키는 내용들은 마치 Interview요령에 초점을 맞춘

해서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은 Thomas FriedmanThe world is flat The Lexus and the Olive tree

Jim RogersInvestment Biker, Steven LevittFreakonomics등등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구입해서 시간 날 때마다 읽으라고 해놓고 방도를 찾아 보았다.

 

그러던 중 영어와 국제문제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대학원생 들이 모여서 함께 영어로

토론하는 신촌에 있는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아서 UN과 국제

문제반 그리고 (Economist 잡지를 읽고 함께 토론하는) Economist반에 민주하고 함께

등록을 했다. 영어야 민주가 잘 하지만 토론에 필요한 background information그래도

내가 훨씬 나으니 수업을 준비할 때나 끝나고 나서 부연 설명을 해주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그리 했다. 한달 정도 함께 다니고 민주가 어느 정도 수업에 잘 적응을 하면 나는

빠질 생각으로

 

예전에 나도 대학시절 Economist나 Time을 가지고 스터디 그룹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으니 부딪치면 뭐 대충 창피 당하지 않을 정도는 하지 않겠나 싶었지만 28년의 세월은

무시 무시한 장벽이었다.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된 영어로 표현해보고 싶은데

도대체 혀가 떨어 지지 않고 또 막상 몇 마디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포르투갈어를 섞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였든 젊은 학생들 앞에서 버벅거리느라 수업시간의 대부분을

허비하고 있다.

 

내가 민주랑 같이 스터디 그룹 수업에 함께 공부한다고 하자 어떤 선배는 열부 났다 하고

어떤 이는 바지바람이라고 핀잔을 준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내가 너무 설쳐대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민주가 이제 우리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될 것이기에 더 이상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그 것이 아쉬워서 요즘 민주와 함께 도서관에가서 책 읽고 스터디 그룹에서 함께 공부

하고 버스나 전철타고 돌아 다니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이 그냥 좋다.

이것이 민주와의 마지막 데이트가 될 것 임을 알기에...

 

 

 

2008 7 2

posted at 2008/07/03 00:36:00 트랙백(0) | 댓글(3) | 스크랩
자랑과 희망 [브라질에서 자녀키우는 건]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랑거리가 자꾸 변한다.

어려서는 딱지치기, 구슬치기 잘 하는 것이 자랑이었고 사춘기 시절에는 팝 음악

가수들을 많이 알고 기타 잘 치는 것이 자랑이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예쁜 여학생

쫄쫄 따라가서 데이트 승낙 받아내는 것도 자랑이었고 군대 다녀 와서는 군생활에서

남들보다 고생한 것 조차 자랑이었으니

 

이제 나이 먹고 아이들이 커가니 남들이 팔불출이라 하건 말건 자식자랑이 제일 뿌듯한

자랑거리이다. 팔불출이라 함은 아마도 당연한 것을 자랑하고 다니는 폼새가 못마땅하여

붙인 칭호련만 많은 사람들이 그 조차무시하고 자식 자랑에 열을 올린다. 왜냐하면 이제

내세울 것 아무 것도 없는 우리 같은 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요 자랑이기 때문이리라.

 

열흘 전 민주의 고등학교 졸업식 날 민주가 Salutatorian으로 메달을 받고 졸업생을 대표

하여 연설을 하였다. 고등학교 전 기간 중 거의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낸 Sam 이라는 독일계

친구 때문에 Valedictorian을 놓치기는 했지만 민주 역시 뛰어날 성적으로 Mariela

Mariana같은 쟁쟁한 동료들을 제치고 Salutatorian을 차지한 것이 대견했다. 어쨓든 그 날은 

졸업식장을 가득 메운 하객과 졸업생들에게 연설하는 민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 없이

뛰어 다닌 기억뿐이 나지 않는다.

 

 

 

 

 

 

 

이제 민주는 한국의 대학입학을 위해서 10년 만에 나와 함께 한국으로 나왔다. 작년부터

한국의 특례 입학을 위해서 준비하기는 했지만 각 대학마다 요구하는 서류와 전형방식이

달라서 지금도 열심히 헤매고 있다.

 

미국에 있는 대학들은 민주 혼자서 SAT, TOEFL서류준비하고 입학신청을 내어서 몇몇

대학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아냈는데 한국의 대학입학 전형은 워낙 복잡해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대신 내가 쩔쩔매면서 도와주고 있는 형편이다. 아마 이래서 강남에 있는 학원들이

성업 중인 모양이다.

 

아빠의 직장 때문에 포르투갈, 칠레 그리고 브라질에서 어린 시절의 거의 대부분을 외국

에서 자라난 민주가 이제 다시 한번 한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래도 어려운 단어를 제외하고는 우리 말을 잘 구사하는 것이 기특하다.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통해 우리 말과 한국의 문화, 역사에 대해서 더욱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졸업 후

다시 브라질로 돌아와서 중남미 자원개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함으로 한국을 위해 쓰임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민주의 꿈이 이루어 갈 때면 나는 다시 한번 팔불출이 되어도

좋으리라. 

 

 

2008 6 17

 

 

posted at 2008/06/18 00:19:00 트랙백(0) | 댓글(1) | 스크랩
세대차이 [브라질에서 자녀키우는 건]

예전에 나는 식탁 (또는 밥상)에서 아버지와 자주 의견충돌을 벌이곤 했다.

고등학생 때 만하더라도 아버지에게 말대꾸를 한다는 것은 ‘죽음’이었는데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는 그래도 머리가 좀 컸다고 아버지와 나라의 정치를 바라보는 견해가

다를 때 마다 언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왜 함께 식사하는 시간마다

저녁뉴스가 시작하는지 원...


6. 25를 온몸으로 겪으신 아버지는 당연히 완강한 보수주의자이셨고 나는 주워들은

이야기가 가지고 아버지를 깨우쳐 드리겠다(?)는 시덥지 않은 진보주의자였다.   

그러니 저녁식사 자리는 항상 unhappy ending으로 파장을 맞이하였다. 그러고보니

전두환씨는 무척이나 몹쓸 짓을 많이 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세대차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떠오르던 시절이었다.


이제 내 나이도 47세...

문득 단편소설의 주인공으로 많이 나오는 ‘초로’의 아저씨가 내 모습인 모양이다.

‘초로’라는 단어가 벌써 나에게 사용돼도 되나?‘ 하고 물어보면 모든 사람들이 당연

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 끄덕일게다.


워낙 엄하신 부친 밑에서 자라났으니 나 만큼은 자식들과 격이 없이 지내는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있는 것 같다. 우리아이들이 세대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시절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작년 9월은 민주가 SAT 시험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미국 대학에 유학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민주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어느 수준인지 가늠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SAT 시험을

준비하라 했고 본인도 그러기를 원했다. 


그런데 민주가 시험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우 산만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뭔가 아이의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일이 주변에 생겼구나 하는 직감이 팍! 들어왔다.

‘이 녀석이 도대체 무슨 일로 고민하고 있는거야.‘ 하고 곰곰이 따져보는데 지난번

학교에서 개최된 파티에 파트너로 함께 가고 싶다고 민주에게 조르던 예쁘장하게

생긴 민주의 1년 후배 녀석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사내 녀석이 너무 예쁘장하게

생긴 것이 왠지 모르게(?) 못마땅했던 놈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민주 컴퓨터 앞에서 메모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흔들거리는 내 맘 잡아줄래...’

‘멀리 못 가게 나 좀 ...’

‘내 가슴속에 다시 그려줄래...’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이 적혀져 있었다.


‘거 봐, 거 봐!!!’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 족제비 같은 녀석’ 때문에 민주가 이 중요한 시기에 공부에 집중을 못 하는 것 아냐!‘

‘이걸 어떻게 하지.’

‘우선 민주랑 이야기를 좀 나누어야겠다.’

‘이 놈 마음을 잡아주지 않으면 SAT고 뭐고 다 황이다.’라는 생각으로 결론을 맺었다.


민주에게 “아빠하고 이야기 좀 하자.”하고는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갔다.

맨 처음에는 슬슬 유도신문으로 시작했다. 

“ 너! 요즘 고민하는 것 있니?”

“아빠가 보기에는 왜 네가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아빠가 도와줄게 있으면 무엇이든 이야기해.”

“뭐가 필요하니?” 하는데 민주 이 녀석은 멀뚱멀뚱 딴청을 부린다.


‘이 녀석이 아빠가 다 알고 있는데 딴청이야.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가야겠다.’

하고는 “너! 사귀는 남자친구 있니?”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도 멀뚱멀뚱하면서 “아니!”하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그럼 이게 뭐야!”하고는 내가 확보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이 녀석이 굉장히 곤란해 할 줄 알았는데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숨이 넘어가게 웃어댄다.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인가?“하고 내가 머쓱해져버렸다.


그 놈이 한참을 웃고 나서는 하는 말이

“아빠 이거 노래 가사야!” 하면서 자기 동생 홍주를 불러서는 아빠가

지금 코메디 했다고 이야기 하면서 다시 한번 침대에서 데굴 데굴 굴러가면

웃는 것이 아닌가!


홍주가 점잖게 일러준다.

“아빠! 이거 윤하의 ‘어린 욕심’이라는 노래야!”하고


역시 세대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2008년 1월 20일

posted at 2008/01/20 19:17:00 트랙백(0) | 댓글(2)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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