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년 11월28일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난데없이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허겁지겁 신문 판갈이를 하기 위해 노트북을 켰지요.
2000년 일본 판매법인을 설립했던 현대차는 부진이 계속되자,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아예 손을 뗀다는 발표를 했던 겁니다.
그런데 시점이 묘했습니다. 금요일 밤이라니….
기업들이 '금요일 밤'에 '악재'(惡材)를 발표하는 관행은 짧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주요 언론인 신문이 그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토요일자 지면은 평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요. 게다가 판갈이까지 해야 한다면,독자들에게 제대로 내용을 소개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파급력 자체도 떨어집니다. 토요일자를 아예 발행하지 않는 신문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토요일엔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지요. 일요일자 신문을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이슈를 희석시킬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꼼수'가 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어젯밤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 리콜 파문에 대해 사과한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 도요다 사장은 CEO이면서 그룹 오너이기도 합니다.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현 도요타 쇼이치로 명예회장의 장남이지요.>
일본 기업들의 관행 역시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대량 리콜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도요타 자동차가 일본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그게 금요일인 어젯밤 9시였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언론들이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지요.
하루이틀 전이나,적어도 금요일 낮에는 열 수 있었을 텐데요.
기자회견장에서 도요다 아키오 사장(54)이 이번 파문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고객들에게 심려와 폐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머리를 숙였지요.
이미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왜 사장이 얼굴을 내밀지 않느냐"는 많은 질타가 이어진 후입니다. 지난 2일과 4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었지만,모두 상무와 부사장급이 나왔었습니다.
기대했던 답변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프리우스에 대한 공식 리콜을 발표할 줄 알았는데,"가능한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사내에 지시했다"고만 밝혔지요.

<리콜할 가능성이 높은 도요타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
역사에 기록된 대량 리콜 사태를 돌이켜보면,위기를 맞은 CEO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지,정답이 나와 있습니다.
똑같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다우코닝 파이어스톤 미쓰비시의 추락과 존슨&존슨 IBM 산텐제약의 전화위복을 가른 차이점은 다름 아닌 '강력한 리더십'이었습니다.
CEO가 초기부터 전면에 나서 사고를 수습하고,대중의 이해를 구한 게 위기를 벗어난 지름길이었다는 얘기입니다.
금요일 밤에 기자회견을 열어 때늦은 '사과문'을 낭독한 도요타 사장. 그의 대응 태도를 보면서 이번 도요타 위기가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