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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 들러리 세운 GM 사장 자동차 뒷얘기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어서,대부분의 기업이 쉬었습니다. 신문사 역시 휴일 근무체제를 가동했지요. 신문을 사전 제작하되,당일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선 당번 기자들이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오전 9시가 조금 지났을 때 GM대우 홍보실로부터 <긴급> 제목을 단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닉 라일리 GM 아시아태평양본부 사장이 긴급 방한해 이날 오후 2시에 기자간담회를 갖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라일리 사장은 과거 GM대우 사장을 역임했다 아태본부 사장으로 영전한 인물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GM대우는 요즘 유동성 상황이 무척 좋지 않습니다. 운영자금이 없어 산업은행이 현금 지원을 해주지 않을 경우 당장 1~2개월 내 부도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회사인 GM은 파산위기에 처해있는데다 미국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탓에,자회사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지요.


 


 라일리 사장의 기자회견 소집은 그래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GM대우 홍보실 역시 왜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라는 지시를 내렸는지 궁금해할 정도로 보안이 유지됐습니다.


 


 일단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1.GM대우의 워크아웃 신청 2.법정관리 신청 3.GM대우 경영권 포기(지분매각) 등이었습니다. 우선 온라인 뉴스에 GM대우가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내용의 속보부터 부랴부랴 띄웠지요.


 


 GM대우 기자회견이 주목받았던 이유는,GM그룹 내에서 비중있는 라일리 사장이 주재한다는 점과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기자들을 갑자기 불러모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정부 부처도 간혹 일요일 등 공휴일에 기자회견을 열지만,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알릴 필요가 있는 내용이 있을 때로 한정하고 있지요. 예컨대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때 그랬습니다. 긴급하게 열 때도 최소 1~2일 전에 일정을 공지하지요.


 


 더구나 레이 영 GM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이 최근 디트로이트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에게 "산은과 한국 정부가 GM대우를 지원하지 않으면,GM대우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발언했던 터라 더욱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라일리 사장의 간담회 내용은 당초 예상과 크게 빗나갔습니다. 기자회견의 골자는 "GM대우가 많이 어렵다. 산업은행과 한국정부가 도와줘야 한다"였습니다. 종전 주장의 반복이었지요.


 


 난데없이 휴일에 40~50명의 기자들을 불러놓고,기사꺼리가 전혀 안되는 얘기를 늘어놓은 겁니다.휴일이기 때문에 비상근무 체제를 발동했던 담당 기자들은 어리둥절했지요. 상당수 기자들은 비번이었다가 이 간담회 때문에 남대문로 힐튼호텔까지 부리나케 달려왔거든요.


 



<1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연 닉 라일리 GM 아·태지역본부 사장>


 


 기자들이 오늘 기자회견을 갑자기 연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라일리 사장은 "GM 및 GM대우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이 있어 해명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자료로는 부족했나 봅니다.


 


 문제는 더 커졌습니다. 마감시간이 촉박한 오후 2시에 기자회견이 잡힌 탓에,미리 많은 지면을 확보해놨던 기자들은 '뉴스'를 찾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GM대우 매각의사를 묻는 질문에 라일리 사장은 "지분을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장기적으로 상황이 변하면 산은과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를 놓고,"GM대우 지분 매각의사 없다"와 "GM대우 지분 매각한다"로 엇갈린 속보들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GM대우 홍보실이 재차 확인을 통해 "GM대우 지분 매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라고 정리를 했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면,라일리 사장이 이날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던 이유는 그의 스케줄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라일리 사장은 서울에 오기 전 미국 본사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아·태본부 사장이기 때문에 평소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그는 1일 새벽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지요.


 


 라일리 사장은 이날 저녁 상하이로 돌아가기에 앞서 GM대우 특별이사회에 참석,선물환 만기 연장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후 오후 2시 기자회견을 갖는 일정을 소화한 겁니다.


 


 다시 말해 미국 출장갔다 상하이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10여 시간 머무르게 됐는데,이때 자금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것이죠. 공교롭게도 휴일이었지만 그의 입장에선 상하이에 갔다가 다시 올만한 '가치'가 적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큰 뉴스를 기대하고 비상근무에 나섰던 한국 기자들은 이날 라일리 사장의 들러리만 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평소 이 회사 임직원들로부터 수 차례 들어왔던,"GM대우 어려우니 한국정부가 도와달라"는 얘기를 하려고 굳이 007 작전을 벌였으니 말입니다.


 


 이날 기자들과 같이 고생한 GM대우 홍보실의 한국인 임직원들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휴일이든 아니든,뉴스가 있는 현장에 뛰어드는 게 기자의 사명입니다만,라일리 사장이 벌인 해프닝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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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11년3월 부서를 옮겼습니다. '자동차세상' 블로그에 더이상 새 글을 띄우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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