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때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제6회 자동차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자동차 수출 누계 1000만대를 돌파한 1999년 5월12일을 기념해 2004년 제정됐지요.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것을 비롯해 자동차업계 인사 30~40명이 각종 상을 받았습니다. 정 사장은 최고 영예인 금탑훈장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나이(만 39세)가 젊어 은탑훈장에 머물렀다는 얘기도 돌았습니다.(정 사장이 이날 가장 의미있는 상을 받았습니다.)

 

 자동차의 날 행사는 국민의례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날 가슴에 손을 얹지 않은 사람이 두 명 있었지요. 바로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과 장 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 사장이었습니다.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는 절차인 만큼,각각 미국과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는 이들이 국민의례 절차를 이행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 겁니다. 다만 외국인 CEO들에게 각종 기념행사와 주주총회 등에서 한국식 국민의례 또는 애국가 제창이 빠지지 않는 모습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법 합니다.

 


<제6회 자동차의 날을 맞아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사람들.앞줄 왼쪽부터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임채민 지식경제부 제1차관,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뒷줄 맨 오른쪽이 장 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 사장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두 CEO는 양 손을 가지런히 내리고 있죠.>

 

 그리말디 사장을 진짜로 당황스럽게 만든 상황은 그 이후 벌어졌습니다. 자동차의 날 기념축사에 나선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이 GM을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든 겁니다.

 

 임 차관은 "노사간 대립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GM 등 미국 빅3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고비용 구조로 파산 위험에 놓인 이들의 서글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와 같은 전투적 노사관계의 전철을 밟는다면,한국 자동차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를 GM을 예로 들어 설명한 겁니다.

 

 그리말디 사장의 얼굴 빛이 순간 어두워졌습니다. 그리말디 사장 옆에는 그림자 역할을 하는 동시통역사가 동석하고 있었거든요. GM 본사의 임원이던 그리말디 사장은 현재 GM대우 사장을 맡고 있지만,모기업인 GM에 대한 애정은 적지 않을 겁니다.

 

 뒤이어 답사에 나선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윤 부회장은 "근원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노사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미국 빅3의 사례를 교훈삼아야 한다"고 화답했습니다.

 

 이 때는 현대차 부회장이 아닌,자동차공업협회 회장 자격으로 발언한 것입니다만,GM이나 GM대우 쪽 입장에선 썩 기분좋게 들리진 않았을 듯합니다.

 

 더구나 경쟁사인 기아차 사장이 정부로부터 큰 상을 받는 자리에서,축하객 입장에 서 있었으니 더욱 그랬겠지요.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

 

 그리말디 사장은 굳은 얼굴로 이날 기자들의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통역사는 "사장님이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하셨고,통역도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라고 답변했지요.

 

 궁금한 게 많았던 터라 직접 그리말디 사장에게 다가가 두 가지를 물었습니다. 최근 채권단의 선물환 계약 만기 연장으로 5~6월 유동성 위기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는지와 산업은행의 지분 추가인수 제안에 대해 GM과 GM대우 쪽 입장이 뭔지 등이었지요.

 

 그리말디 사장은 "현재 산은과 이런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라는 말만 3번 반복했습니다. 얘기할 수 없다는 의사를 완곡하게 표현한 겁니다.

 

 앞서 GM에 대한 한국 정부와 현대차의 '반면교사' 경고가 있었던 터라,더이상 묻는 것은 실례가 될 듯해 멈췄습니다. 그리말디 사장에게 이날 행사는 여러 면에서 씁쓸한 경험이었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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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동 | 2009/05/19 15:47 | DEL | REPLY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 역시, 빅3와 유사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미처럼 한국의 내수시장이 크지는 않기 때문에, 일본차 업체들과 유럽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공략이 있어 현대가 무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만... 현대, 역시, 자국 시장의 점유율을 80%로 유지하면서 공정 거래를 대놓고 위반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누굴 비난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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