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매니저가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게 어때요?' 'HJ가 옵션에 대해선 본사쪽 확답을 받아주시죠.'
최근 사내 직급을 없앤 BMW코리아의 회의 모습 중 일부입니다. HJ는 이 회사 김효준 사장의 별칭이지요.
BMW코리아가 직급을 완전히 없앤 것은 지난 1월의 일입니다. 수입차 업계에선 처음 시도하는 것입니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상무 사장 등 서열화된 ‘사내 계급’을 파괴하고 사장과 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직급을 ‘매니저’로 통일했습니다.사내에선 사장과 본부장을 부를 때도 직급 대신 이름(또는 별칭)을 사용합니다.
이제 서구식 기업문화를 실험한 지 세 달쯤 됐군요. 초기에 불편하고 어색했던 사내 분위기가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직원들의 반응입니다. 특히 회의 때마다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1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게 가장 좋은 점이라는 것이지요. 또 모든 매니저가 승진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직급을 완전히 없애기까지 내부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영업 등 대외 활동에 지장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3년 전 도입하려다 직원들의 정서를 고려해 중단했었는데,더이상 미루다간 한국식 형식주의를 영원히 바꿀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급을 없앤 뒤 신입사원조차 자신의 영역을 뛰어넘는 사고와 시야를 갖게 됐다.'는 게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의 말입니다.
BMW코리아의 연봉구조 역시 전통적인 호봉 시스템과 거리가 멀더군요. 같은 매니저라도 책임 정도와 능력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된 임금체계 속에서 사장과 협의를 벌여 결정하는 방식입니다.다만 직급을 없애기 직전 임금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는 한편,일정 경력 이상(과거 차장급)의 모든 매니저에게 BMW 차량을 지급,직원들의 사기를 높였습니다. 김 사장은 '업무 효율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게 요즘 트렌드인 실용주의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더군요.
업역을 좀 넓혀보면 비단 BMW코리아만 직급을 없앤 건 아닙니다. SK텔레콤 CJ 아모레퍼시픽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이 형태는 다르지만 일반 직원들의 직급을 없앴지요. 이런 기업들은 이미 유연화된 기업문화를 체험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는군요. 한 단계씩 승진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성취욕이 좀 약화된 게 첫 번째입니다. 외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거나 호칭에 애를 먹을 때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BMW코리아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다만 '형식주의'를 파괴하고 '일' 중심의 기업문화로 전환하겠다는 김 사장의 시도는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졌습니다. 직원들에게는 더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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