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새로 내놓은 로체 이노베이션을 최근 시승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시속 80km 이상 고속주행을 하면서,더 빨리 달리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으면 0.5초 가량 밀린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로체의 전 모델보다 '퇴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

 

 우선 엔진(세타2)과 공차중량의 상관관계를 봤습니다. 순발력을 좌우하니까요. 로체 이노베이션은 이전 모델보다 55mm 길어졌습니다. 차체가 커졌지요. 그러면서 무게가 많이 늘었습니다. 배기량 2000cc 모델을 기준으로,1415kg에 달합니다. 종전의 1395kg보다 20kg 무거워진 겁니다.

 

 로체의 종전 모델은 동급 중형 차량(예를 들어 쏘나타보다 60kg 가벼웠음)에 비해 가벼운 무게 덕분에, 순발력과 핸들링이 뛰어난 차로 손꼽혔습니다. 하지만 로체 이노베이션에선 이런 부분이 '희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경제운전 안내 시스템)이나 자동요금 징수시스템 등 각종 편의장비를 많이 늘렸습니다. 기아차가 '달리기 성능' 대신 '소비자의 편의성'을 선택한 것입니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기아차의 '선택'이 아닙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관행에 대한 것입니다.

 

 국내 자동차는 외국과 달리,대개 차체에 비해 좀 작은 엔진을 쓰고 있습니다. 거구가 작은 자전거를 탄다고 할까요. 크기와 중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엔진을 사용하다보니 힘이 달립니다. 상대적으로 연비도 떨어지지요. 엔진이 작아도 차체가 작고 가벼워야 역동적인 성능을 보입니다.

 

 역으로 말해, 상당수 국내 차량은 엔진 크기에 비해 크고 무거운 몸집을 갖고 있습니다. 성능보다 외형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은 탓일 겁니다. 자동차 회사들도 이같은 소비자 성향에 맞춰 차량을 개발하지요. 자동차 소비성향만 놓고 보면,일본보다 중국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등 외국에 수출할 때, 똑같은 모델에 더 큰 엔진을 얹는 것도 이같은 소비자 성향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가 국내에선 3.3 및 3.8 모델이 판매되지만,미국에선 3.8 및 4.6 모델이 판매되는 게 대표적인 예이지요. 개인적으론,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좀더 '달리기 성능'에 초점을 맞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폭스바겐 티구안TSI ‥ 소형SUV 괴력을 느꼈다


독일 아우토반에 올랐다.

무제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자유로움이자 두려움이었다.

시속 210㎞까지 마음껏 달려보자는 생각에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속도계 바늘이 쭈욱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원하는 속도까지 도달했다.

생애 최고 속도로 달리는 데서 오는 두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배기량이 2000cc에 불과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출력이 200마력에 달하는 괴력 덕분이다.

시승한 차량은 폭스바겐 휘발유 모델인 티구안 TSI였다.

◆날렵한 디자인,넉넉한 공간

티구안은 강한 주행력을 상징하는 호랑이(tiger)와 민첩성을 상징하는 이구아나(iguana)를 합성한 이름이다.

차량을 언뜻 보면서 이름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전면 크롬 디자인이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티구안의 지붕에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장착돼 있다.

일반 슬라이드형에 비해 3배나 크다.

선루프가 큰 만큼 실내 개방감과 채광효과도 뛰어나다.

소형 SUV이지만 실내 공간은 꾸미기에 따라 얼마든지 넉넉하게 쓸 수 있다.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을 접거나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 최대 1510ℓ의 여유있는 적재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오디오,비디오 기능까지 갖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7인치의 넓은 화면에 블루투스 핸즈프리 기능까지 탑재했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주차

작년 말 유럽에서 첫 출시된 티구안은 자동주차 기능(파크 어시스트) 덕분에 유명세를 탔다.

직접 시험해 봤다.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선 우선 'P'(파크 어시스트) 버튼을 누른 후 시속 30㎞ 이하의 속도로 주행해야 한다.

차체에 내장된 적외선 센서가 주차 가능 공간을 금세 찾아줬다.

내장 컴퓨터가 현재 위치와 각도 등을 계산해 자동으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주차 시작 직전 기어를 '후진(R)'에 넣은 다음 핸들에서 손을 떼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로 적정 속도만 조절해 줬다.

자동주차는 약 20초 만에 끝났다.

주차가 서툰 여성이라도 30~40초면 완벽하게 일렬 주차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전장 4.4m인 이 차량 앞뒤로 각각 70cm 정도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다음 달 2일 티구안이 국내에 소개되면,국내 최초의 자동주차 차량이 된다.

오프로드 성능을 시험하기로 했다.

SUV의 본래 목적이 험로 주행이 아니던가.

접근각(차체 하단에서 전조등 부분까지의 각도)은 28도.웬만한 장애물은 손쉽게 뛰어넘었다.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골프와 플랫폼(차의 기본 뼈대)을 공유하고 있어서인지,거침없이 내달렸다.

지능형 풀타임 4륜구동이 힘을 끊임없이 끌어올렸다.

오프로드를 달리면서도 6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 덕분에 거친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었다.

◆유럽보다 싼 국내 판매가

국내 수입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4170만원이다.

자동주차 기능과 4륜구동 시스템이 모두 기본으로 장착된다.

비슷한 옵션을 기준으로 유럽 현지가격(약 3만유로)보다 600만원가량 저렴하다.

유럽에선 작년 11월 처음 출시됐을 때 3주 만에 4만2300대의 선주문이 몰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티구안은 SUV를 선호하는 도시인들에게 안성맞춤일 것 같다.

SUV의 힘과 안정성,세단과 같은 부드러움을 함께 갖췄기 때문이다.

다만 스피드광들은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시속 160㎞를 넘어서면 다소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고속 주행 때의 코너링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볼프스부르크(독일)=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기아 `로체 이노베이션`‥코너링·짧은 제동거리, 캠리·어코드 못잖네



기아자동차의 로체 이노베이션과 도요타 캠리,혼다 어코드가 지난 20일 제주도 경마공원 주차장에 나란히 섰다.

어떤 차의 성능이 우수한지를 따져보기 위한 비교시승 행사를 위해서다.

이들은 3사의 중형차 부문에선 대표급 선수들.자동차 업계의 인지도 측면에선 캠리와 어코드가 한 수 위였지만 실제 비교 시승결과는 달랐다.

비교시승 코스는 슬라럼,급커브,급회전,급제동 등으로 구성됐다.

맨 처음 코스는 일렬로 세운 장애물을 지그재그로 통과할 때의 조종 안정성을 시험하는 슬라럼.일정한 속도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핸들만으로 각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코스다.

로체 이노베이션은 슬라럼 코스에서 캠리와 어코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줬다.

급하게 코너를 돌 때는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기대 이상으로 역동적이었다.

급제동 테스트는 무엇보다 제동거리가 짧아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속도를 시속 100㎞까지 급하게 끌어올렸다가 오른 발에 힘을 모아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아 멈춘 지점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로체 이노베이션의 제동거리가 가장 짧았다.

어코드의 제동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편이었다.

캠리는 부드러운 가속성능에서 시승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코드는 코너링이 탁월했다.

핸들도 가장 민감한 편이었다.

시승회에 동원된 차량은 모두 배기량 2400㏄급.로체 이노베이션은 2005년 11월 로체 출시 후 3년 만에 선보인 새 모델로,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부사장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했다.

캠리는 1982년 첫선을 보인 후 세계 100개국에서 1000만대 이상 팔렸으며,미국에서 생산된 최초의 일본차인 어코드 역시 1976년 출시 이래 160개국에서 1600만대 이상 팔린 모델이다.

성능 외에 가격 평가를 추가하면 로체 이노베이션의 비교 우위가 확연히 드러난다.

로체 이노베이션 가격은 2715만원으로,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어코드(3490만원)보다 약 30% 저렴하다.

캠리는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에 공식 수입된다.

로체 이노베이션은 편의장비 부문에서도 크게 차별화됐다.

계기판을 통해 가장 경제적인 연비로 주행 가능한 운전영역을 알려주는 경제운전 안내 시스템(에코 드라이빙)과 핸들에 위치한 소형 장치로 변속단을 제어할 수 있는 다이내믹 시프트를 장착했다.

다만 차내 편의장비가 지나치게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 산만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주행 때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순간 반응이 늦게 나타난다는 점도 아쉬웠다.

제주=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