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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의 해치백 '씨드'가 유럽에서 20만대 가까이 팔렸습니다.오는 26일 20만번째 차량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2006년 11월 양산을 시작한 지 18개월 만입니다. 씨드는 기아차의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전량 생산,판매하는 모델입니다.

 

 씨드는 탁월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차입니다. 유로-NCAP (Euro New Car Assessment Program, 유럽 신차평가프로그램)의 안전성 평가에서 한국차 최초로 별 5개 만점을 획득했고,10곳의 현지 매체로부터 올해의 차를 수상했지요.

 

 

 이런 씨드를 국내에선 구입할 수 없습니다. 기아차가 국내 판매를 하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일부 시승차만 주행되고 있지요.

 

 해치백(차 뒷문을 위로 여닫을 수 있는 모델) 스타일이라서 잘 안팔릴 것 같다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현대차 'i30'는 같은 해치백인데, 요즘 불티나게 팔립니다. 한 달에 3000대 넘게 판매되니까요. 더구나 기아차는 지난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경차인 '모닝'을 제외하고 한 달에 3000대 넘게 팔리는 모델이 거의 없는 형편인데,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니지요.

 

 성능도 최고 수준입니다. 제가 직접 몰아봤는데, i30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디자인 역시 유럽 뿐만 아니라 국내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습니다.

 

 씨드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노조 문제가 걸림돌입니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모델을 국내로 들여오면,국내공장 노조가 가만히 있지 않겠지요. 많이 시끄러워질 겁니다. 기아차 노조에 물어보니,"해외에서 생산되는 씨드를 국내에서 판매하면 '바이백(buy-back)'이 되기 때문에, 노사 합의에 저촉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공장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현실화되면 문제를 삼겠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 요즘 잘 나가는 현대차의 'i30' 문제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현대차와 기아차는 형과 아우 사이입니다. 기아차 씨드가 국내에서 판매되면 현대차 i30와의 시장 충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일종의 '카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입니다. 올초 현대차 제네시스가 출시된 후 베스트셀링 모델이던 기아차의 오피러스 판매가 주춤해진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씨드가 국내에서 선보이면, i30의 고객층을 일정부분 뺏어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적정 시장가격 문제도 있을 겁니다. 기아차가 만들지만,해외(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되는 만큼 국내 수입 때 관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에 대한 수입장벽이 높은 나라이죠. 운송비도 만만치 않을 거구요. 유럽 판매가격은 한화로 2000만~2200만원 선입니다. 국내에서 이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될 때, 소비자 반응이 어떨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국내에서 아예 생산하면 되지 않느냐구요?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생산라인을 까는 데 많은 돈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보다 노조와 현대차의 양해를 얻어, '적정' 시장가격에 국내에 선보이는 게 좀더 현실적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