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경닷컴 > 뉴스 > 사설/칼럼
원문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61079121&ltype=1&nid=103&sid=01173003&page=10

'정치인들은 본인 상(喪) 외엔 무엇으로든 언론에 노출되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어떻게든 널리 알려져야 유리하다는 셈법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지명도가 중요하긴 연예인도 같다. 안티팬이 많아지면 곤란하다지만 그래도 일단 유명해져야 주목받는 까닭이다.

그래서인가. 연애담으로 화제몰이를 하려는 듯한 연예인이 늘어난다.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연애이야기를 털어놓는 건데 실연당했다는 쪽이 많다. 실연 충격으로 입원했었다,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사람이 지금은 다른 연예인과 만나고 있어 속상하다 등.

거꾸로 자신에게 접근했던 사람이 수두룩했다고 털어놓은 일도 있다. 사귀자고 고백한 사람만 34명이란 얘기가 그것이다. 연예인 커플 중 한 사람이 상대의 안좋은 버릇을 전하고,연예인이 일반인과 사귀는 경우 둘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연애담은 그게 누구 것이든 관심거리다. 하물며 대상이 연예인임에랴.자연히 누가 실연당해서 어땠다더라 혹은 누가 누구와 어떤 사이라더라 하면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면서 포털의 인터넷 검색 순위 또한 급상승한다. 스캔들 마케팅 혹은 노이즈 마케팅을 겨냥한 거라면 성공인 셈이다.

그러나 사랑은 변하고,모든 만남에 해피엔딩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실연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실연시키는 것보다 실연당하는 게 낫다고 한다. 당하는 순간엔 힘들지만 누군가에게 준 상처 때문에 후환이 두렵지도 않고 자신의 문제를 찾아 개선하는 계기도 된다는 논리다.

어쨌거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가슴에 묻는다. 세월이 약이려니 하면서.실제 헤어진 순간엔 괴롭고 다신 아무도 사랑하지 못할 것같아도 그렇지 않은 게 사람살이다. 흥미거리로든 화풀이로든 지난 일을 터뜨리고 나면 속은 잠시 후련할지 모르지만 자칫 미래의 사랑에 걸림돌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인기는 잠깐이다. 뒷담화거리로 얻은 인기는 더 그렇다. 인터넷 검색순위 상승보다 중요한 건 아픔을 속으로 삭혀냈을 때 얻어지는 성숙과 가수면 가수,배우면 배우로서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부득이 알려지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스스로 너무 까발리진 말았으면 싶다. 더러는 묻고 덮어두는 것도 미덕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출처 : 한경닷컴 > 뉴스 > 사설/칼럼
원문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61123631&ltype=1&nid=103&sid=01173003&page=10

경의선이 개통된 때는 1906년이다. 용산에서 신의주까지 518.5㎞를 증기기관차가 석탄 · 목탄을 때서 얻은 동력으로 느릿느릿 달렸다. 터널로 들어가면 그을음이 객실까지 밀려왔고 열차에 오르기 전 짚신을 벗어드는 사람도 있던 시절이다. 한국전쟁으로 국토가 분단된 1951년부터는 운행구간이서울~문산 46㎞로 짧아졌다. 얼마 후엔 증기기관차가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기관차로 바뀌었다.

1980년에는 이용객이 연 1500만명을 넘으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근래에는 500여만명으로 줄었다. 서울로 직장 ·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 주로 탔기 때문에 '통근열차'로 불렸다. 농산물을 팔러가는 아주머니들,휴가를 나오거나 귀대하는 군인들도 단골 승객이었다. 요즘 평일에는 출퇴근 시간대를 빼고는 한산하지만 주말엔 '짧은 기차여행'을 즐기려는 나들이객으로 꽉 찬다. 백마역 인근 카페촌은 아직도 데이트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열차는 달릴 때 덜컹거리면서 좀 시끄럽고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 생김새 역시 미끈하게 빠진 고속열차와 달리 투박하다. 화장실에선 쪼그리고 앉아 '일'을 봐야 한다. 지금은 바닥이 막혀 있으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선로를 향해 뚫려 있는 '개방형'이었다고 한다.

많은 사연을 간직한 경의선 통근열차가 이달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경의선 복선전철 서울 성산~문산 40.6㎞ 구간이 7월 1일 개통되면서 최신형 전철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문산~도라산역 구간은 '통근'이란 이름을 떼고 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게 된다.

자그마한 간이역사에서 검표원이 펀치로 표 검사를 하는 모습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됐다. 백마 일산 운정 곡산 능곡 등의 기존 역사는 모두 헐렸고 대신 첨단 시설을 갖춘 새 건물들이 들어섰다. 여름이면 개구리 울음소리 낭자했던 강매역은 아예 없어진다.

복선전철로 바뀌면서 배차간격이 현 30~60분에서 10~15분으로 당겨지고 운행시간도 1시간1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된다고 한다. 성산에서 용산까지 8㎞ 구간은 2012년 말께 개통될 예정이다. 편리함에서는 과거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아지는 셈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효율적으로 바뀌는 경향을 거스를 수는 없다. 다만 '사람 냄새'가 물씬 나던 시절의 푸근한 풍경들이 훌쩍 우리곁을 떠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출처 : 한경닷컴 > 뉴스 > 사설/칼럼
원문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61257411&ltype=1&nid=103&sid=01173003&page=10

여자 화장실에 남자 조각상을 설치하고 중요부분을 가린 다음 "열어보지 마시오"라고 써붙였다. 가린 부분을 들춰보는 즉시 바깥에서 벨이 울리도록 비밀장치를 해놨더니 십중팔구가 아니라 십중구십 소리가 났다고 한다. 훔쳐보기엔 남녀가 따로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성에 대한 관심은 남자가 더한 모양이다. 남자들에게 아는 여자인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상대가 확인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통신요금이 빠져나가도록 한 사기에 걸린 사람이 무려 40여만명,피해액만 17억원이라는 걸 보면 그렇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좀 이상하긴 하지만 혹시나" 하거나 "밑져봐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어떤 여자일까라는 궁금증에 아까운 돈과 시간을 날린 셈이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기 수법은 날로 진화한다. 국세청인데 세금을 환급해준다부터 우체국인데 등기우편물이 반송됐다,한전고객센터인데 전기절약보조기기를 설치해준다 등 그럴 듯한 구실로 통장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채거나 악용하는 것이다.

전화로 통장 비밀번호 등을 알려달라는 건 100%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니 넘어가지 말라는데도 방법이 하도 교묘해져 당하는 사람들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다. 실제 어눌한 옌볜말 대신 표준말로 전화하고 확인하려 찍힌 번호로 걸면 진짜 관공서인척 받는다.

2007년 4000건 정도던 전화금융 사기가 지난해엔 9000건 가까이 증가하고 피해액도 875억원에 달했다는 마당이다. 금융감독원이 늦게나마 1년간 이체실적이 없는 계좌의 이체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한 전방위 조치에 나섰다지만 쉽게 근절될 것 같진 않다.

휴대폰 사기가 성행하게 된 요인을 따지자면 통신사와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및 대책 소홀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부가통신 사업자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3000원 미만도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방법을 도입해야 마땅하다.

사용자들 역시 개인정보를 함부로 내주지 말고 괜한 호기심도 줄일 일이다. 조선시대 문신 강희맹의 '삼치설(三稚說)'에 따르면 꿩도 미끼로 놓은 암컷 옆에 가까이 오지 않으면 잡기 어렵다고 돼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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