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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네이버 이미지
“증거에 집중해 정의를 실현하는 일은 배심원 여러분 손에 달려 있습니다”
한 대학 캠퍼스 건물에서 일어난 폭발사고. 검찰은 괴짜 화학과 학생인 마이클을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했지만 진범은 부동산 재벌의 아들인 카일임을 밝혀내고 기소한다. 하지만 카일의 변호인 측은 장발머리에 더운 여름에도 두터운 검은 점퍼를 입고 다니며 폭발물을 찬양하는 시를 짓는 등 기행을 일삼았던 마이클이 진범이라며 그를 증인으로 요청한다. 배심원들 눈에 마이클이 범인으로 보일 것을 우려한 검찰 측은 그의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하고 깔끔한 양복을 입힌 뒤 모의 증인심문을 몇차례 한 끝에 그를 증인으로 내보낸다. 결국 검찰은 배심원들에게 그가 범인이 아니고 카일이 진범임을 멋지게 ‘증명’해 낸다.
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법정 미드(미국드라마) ‘샤크(Shark)’의 에피소드 중 하나에 담긴 내용이다. ‘샤크’ 같은 법정 미드에서 잘 드러나듯 배심재판의 의의는 일반 국민의 상식적인 눈으로 평결을 내리는 데에 있다. 법관만의 판단이 아닌 일반인의 생각을 판결에 포함시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보다 더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렇게 미드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검사와 변호사가 배심원들을 설득시켜 유무죄를 판단하게 하는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지 3달이 지났다. 그새 5번의 참여재판이 실제로 이뤄졌고 어느덧 참여재판 자체는 새로운 ‘뉴스거리’가 되지도 않을 만큼 조금씩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비록 미국에서와는 달리 배심원단의 평결이 ‘권고적 효력’만을 지닌다지만 사법부의 영역에 일반 국민이 참여하게 된 만큼 사법역사상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검찰의 연이은 항소가 큰 문제다. 처음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던 대구에 이어 청주, 수원, 인천,부산까지 지금까지 열렸던 5건의 국민참여재판 모두 검찰 측은 항소를 했다. 유죄가 인정 안 되거나 양형이 구형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게 검찰 측의 얘기다. 항소가 제기되면 피고인들은 모두 일반 항소심 절차에 의해 2심 재판을 받게 된다.
비록 권고적 효력만을 지닌다고 해도 국민참여재판의 판결은 일반 국민의 시각이 담긴 판결이다. 배심원들은 아침부터 나와 저녁 늦게까지 익숙지 않은 법률 용어들을 들어가며 최대한 공정하게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감성재판이다 뭐다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재판부뿐만 아니라 바쁜 생업을 포기하고 나온 국민이 하루 종일 숙고해서 내린 결정에 대해 일반재판과 같은 기준으로 지금처럼 쉽게 항소를 하는 것은 참여재판의 존재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다. 기껏 어렵게 고민한 판결이 항소심에서 계속 뒤바뀌면 참여재판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제도가 과도기적인 형태이고 검찰에게는 항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평결이 지닌 무게를 의식해 항소 여부 결정은 신중히 할 필요는 있다. 지난 참여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재판정 안에서 배심원을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했다. 이해 못한 부분이 없나 되묻기도 하고, 어려운 법률 용어를 풀어쓰며 복잡한 자료는 파워포인트 자료로 만들어 설명하는 등 가능한 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법정 안에서 그런 만큼 법정 바깥에서도 배심원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 한국경제 사회부
**이 글은 대한변협신문 4월 7일자에 기고 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