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그래서 당신들은 불편해할지 모르는. 내가 살아온데로 본 영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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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마음속의 한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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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많은 연애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할 때마다 일종의 법칙처럼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초기의 모든 것을 다 내 줄 수 있는 그 행복한 감정을 소유욕이 압도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너를 내 곁에만 잡아두고 싶은 이 기분은 시종일관 연애의 감정을 뒤흔든다. 거기다가 그 사람에 대한 약간의 의심이라도 들기 시작하면 누구나 다 이전의 콩깍지를 버리고 대신 색안경을 하나씩 꿰차고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이쯤 되면 그 사랑은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봐야한다.

 

왜 사람은 독점을 원할까. 내가 사랑하는 너는 오직 나만 사랑해야 한다는 법은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너를 사랑하면서 쟤도, 얘도 사랑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잘나가는 바람둥이의 입에서 나오는 헛소리 정도로 여겨질지는 몰라도 평범한 사람에게도 쉽게 일어나는 일이다. 세상에 뿌려진 가슴 아픈 이별의 절반 이상은 둘 중 하나가 또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해서 생긴 일이었을 터이니 말이다.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이런 한 사람만을 좋아해야한다는 통념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말하자면 인간의 본성은 한 사람만을 사랑하게 되어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그렇게도 당연하게 여기는 일부일처제 이외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결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덕훈은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그래서 심지어는 결혼까지 한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또 결혼을 하려는 아내와 끊임없이 다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니까 아내를 사랑하니까 끌려간다. 결국 아내의 또 다른 남편과도 동거를 허락하게 된다.

 

만약에 내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아마도 숱한 3류 영화들이 거쳐 갔던 공식대로 화내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다 지쳐서 떠났을 것이다. 사랑을 공유한다는 것은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가슴으로는 이해 못 할 테니까. 아무리 쿨 한척 하려해도 그건 정말 나로서는 이해 못할 일이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두 사람을 똑같이 사랑한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이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두 사람을 똑같이 사랑할 수 는 없다. 필시 약간의 우열이 생길 테고 거기서 빚어지는 질투심이란 예상대로 매우 클 것이다. 일단 질투심이 생기면 그건 아무리 고상한 사랑이라도 진흙탕 속 개싸움 마냥 추락하기 십상이다.

 

2006년 오스카 상 수상이 유력했던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영화는 예상과는 달리 감독상에 그쳤다. 공식적인 석상에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보이기 위해 브로크 백 마운틴을 열렬히 지지했던 심사위원들이 정작 투표할 때는 평소 자신의 성향대로 투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추측이었다.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고 나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와 얘기할 때는 일처다부제도 분명 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마음으로는 공감은 못하겠다. 살아 온 과정이 그래서일까. 아무리 희박한 확률이더라도 운명의 그 한 사람을 만나 오래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전통적인 연애가, 결혼이 나는 좋다.

 

인상깊은 구절들

p 50

사랑에 빠지면 고통이 시작된다. 사랑의 고통이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의 몫이다.

 

p 217

삶이 어렵고 힘겹다 해도 살다 보면 살아진다. 살다 보면 힘겨움에도 적응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일들도 겪다 보면 감당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알래스카의 혹한도, 열대지방의 무더위도 살다보면 적응해 살아갈 수 있다. 삶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 다만 견딜 수 없는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아내가결혼했다
posted at 2008/04/11 13:15:00 트랙백(0) | 댓글(1)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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