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부 김동욱 기자입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자는 하루하루 역사를 쓰는 직업이라 매력이 더욱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가는 주제별로 역사관련 글들을 올립니다. 평소에 쓰는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보이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위와 풀의 역사라 부를수도 있을 것 같은데,그동안 읽은 역사서의 인상적인 내용들을 정리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설픈 글이지만 관심있는 독자님들과 의견 나누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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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무슨 뜻? 알듯 말듯 ‘난해함’이 세상을 바꾸다. [고전읽기]

 헤겔, 『법철학 강요』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전형적인 독일식 이름을 모두 갖춘 것 같은 헤겔의 풀네임을 접하다 보면 벌써 이름에서부터 범접하기 힘든 강한 포스가 풍긴다.

 게다가 그의 대표 저서의이름도 『법철학 강요』가 아닌가. 딱딱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법’과 어렵고 난해하기로 최고봉을 달리는 ‘철학’의 조합이니 만큼 극강의 난해함이 가득 벤 책 제목에서부터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한국어로 ‘법’으로 번역되는 독일어 ‘Rechts’는 법이란 뜻도 되지만 권리,올바름 등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으니 법철학 뿐 아니라 권리의 철학, 올바름의 철학이란 의미도 담고 있지 않을까로 생각이 번지다 보면 제목이 적힌 첫장을 넘기는 것도 보통 가슴 떨리는 게 아니다.

 게다가 책의 내용은 난해하기 이를 데 없어서, 방금 읽은 게 어떤 뜻인지 파악하는게 무슨 암호문 해독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 구절을 읽은 것인지 안 읽은 것인지, 어디까지 책을 본 것인지”조차 순식간에 ‘애매모흐’해지는 게 마치 늪에 빠지고 미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다.

 대부분 이 『법철학 강요』를 접하게 되면 찾아보게 되는 구절이 바로 그 유명한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등장하는 부분일 것이다. 한때 국내에서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사태로 널리 알려진 박모씨의 아이디가 유래한 바로 그 구절말이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에야 그 첫 나래를 펴기 시작한다.(Die Eule der Minerva beginnt erst mit der einbrechenden Dämmerung ihren Flug)”라는 이 멋드러진 문학적 표현은  『법철학 강요』에서 가장 많이 인용될 뿐 아니라,아마도 이 책을 읽은 이들이 가장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펴개하는 부분일 게 분명할 것이다.

 다행이 책의 비교적 앞부분 서문에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나래를 펴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철학은 애당초 언제나 너무 늦게 도착하는 것이다. 철학은 세계의 사상인 이상 현실이 그 형성과정을 완료해 자기를 완성시킨 뒤에야 비로소 철학의 시간 속에 나타난다. 이것은 개념이 가르치는 바의 것이지만 현실의 성숙 속에서 비로소 관념적인 것은 실재적인 것의 맞상대로 나타나고 이 같은 세계를 그 실체에 있어 포착하며 이것을 하나의 지적인 왕국의 모습으로 자신 속에 건설하는 것이다. 철학이 그 이론의 잿빛에 잿빛을 겹쳐 그릴 때 삶은 이미 늙어버린 모습이 되어 있을 뿐이며 잿빛에 잿빛으로서는 그 삶의 모습은 젊어지거나 하지 않고 다만 인식될 뿐이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찾아와야 비로소 날기 시작한다.

 영어권에서 ‘sound like Hegel’이라고 하면 “장황하고 복잡한 얘기를 불명확하고 알아듣기 힘든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는데 아무리 읽어도 어렴풋할 뿐 명확한 뜻을 알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철학의 달인’들에겐 위의 구절이 명료할 수 있겠지만 알듯 말듯 아리송송 애매모호한 헤겔의 글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오해와 잘못된 인식, 자신만의 해석으로 연결되기 쉬울 듯 하다. (그러면서도 바로 버려버리기엔 무엇인가 아쉽고, 사람을 붙잡는 묘한 힘이 있는 듯도 하다.)

 만약 헤겔의 사상이 세상을 바꾸는 데 영향을 줬다면 그것은 바로 ‘오독’과 그에 따라 파생된 다양한 상상, 그리고 저마다의 이해가 이 세상을 바꾸는 계기와 힘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다. 바로 때때로 건설적인 창조는 오해와 오독에서 탄생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참고한 책>

헤겔, 법철학 강요, 권응호 옮김, 홍신문화사 1994

헤겔, 법철학, 법철학강요, 미네르바, 올빼미, 황혼, 나래, 오독, 상상, 장황
posted at 2009/11/21 00:06: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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