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부 김동욱 기자입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자는 하루하루 역사를 쓰는 직업이라 매력이 더욱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가는 주제별로 역사관련 글들을 올립니다. 평소에 쓰는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보이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위와 풀의 역사라 부를수도 있을 것 같은데,그동안 읽은 역사서의 인상적인 내용들을 정리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설픈 글이지만 관심있는 독자님들과 의견 나누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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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병사들 ‘노는꼴’을 못보게 된 근원은?-규율 [테마별 ]
 

규율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모두 다 알듯, 군대에선 사병들이 가만히 노는(쉬는) 꼴을 보지 못한다. 잠시라도 빈둥거릴라 치면 하다 못해 청소를 시키던지 땅을 파게 하는 것.(군사 문화의 유산이 남은 상당수 직장에선 형태는 달라졌지만 내용은 비슷한 경우를 제대 후에도 경험할 수 있다.)

 ‘쓸데 없이 땅을 팠다가 다시 덮는 식’으로 대표되는 군대 문화가 케인즈식 유효수요 창출이론에 따라 마련됐을리는 만무한 것. 보통 무식한 ‘군발이’ 문화의 한심한 작태중 하나로 여겨지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이런 ‘노는꼴 못보는’ 군대문화도 나름 뼈대있는 족보가 있다. 

<나사우의 마우리츠. 사진출처:네이버카페 friderike>

 바로 수백년전 총포의 등장과 함께 근대국가가 성립되던 패러다임 전환기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구체적으로 근대 유럽의 군사력 증강은 총포 및 성채의 발달과 궤를 같이한다. 할레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창과 칼‘을 들고 싸우던 것에서 총과 대포를 활용해 싸우는 것으로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전쟁수행을 위해 요구하는 것도 달라졌다.

 전쟁에서 개인의 용맹함 보다 전쟁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전쟁의 승패는 거대한 인적자원과 물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제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변모돼 갔다.

 특히 전쟁관련 자원을 잘 통제해 효율적으로 전쟁에 임하기 위해선 징집된 군인들이 지휘에 잘 따르는 것이 가장 기본이었다.

 즉 징집된 장정들을 저마다 알아서 움직이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휘관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군인’으로 개조하는게 필수적이 된 것.

 이런 군인으로의 개조작업의 교본을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나사우 백작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 오라녜 공작 마우리츠(1567-1625)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합스부르크 왕가 소속이었다가 독립을 선언, 독립전쟁을 벌이던 상태.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과 물자를 가지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마우리츠는 세가지를 강조했다.

 첫째가 바로 삽질로 군인은 최소한 자기 몸을 방어할 수 있도록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방어벽을 만드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했다. 특히 이런 작업은 개인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집단적, 조직적으로 해야 했다.

 열심히 삽질을 한 결과, 성을 포위공격할 때 마우리츠의 군대는 사상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특히 마우리츠는 성벽 한곳에 집중 포격을 가해 틈을 만든 뒤 적군을 설득, 적군이 명예롭게 퇴각하면서도 성을 얻는 실리를 얻는 전술을 애용했다고 한다. 이후 유럽 전장에서 포위, 공격은 마우리츠의 방침을 받아들여 일종의 엔지니어링이 됐다고 한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군인의 자세나 생활과 관련해서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군인들이 아무 할 일 없이 노닥거리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주경철 서울대 교수의 설명. 주 교수에 따르면 마우리츠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 바로 게으름이었다고 한다. 결국 그에 대한 대책으로 별일 없을때는 땅을 파게 했고 ,땅 팔 일이 없으면 제식훈련을 하게 했다고 한다.

 두 번째가 제식훈련으로 병사들이 총을 장전하고 발사하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잘 분석해 각 과정을 몇 개의 기계적인 과정으로 구분해 반복연습을 통한 숙달의 경지에 오르게 했다. 마우리츠 이전에는 군인들이 발을 맞춰 이동하는 관념이 거의 없었지만 마우리츠 이후에는 부대의 이동과 사격 등에서 거의 모든 것을 지휘관이 통제하게 됐다. 특히 첫 번째 줄이 총을 쏜뒤 뒤로 이동해 장전하는 동안 두 번째 줄이 총을 쏘는 연속발사 방식을 마우리츠의 군대가 유럽전장에 도입하면서 승률을 크게 높였다.

 셋째로 마우리츠는 지휘관의 지시가 잘 전달되도록 부대 편제를 바꿔 500명 대대를 다시 중대, 소대로 나눠 전투에서 소단위 전투원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전체 부대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토록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근대 유럽의 군대는 개인의 용감성이 아니라 마치 기계 부속품처럼 반복된 훈련에 따른 일치단결된 협력 플레이를 하는 존재로 변해갔다.

 하지만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이같은 군대개혁도 나름 한계와 허점을 노출했고 그에 따라 부속품들의 숨통을 틀어주기 위해 도입된 게 행진할 때 박자를 맞추는 군가와 스트레스 해소용 술이었다고 한다. 17세기 이후 군대의 작은 톱니바퀴가 돼야 했던 군인들에게 날마다 일정량의 브랜디가 배급돼 조직에서 일탈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군복무할때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담배를 나눠주곤 했다.)

 이어령씨가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어린시절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정책 경험담을 전하면서 “닫힌 사회에서는 언제나 머리 나쁜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과 사람을 들볶는 것을 일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윗사람으로 앉아 있다”는 표현을 읽고 문득 비효율적이고 짜증나는 군대문화 추억의 일단이 자연스레 연상돼 관련 글을 뒤적여 봤다.

<참고한 책>

주경철, 문화로 읽는 세계사, 사계절 2005

버나드 로 몽고메리, 전쟁의 역사 1, 승영조 옮김, 책세상 1995

j. R. Halle, 'Armies, Nations and the Art of War' in R. B. Wernham(Edited), The New Cambridge Modern History Vol.3-The Counter-Reformation and Price Revolution 1559-1610,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1

Roger Lockyer, Habsburg and Bourbon Europe 1470-1720, Longman 1993

  

군대, 규율, 총포, 나사우, 마우리츠, 네덜란드, 삽질, 제식훈련, 이어령
posted at 2009/05/30 01:59:00 댓글(8)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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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ycat | 2009/05/30 18:43 | DEL | REPLY

아무 생각없이 하던 삽질에 그런 역사가 있었다니 몰랐네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동글기자 | 2009/05/30 20:25 | DEL

댓글 감사합니다.캔디캣님도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catdog | 2009/06/01 09:59 | DEL | REPLY

아무 생각없는 삽질문화, 차라리 그 시간에 병사들 영어라든지 기타 어학 공부 시키는게 낫겠다.
동글기자 | 2009/06/01 10:26 | DEL

catdog님/댓글 잘 읽었습니다.의견 감사합니다.
11loveme11 | 2009/06/02 09:10 | DEL | REPLY

공감합니다 ^^
동글기자 | 2009/06/02 10:20 | DEL

11loveme11님/의견 감사합니다.^^
저분이 | 2009/06/17 23:06 | DEL | REPLY

행보관의 시초군요.
동글기자 | 2009/06/18 00:22 | DEL

저분이님/예 그렇습니다.우리 모두의 공동의 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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