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부 김동욱 기자입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자는 하루하루 역사를 쓰는 직업이라 매력이 더욱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가는 주제별로 역사관련 글들을 올립니다. 평소에 쓰는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보이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위와 풀의 역사라 부를수도 있을 것 같은데,그동안 읽은 역사서의 인상적인 내용들을 정리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설픈 글이지만 관심있는 독자님들과 의견 나누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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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레트와 ‘겨털녀’의 탄생-면도 [테마별 ]
 

면도


 ‘겨털녀’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쭉 있었지만, 사람들이 ‘겨털녀’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00년이 채 안된다.

 바로 여성들, 그것도 미국 여성들이 상업광고의 영향으로 1915년경부터 면도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역설적으로 ‘겨털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당연히 겨드랑이 털은 자연스런 존재로 ‘제거’라는 특별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슈피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테레사 리오단에 따르면 1차 대전 이전까진 겨드랑이 털은 미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의복구조상 털이 난 겨드랑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내실이었는데 그곳에선 겨드랑이 털을 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그렇지만 수영복의 보급과 일상 패션에서 노출이 늘면서 일부 상류층 여성들이 겨드랑이 털을 미는 유행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작업을 위해 여성들은 일회용 면도날을 넣은 안전 면도기에 주목 하기 시작했고, 때마침 면도기 회사 질레트는 새로운 여성용 제품인 ‘마이 레이디’면도기를 선보이며 이런 유행을 주도했다.

 당시 질레트 광고는 겨드랑이 털을 노골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토가처럼 생긴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머리위로 팔을 들어 올려 털을 제거한 매끈한 겨드랑이를 자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어 대대적인 겨드랑이 캠페인이 시작됐다. 질레트는 상류층 잡지인 ‘하퍼즈 바자’지에 거의 4년동안 이나 지속적으로 “겨드랑이 털을 밀어야 한다”는 광고전을 시작했다.

 이 기간동안 제모에 관한 광고중 72%는 겨드랑이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한다. 또 질레트 영업부서는 마이레이디 면도기가 “팜비치,버지니아 온천,기타 휴양지에서 자발적인 잦은 요청이 쇄도한 끝에 나오게 됐다”라는 얘기를 강조하라고 지시받았다고 한다. 당시는 아직 빅토리아 시대의 점잖은 분위기가 남아있던 탓에 털 이야기를 직접 끄내긴 민망했던 시절. 이에 따라 질레트사는 영업사원들에게 ‘면도’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고 “매끈하게 한다”라는 말을 쓰도록 교육시켰다.

 사실 질레트는 마이레이디가 “매끈한 겨드랑이를 얻기 위한 가장 안전하고 위생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제품은 남성용 면도기보다 크기만 약간 작을 뿐 거의 차이가 없는 제품이었다.

 이에 따라 역사가들은 질레트가 여성을 상대로 한 새 시장을 스스로 열었는지,아니면 소비자의 강력한 수요에 반응한 것인지는 불분명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바로 마이레이디 모델이 질레트의 사업을 순식간에 급성장 시켰다는 점이다. 질레트는 마이레이디가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1916년 78만2000여개의 면도기를 팔았는데 이는 여성용 제품이 갖춰지지 않았던 2년전 판매 수치보다 두배나 높은 것이었다. 이어 1917년엔 면도기 판매량이 1백만개를 넘어섰다.

 이어 겨드랑이를 면도하는 습관을 대중이 완전히 받아들이는 데는 그로부터 약 5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1922년이 되면 미국의 유통거인 시어즈 로벅 카탈로그에는 얼굴,목,팔 이외의 부분의 털을 없애는 데 사용하라고 제모 용도의 제품들을 소매가 비치는 드레스와 함께 소개되기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여성들은 20세기 들어 여러 상업적 목적으로 새로 창출된 새로운 문화와 규범으로 인해 가글링을 해서 구취를 방지하고, 천 대신 종이로 만든 생리대를 사용하고, 두루마리 화장지를 구입해 집안을 위생적으로 가꾸고, 데오드란트를 사용해서 체취를 제거하도록 권유받았다는 게 테레사 리오단의 분석이다.

 질레트가 여성제모 시장이라는 새시장을 창출하며 매출을 두배 이상 키운지 백여년이 흘렀다. 오늘날 나의 소비는 어떤 회사들이, 어떻게 창출한 시장인 것일까. 문득 세면대 위에 놓인 면도기를 바라보다 면도기와 관련한 블루오션의 역사가 떠올라 기록을 정리해 봤다.


<참고한 책>

테레사 리오단, 아름다움의 발명, 오혜경 옮김, 마고북스 2005



겨털, 제모기, 면도기, 질레트, 마이레이디, 시장창출, 제모
posted at 2009/10/30 02:00:00 댓글(11)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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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ycat | 2009/10/30 04:02 | DEL | REPLY

ㅎㅎ
면도기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네요^^
질레트 대단하네요 ~
동글기자 | 2009/10/30 10:23 | DEL

candycat님/그러게 말입니다.덕분에 관련 시장이 엄청 커졌죠^^..댓글 감사합니다.
dramatique | 2009/10/30 08:54 | DEL | REPLY

나는 소위말하는 철사수염이 있는데 질레트가 나를 웃게 만들었습니다.피나는 턱을 피안나는 턱으로 만들어준 질레트 2중날..지금은 초음파5중날이지만 ,,
동글기자 | 2009/10/30 10:24 | DEL

dramatique님/저는 안전날이라도 간혹 다칩니다.수염도 별로 없지만 이상하게 사각지대가 남아서,,간신배처럼 한쪽만 수염이 몇가닥 살아남곤 하구요,,ㅎㅎ,,,빨리 좋은 제품 나왔으면 하네요.감사합니다.
로즈마리 | 2009/10/30 09:26 | DEL | REPLY

다년간 제모를 해온 달인으로서 말씀드리자면 겨드랑이 제모 면도기는 정말 비추입니다
깔끔하게 되지 않기때문이죠 ..식물성 본드를 발라서 천을 대고 떼어내는왁싱이
최고에요 요즘은 바비리스에서 왁싱제품이 간단하게 나와서 사용하기
아주 편리 하더라구요 ..예전에는 다리털은 밀 생각도 안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다리털을 밀지 않으면 스스로가 미개인이 된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기자님 글을 읽으면서 곰곰히 내가 왜 그런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연구해보니
예전 미드에 중독 되었을당시부터 드라마에 나오는 여배우들로부터 학습 되어진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리털을 밀지 않으면 예의에 벗어나는 듯한 장면들을 간혹 봤거든요
예전에 어느 잡지에서 미국여자들이 애인과 오래사귀면 좋은점이 뭐냐는 설문조사에
다리털을 밀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기억에 남더라구요
동글기자 | 2009/10/30 10:25 | DEL

로즈마리님/헉 말씀만 들어도 좀 무섭습니다.^^...다덜 고생이 마느시군요.ㅋㅋㅋ
지상담병을 거부한다 | 2009/10/30 09:50 | DEL | REPLY

창조론을 믿든 .진화론을 믿든.. 여성들이나 남성들의 면도는 신의 뜻에 거스리는 행위가 아닐까요.
ㅎㅎㅎ
창조론을 믿는 사람이라면..당연히 신께서 주신 선물을 간직해야죠
진화론을 믿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진화에 의해서 털은 사라지도록 기다려야 하겠죠.
물론, 그 시기가 당대에 후대에 이루지지 않아도.
지금까지는 농담이고요
동글기자 | 2009/10/30 10:26 | DEL

지상담병을 거부한다님/하하,,,아침부터 날카로운 시각 보여주셔 감사합니다.^^
지상담병을 거부한다 | 2009/10/30 09:55 | DEL | REPLY

신의 뜻이든, 진화가 계속되어도
털은 털의 용도가 있다는 사실이죠.

개인적으로 진화론을 믿습니다.
그 진화의 속도가 더딘다고 해도 필요없는 털은 자연 소멸된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털은 털의용도가 있습니다.
아랍세계에서는 콧수염을 기르는 이유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누구는 남성의 귄위의 상징이다라고 하는데 )
먼지때문입니다.
그리고 겨드랑이 털 역시 지금은 용도가 폐기될정도이지만. 과거엔 꼭 필요했습니다.
마찰력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냄새제거용이죠.
남여의 음부에 있는 털의 역할과 같은 개념이고요.

가장 큰 머리털은 역시 엄청난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눈섭역시 그 기능이 점점 소멸되어도 아직까지는
머리털 역시 그 기능이 점점 소멸되어가고 있지만.
속눈썹 역시 그 기능이 변형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 진화가 덜 된것은 서양 남성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가슴털이겠죠.
용도 폐기되어야 할 가슴털이 ...
그래서 진화의 단계가 흑인 => 황색인 = > 백인순서로 라고 하더군요.
인류의 조사은 아프리카...
지상담병을 거부한다 | 2009/10/30 09:56 | DEL | REPLY

용불용설에 입각하면
가장 먼저 소멸될것은 머리털이겠죠.
그리고, 가장 진화될 부분은 음부의 털이 아닐까요.
동글기자 | 2009/10/30 10:27 | DEL

진화와 관련한 말씀 잘 읽었습니다.앞으로 어캐 될지 궁금하긴 하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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