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菜根譚 前集002)
涉世淺,點染亦淺。歷事深,機械亦深。
故君子, 與其達練,不若朴魯。與其曲謹,不若疎狂。
전집 두번째 장. 세상을 건넌다는 표현이 아름다운 장입니다.
역시 위 1,2 문장은 대구입니다.
"섭세(涉世) 淺(천)하면 點染(점염) 또한 淺하고, 歷事(역사) 深(심)하면 機械(기계) 또한 深하다."
涉世란 세상을 건넌다, 즉 세상살이를 말합니다. 點染이란 점찍는 일과 색칠하는 일. 歷事란 경험, 機械는 요새말과 같이 틀, 장치를 가리키는데, 그뜻에서 유추하여 계략, 속임수를 뜻합니다. 그래서 "세상 사는 경험이 얕으면 세속에도 덜 물들지만, 경험이 깊을수록 세상사는 잔꾀도 깊어진다."
3문장. "故(고)로 君子(군자)는 達練(달련)보다는 朴魯(박로)하고, 曲謹(곡근)보다는 疎狂(소광)한다."
君子는 '인격이 훌륭한 사람' 孔子학파에서 즐겨 쓰는 '君子-小人'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본래는 사회경제적 계급을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후대로 내려오면서 매우 윤리적인 내용으로 고착됐습니다. '與其(여기) A 不若(불약) B'는 'A보다는 B가 낫다'는 구문. 달련은 유창하고 세련된 모양, 곡근은 약삭빠르고 소심한 모양. 이에 반해 박로는 고지식하고 우둔한 모양, 質朴(질박)과 같은 말이고, 소광은 疎脫(소탈)과 같이 어디에 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모양.
"그러므로 인격자는 능란하게 살기보다는 질박하게, 비굴할 정도로 약삭빠르게 살기보다는 소탈하게 살아간다."
세상살이를 말할 때 요즘은 處世(처세)를 대표적으로 씁니다. 처세의 달인, 처세술 따위가 그렇습니다. '세상에 처함' 정도의 뜻입니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세상살이를 강건너는 일에 자주 비유했습니다. 그들에게 강과 바다가 주는 이미지는 세상을 갈라놓는 가장 큰 장애물 내지 경계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을 살다 저 세상으로 가는데 강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한국의 전통적 생사관에 이승과 저승을 갈라놓은 강물이 곧 黃泉(황천)인 것이 그렇습니다. 불교의 到彼岸(도피안) 역시 이쪽 기슭(此岸; 色界)을 건너 저쪽 기슭(彼岸), 진리의 세계에 닿는 것이 목표입니다. 건넌다는 이미지는 동양만의 것이 아닙니다. 유대교에는 "이 세상은 다리, 거기에 머물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과정일 뿐인 이승인데 여기에 재물을 쌓고 안주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우리가 석양을 배경으로 배를 젓는 沙工(사공)의 이미지에 쉽게 매료되는 것은 바로 渡世(도세)라는 문화 DNA를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200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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