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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근대혁명기의 문호 루쉰(魯迅)은 평생을 반봉건문화와 맞서 싸운 비판적 지성이었습니다. 일본 유학중이던 그는 한 필름뉴스를 보다가 외국인에 의해 동족이 무참히 목잘리는 광경을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로 쳐다보는 중국인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당장 의학공부를 중단하고 귀국합니다. 중국인의 신체의 병보다 마비된 정신을 깨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아Q정전』『광인일기』같은 초기 작품은 이런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후 그는 현실 평론이라는 더욱 직접적인 사회참여로 방향을 틀면서, 줄곧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인 삶을 살았습니다.

 죽음을 앞둔 그는 깐깐한 성격만큼이나 사무적인 유언장을 남겼는데,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노신전집에 실려 있습니다.

 

 

 만약 내가 재산많은 귀족이라면 자식이나 양자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유언장을 쓰라고 종용했겠지만, 아무도 여태껏 나에게 그런 것을 쓰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쯤은 남길 생각이다. 가족들에 대해 몇가지 생각했던 것을 여기에 적는다.

 

 1. 장례 때 옛친구들 말고는 아무한테도 돈을 받지 말라.

 2. 모든 일을 빨리 해치워라. 나를 묻어버리고 끝내라.

 3. 추도식 따위는 하지 마라.

 4. 나를 잊어버리고 너희들 자신의 일이나 잘 살펴라. 안 그러면 너희들은 어리석다.

 5. 자식들이 커서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조그만 일자리를 찾아줘라. 하지만 이유 불문, 허울좋은 소설가나 예술가는 되지 않도록 해라.

 6.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7.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 말고, 복수를 반대하고 인내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도록 해라.

 

 몇가지 더 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구나.

 서양에서는 사람이 죽을 때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자신도 용서를 구하는 의식이 있는 걸로 안다. 지금 나에게는 적이 많다. 서양물을 먹은 사람이 그런 의식에 대한 내 생각을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좀 생각해보고 결정하겠지만, 적들이여, 나를 계속 미워하라. 나도 결코 적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임종의식도 없이 나는 단지 이렇게 말없이 누워 때때로 고통스러운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 이게 죽음이라면 죽음은 결코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비록 최후의 진통이 이렇게 평온한 것이 아니라 해도 내 일생에 꼭 한번 일어나고야 말 일이라면 나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1936년 9월 5일)


 

 

 그는 이 「죽음」을 쓴 보름뒤인 19일 여명 지병인 결핵으로 고단했던 55년의 삶을 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