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파트도 브랜드 시대다. 과거처럼 아파트 건설업체 명칭 그대로 아파트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브랜드명이 존재하고 이 아파트 브랜드가 아파트의 가치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삼성 아파트가 래미안 아파트가 되고, 대우 아파트가 푸르지오 아파트가 되는 식이다.
그런데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만 새로운 브랜드가 사용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도 새로운 브랜드로 바꾸어 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아파트 외벽을 새로이 도색하고 브랜드만 바꾸면 새로운 아파트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오고 브랜드 가치에 따라 가격도 저절로 상승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서울의 모 아파트가 아파트 건설업체 및 입주자들의 사전 동의를 얻어 아파트 명칭 변경을 신청했다가 관할 구청에서 이를 거부함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명칭 변경을 둘러싼 법적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래에서는 아파트 명칭 변경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을 간략히 적어보고자 한다.
1. 아파트 명칭과 건축물대장
건축물대장이란 시장, 군수, 구청장이 건축물의 소유, 이용 상태를 확인하거나 건축정책의 기초로 활용하기 위하여 건축물 및 그 대지에 관한 현황을 기재한 서류이다(건축법 제29조제1항). 이러한 건축물대장은 아파트와 같은 건축물이 완공되어 건설업체가 제출하게 되는 사용승인에 관한 서류에 의하여 시장, 군수, 구청장이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건축물대장의 기재 및 관리등에 관한 규칙 제5조).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단지의 경우에는 집합건축물대장이 작성되는 데, 집합건축물대장은 전체의 건축물 명칭, 건폐율, 용적률, 건축물 수, 총 호수, 총 주차대수 등을 기재한 총괄표제부와 한 동의 명칭 및 번호, 건축면적, 연면적, 구조, 층수, 높이, 지붕의 형태, 승강기 수,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의 성명 또는 명칭 등을 기재한 표제부와 1세대의 호 명칭, 전유부분 및 공용부분의 면적, 소유자 현황을 기재한 전유부분의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집합건축물대장 중 총괄표제부에는 주택단지 전체의 명칭이 기재되고 동 표제부에는 한 동의 명칭 및 번호가 기재되는 것이므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파트 명칭을 변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집합건축물대장상에 기재되어 있는 전체 건축물의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다.
2. 사람 이름의 변경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는 호적법에 따라 출생한 날로부터 1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게 되고(호적법 제49조) 이 경우 호적부에 아이의 성명이 기재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평생 동안 호적부에 기재된 성명을 사용하여야 하고 불가피하게 개명의 필요가 있을 때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반드시 받도록 되어 있다(호적법 제113조).
과거 법원은 개명 허가에 매우 인색하여 사실상 개명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었지만 최근에는 ‘개똥이’, ‘끝순이’ 등 일반 사람들로부터 쉽게 놀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름들을 개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추세이다.
3. 아파트 명칭의 변경
결국 사람의 이름이 아파트 명칭과 같은 것이라면 건축물대장은 호적부와 같은 것이며, 사람의 개명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과 같이 아파트의 명칭 변경에도 합당한 이유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의 개명이나 아파트의 명칭 변경이 자유롭지 않다고 하는 것일까? 일단 사람의 이름을 짓거나 아파트 단지의 명칭을 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자유의사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호적부 또는 건축물대장상에 성명 또는 아파트 명칭이 기재되면 이에 터 잡아 각종 공법상의 권리의무관계가 성립된다. 즉 아파트가 완공되어 새로운 건축물대장이 작성되고 이에 따라 아파트의 명칭이 건축물대장에 기재되면 이에 터 잡아 건물등기부가 작성되고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세입자의 주소도 이에 따르게 되는 등 모든 공법적 관계의 기초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서면 아파트의 명칭 변경은 아파트 소유자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사적 자치의 영역에 전적으로 속하는 것이 아니라 공법적 통제 속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 반영하여 건축법령은 건축물의 증축, 개축, 재축, 이전, 대수선 및 용도변경에 의하여 건축물의 표시에 관한 사항이 변경된 경우에만 건축물대장 기재내용을 변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건축법 제29조제1항제3호, 건축법 시행령 제25조제3호, 건축물대장의기재및관리등에관한규칙 제2조제1호). 물론 동 조문들은 증축, 개축 등에 따라 건축물의 면적, 층수, 높이 등의 실체적 변경이 수반되는 경우를 전제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지만 아파트의 명칭변경 역시 건축물의 표시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증축, 개축 등 건축물의 실체적 변경이 수반되는 경우에만 아파트 명칭 변경이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실정법상 옳은 해석론으로 보인다.
4. 입법적 방향
현행 법령 해석상으로도 아파트의 명칭 변경이 자유롭게 허용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적법은 개명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에 아파트의 명칭 변경에 대하여는 주택법령이나 건축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아파트 명칭 변경 시 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인지, 어떠한 경우 아파트 명칭 변경이 허용되는 것인지 등을 둘러싸고 행정청과 아파트 소유자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입법적 조치를 신속히 취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볼 수 있다.
한경닷컴 부동산 리더스 / 강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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