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증시의 데탕트
2009.04.01 00:18 Edit
주식시장이 싸늘한 냉전시대를 넘어 해빙무드를 맞고 있다.국내 증시는 데탕트(긴장완화) 분위기 속에 4월 장을 맞는다.코스피지수는 어느덧 1200선을 훌쩍 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한동안 안전자산으로만 흘러들었던 투자자금이 다시금 증시를 기웃거리고 있다.수급 측면의 데탕트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개인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고객예탁금은 3월30일 기준 13조28억원으로 늘어났다.예탁금이 13조원을 웃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 11월9일(13조2406억원)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3월 한달 동안에 2조7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8월 8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늘어난 셈이다.
2~3년 전의 경우를 돌아보자.2006년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1300~1400대에서 조정을 보이자 13조원 수준이던 예탁금은 8조원대로 줄어들었다.이듬해 상반기에 지수가 치솟자 2007년 6월엔 16조원에 육박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2007년 4월의 1500선에서 7월 2000선을 넘는 동안 외국인들은 오히려 5조원 넘게 순매도했다는 사실은 주목된다.지금은 외국인들이 일방적인 매도를 멈춘 상황이어서 증시의 유동성 측면에선 당시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
지난달(27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1조472억원이 순유입됐다.올 1월과 2월에 각각 8643억원,715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주가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 불안한 구석이 많기는 하지만 실물경기 측면에서도 봄기운이 느껴진다.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경기선행지수는 0.5% 올라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국내 경기가 머지않아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고하는 지표다.모건스탠리도 3월31일 내놓은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한국 상장사들의 올해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지난주 -4.2%에서 -0.5%로 3.7%포인트 상향조정한 점도 긍정적인 분석이다.
더구나 내로라하는 투자고수들이 자신을 잃고 많은 전문가들이 비관론에 빠질 때가 바로 주가 바닥을 알리는 신호라는 점도 주목된다.바로 ‘투자의 귀재’로까지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 이달초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을 보더라도 그렇다.지난해 서한에서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고까지 호기를 부렸던 버핏이 이번엔 “미국 경제가 과거에 겪었던 것보다 더 큰 고통을 맞고 있다”는 입장으로 돌변했다.그는 심지어 “나는 지난해 어리석은 투자를 했다”는 고백마저 털어놓았다.원유값이 최고 수준에 달했을 때 에너지회사 코노코필립스 주식을 대거 사들였고,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한 아일랜드 은행 두 곳에 2억4400만달러를 투자했다가 연말엔 약 90%의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비단 투자의 노장 만이 아니라 단기수익을 늘려 주가를 높이는 데 주력했던 ‘경영의 귀재’마저 자신을 경영철학을 뒤집고 있다.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이달 중순 한 인터뷰에서 “주주가치를 경영전략으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주주가치는 경영진에서 근로자까지 종합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지난 81년부터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나기까지 20년 동안 줄곧 돈 안되는 사업을 처분하고 공격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을 늘리라고 강조했던 그였음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기업이 단기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미래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육성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어려울 땐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적정주가를 산정하는 고전적인 이론인 ‘고든 모델’을 보더라도 이제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마이런 고든(Myron J. Gordon) 박사가 지난 60년대 초에 만들어낸 공식으로,‘이듬해에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당금’을 ‘기대수익률에서 배당성장률을 뺀 값’으로 나눠 주가를 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결국 주가는 배당금이나 배당성장률에 비례하고 채권수익률 등의 기대수익률에 반비례한다는 얘기다.지난해는 끝을 모를 경기침체 속에 배당금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올해는 경기회복과 함께 소폭이나마 다시 배당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기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어서 주가의 레벨업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어서 주가엔 긍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정부에서 경기침체를 차단하기 위해 추진중인 약 30조원 규모의 ‘슈퍼 추가경정예산’도 주식시장의 봄기운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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