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無十日紅.
10일 붉은 꽃은 없다고 합니다. 어제는 이 말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지난해 신정아게이트라는 엉뚱한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유명세를 탄 '경희궁의 아침' 인근의 한 밥집에서 대기업 고위 임원 한 분을 만났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사건의 1심 재판 판결이 있던 날, 경희궁의 아침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지요.
대기업 임원 A씨를 처음 만난 건 7-8년 쯤 전입니다. 당시 그는 '저렇게 처신해도 되냐' 싶을 정도로 적어도 그 회사 내에서는 거칠게 없어 보였습니다. 오너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온몸에서 자신감이 넘쳐 흘렀습니다. 주변의 시기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몇년 만에 다시 본 그는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어느듯 5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 탓인지 몰라도 기운이 빠진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회사 내에서 비록 핵심은 아닐지라도 겉으로 보기에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자리를 맡고 있는 그였지만 예전의 그 자신감은 어디서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묻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오너의 신임이 예전같지 않을 수 있을 테고, 의욕을 갖고 또다른 무엇을 시작하기엔 제반 여건이 녹록치 않았을 수도 있을 테지요. 그리고 본인 말마따나 어느날 갑자기 암에 걸려 세상을 뜨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요.
웬지 슬프더군요. 무서우리만큼 자신감 넘치고 저돌적이던 사람을 몇년만에 다시 만났는 데, 힘빠진 촌로(村老)같은 모습으로 변해있다니요. 저렇게 변할 것을 그때는 왜 그렇을까요. 혹 후회하지는 않을까요. 알수없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뜬금없이 '花無十日紅'…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人不百日好(인불백일호)라는 말도 있지요. 사람의 좋은 날도 100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하긴, 제1의 권력 대통령 자리도 5년이면 끝이지요.
그 저녁자리를 파하면서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비록 내세울 게 없지만요.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의욕적으로,그리고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이 됐건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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