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기자들 “인터넷이 편집국”
지면 제작 막히자 블로그·게시판에서 활약

회사의 직장폐쇄로 두 달 가까이 지면제작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시사저널 기자들이 블로그와 인터넷 게시판에 자체 생산한 기사를 올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포털사이트 다음 블로그에 ‘시사저널 거리편집국’(blog.daum.net/streetsisajournal)을 차리고 직접 취재한 기사와 취재후기 성격의 글들을 올리고 있다.

거리편집국은 회사의 ‘직장폐쇄’와 ‘대체인력에 의한 잡지제작’이라는 유례없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자들이 글을 쓸 곳이 필요해 인터넷에 만든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에 올린 기사가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 등으로 옮겨지고 포털에서 주요하게 편집되면서 종이신문이 받아쓰는 일도 생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희상 기자가 지난 12일 거리편집국에 올린 ‘제이유 수사’ 특종 기사다. <제이유 수사검사 녹음테이프 폭로한 강정화씨 인터뷰>와 <제이유 사건 검찰 녹음테이프 폭로사건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블로거가 작성한 뉴스형식으로 미디어다음 ‘블로거가 만든 뉴스’에 실렸다.

 

비슷한 시점에 오마이뉴스에도 공개됐으며, 이 기사는 뉴스공급계약을 체결한 포털사이트로 다시 전송됐다. 이 기사는 종이신문에도 반향을 일으켜 문화일보가 같은 날 3면 머리기사에서 받기도 했다.

이철현 기자가 지난 21일 삼성의 경영방식과 로마의 통치방식을 비교해 쓴 <로마는 세습으로 망했는데 삼성은 괜찮을까> 기사도 ‘블로거가 만든 뉴스’ 머리기사로 오르자마자 댓글이 200여개 달리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는 “이번 사건은 시사저널만의 특수성이 있지만 기자의 저널리즘 행위가 단지 자기 매체 안에서만 행사돼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 흥미로운 사건”이라며 “매체들이 이런 변화를 수용할 것인지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 2007.2.28. 김상만 기자

 

덧글 : 이 기사와 관련 27일 오후 김상만 기자와 전화 인터뷰가 있었다. 나는 시사저널 거리편집국이 갖는 의미는 정체성 및 소통, 콘텐츠(저널리즘)의 이슈를 제기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메일로 생각을 덧붙여서 전달했는데 그 내용을 부분 게재한다.

 

"세 가지 이슈를 제기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기자가 종사하고 있는 뉴스조직의 한계(시간, 공간)를 벗어나 활동하는 행위가 저널리스트로서, 저널리즘으로서 손색없는가.
 
만약, 뉴스조직의 지휘를 벗어나서, 뉴스조직의 톤(논조)를 벗어나서 활동하는 행위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렇게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는 조직을 이탈하는 탈조직화는 기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묵중한 이슈를 제기합니다.
 
다른 하나는, 소통방식의 문제입니다.
 
전통적인 기자는 데스크와 물리적으로 소통하고, 또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매체와 소통하는 형태로 한정되는 등 제약이 있었으나 현대의 기자는 다양한 소통 창구를 가지며 이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독자와 바로 소통하거나 시장(플랫폼/포털)과 직접 연결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소통방식을 취할 수록, 기자는 뉴스조직에서 떨어져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기자와 데스크, 기자와 독자, 기자와 시장의 소통방식이 더욱 역동적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습니다.
 
끝으로는 콘텐츠의 문제입니다. 다루는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이 자신이 종사하는 매체의 규정을 벗어나게 됩니다. 활자매체의 기자가 인터넷으로는 영상, 음성 등을 표출할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의 분량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옭아매던 조건들을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네트워크화한 유통시장에서 복제, 재가공, 유통을 거듭하면서 전혀 다른 영향력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상과 같은 이슈들은 기자들이 변화하는 다매체다체널 환경에서 새로운 저널리즘의 주제들을 제기합니다.
 
기자는 매체(에 소속된) 종사자인가?
 
기자는 다양한 윈도우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가?
 
뉴스조직은 기자의 규정과 활동범위, 저작물 등을 제한하거나 확대하는 등 복무 내용 전반에 대한 재정의를 해야 하는가?
 
저널리즘은 다양한 윈도우에서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
 
등 많은 질문들이 기성 매체와 그 기자들 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물론 이번 시사저널 거리편집국은 시사저널 내부의 문제에 의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KBS 황우석 취재기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려던 한 PD의 시도처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새로운 윈도우가 활용될 가능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이미 많은 경우에서 기자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매체를 벗어나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블로그에서 기자들은 새로운 소통방식과 유통의 흐름을 확인하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자는 단순히 글(기사)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사의 소통과 유통 방식을 고민하는 전략가입니다.
 
기자들은 독자들과 더 많이 더 자주 만나야 하고 콘텐츠의 유통과 영향력, 부가가치화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들에 대해 기존 뉴스조직이 어떻게 대응해갈 것인지 주목된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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