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다음의 ‘아고라’가 신문기업과 포털 사이의 빙벽을 깨는 못이 됐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 파문으로 들불처럼 번진 촛불시위 과정에서 일부 신문의 논조에 불만을 가진 네티즌들이 ‘아고라’에서 광고주 대상의 불매 운동을 펼쳐 신문기업을 군색하게 밀어 붙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지난 7월부터 한달 사이에 국내의 유력 신문사 다섯 곳이 뉴스 공급을 중단했다. 전에 없이 신속하고 전격적인 공급 중단의 파장은 신문업계 전체를 동요시켰다. 포털의 권력 남용(?)을 집중 성토하는 보도가 터져 나왔으며 규제 제도 도입의 여론몰이가 이어졌다.

 

사실 ‘아고라’만 아니었다면, 아니 ‘쇠고기’ 문제가 아니었다면 신문사와 일부 포털사업자간 공동 비즈니스모델이 실현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지난 5월 문맥광고를 비즈니스 모델로 내세운 뉴스뱅크협의회(이하 뉴스뱅크)와 국내 2대 포털사업자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혼례(계약)’를 치르기로 하고 날을 받아뒀었다.

 

뉴스뱅크는 조선, 동아, 한국경제 등 기존 10여개 참여 신문사 외에 제휴선을 확대해 40여곳까지 늘려 사업 성공의 기대치를 높여 왔었다. 뉴스뱅크 모델은 이용자들이 기사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포털과 약속된 광고 인벤토리에 기사와 매칭이 되는 광고를 게재해 분배하는 것이다.

 

공동 비즈니스 구현 코앞에서 ‘촛불’

 

따라서 아고라나 카페 등 이용자 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 중인 다음과 뉴스뱅크의 제휴는 ‘꿩 대신 닭’의 성과를 내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또 이러한 공동 사업화가 다른 포털사업자 즉, 네이버를 압박할 수도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뉴스뱅크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보도사진 판매를 위해 ‘뉴스뱅크 이미지’, ‘뉴스뱅크 미니’, ‘뉴스뱅크 RSS' 등 다양한 모듈을 개발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친 상태였다. 사실상 뉴스 콘텐츠 저작권을 기반으로 하는 광고 사업으로 인터넷 유통 시장에서 마지막 기회를 본 것이다.

 

물론 동아일보가 지난 4월 NHN과 디지타이징 및 기사 공급 장기 계약을 맺는 등 포털과의 관계 설정에서 서로 다른 전선이 형성된 것은 언론계로서는 뼈아픈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경향, 한겨레, 매경을 포함 총 4개 매체가 NHN에 ‘상생모델’이라는 빌미 하에 장장 5년간 발목을 잡히게 됐기 때문이다.

 

NHN과 본 계약을 맺은 신문사들조차도 달콤한 꿀맛은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과거 기사 자원에 대한 디털화가 중요한 일이기는 했어도 5년 동안 콘텐츠 공급을 확약한 것은 실수”임을 공공연히 자인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구글과 ‘아웃링크’를 전제로 하는 공동 제휴 모델이 깨진 것도 후회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언론사-구글 제휴모델을 깨는데 활용된 과거 기사 디지털화를 추진해야 할 NHN은 관련 비용이 증가하고 향후 수익성을 낙관할 수 없는 예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NHN과 본 계약을 맺은 한 신문사 관계자는 “서로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고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포털 규제 압박이 강도를 높이고 있어 언론사들의 행보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5월 NHN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규정하면서 포문을 연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한나라당 등이 한 목소리로 규제제도를 시사해 언론-포털 관계 설정에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포털 규제 찬성하지만 방법론은 무성

 

일단 신문사들은 포털사업자들과 공존 공생과 관련된 협의에 본격 착수하기보다는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뉴스 공급을 중단하고 있는 언론사들 역시 ‘재개’보다는 정부의 포털 규제 흐름을 지켜보자는 쪽이다. 하지만 규제 제도가 가지는 맹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

 

7월말 구성된 한국신문협회 포털TF도 “포털은 언론이 아니기 때문에 신문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정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3의 법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포털TF에 참여하고 있는 한 신문사 관계자는 “포털 규제 지상주의가 언론사를 살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며 현실론을 피력했다.

 

포털 규제 발의 법안 중에는 현재의 포털 뉴스 서비스를 못하게 하는 것도 있다. 포털 초기화면 뉴스 비중이 50% 미만일 경우 ‘기타인터넷간행물’이 돼 보도, 여론조성 기능을 할 수 없도록 한 신문법 개정안은 대표적이다. 포털 플랫폼을 활용해 광고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언론사들로서는 동의만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이 실질적으로 희망하는 것은 포털의 뉴스 편집권 남용을 차단하는 부분인데 이것을 법안에 담는 것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포털 뉴스 서비스의 특성상 인위적인 편집이 아닌 자동 편집이 될 경우 인터넷 뉴스 부문에 전력 투자를 한 대형 신문사와 통신사 위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즉, 포털 뉴스 편집권만 겨냥했을 경우 소수 언론사만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면 디지털 뉴스 콘텐츠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입법 단계부터 신문업계의 의견을 반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사 공동 비즈니스 모델인 뉴스뱅크에 앞서 뉴스 저작물에 대한 신탁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언론재단의 뉴스코리아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뉴스뱅크는 콘텐츠 유통과 광고를 함께 포괄하는 것으로 포털과 저작권 보호라는 선행 작업이 필요한 만큼 법적인 뒷받침이 된다면 그만한 원군도 없다고 하겠다.

 

콘텐츠 유통과 광고, 두 마리 토끼 잡기

 

뉴스뱅크는 8월 초 이용자가 블로그, 카페 등에서 합법적으로 뉴스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 서비스를 10월중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은 드림위즈,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등 중소 포털사이트다. 당연히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사업자를 의식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9월 중순 현재 포털사업자들과 공개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포털 관련 규제제도 도입이 기정사실화하고 있어서다. 뉴스 서비스의 큰 변화도 예상되고 있어 포털사업자들은 지나친 규제가 인터넷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물론 메이저 포털사이트는 혁신적인 서비스 방안을 조기에 공개하는 등 정치권과 언론의 대포털 공세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로부터 ‘편파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려온 네이버는 지난 6월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을 통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다독이면서 말문을 열었다.

 

네이버가 공개한 획기적인 서비스 개편 방안인 오픈 캐스트(Open cast)의 경우 개방형 정보 유통 플랫폼 전환을 골자로 하고 있어 발표 초기 시장 내 큰 반향을 불러 모았다. 또 완전히 편집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던 초기화면 뉴스 편집은 이용자에게 완전히 넘기는 것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다음도 가세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 내용을 수용, ‘아고라’ 서비스에 대해 엄격한 모니터링에 들어가는 한편 차기 계약시점부터 인링크와 아웃링크를 구분 적용하고, 뉴스페이지 내 배너광고의 매출을 배분키로 하는 새로운 온라인 뉴스 유통구조를 제안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실현됐을 경우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반응이다. 특히 포털사업자가 뉴스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이번 기회에 강화되는 저작권 보호를 기반으로 뉴스 유통 시장 내 주도권을 쥐려고 하지만 포털사업자의 시장 수성 의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저작권 지키면 돈된다“ 뒤늦은 결속

 

언론사가 포털사이트에 완벽히 장악된 것은 비단 트래픽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에서도 우열이 판가름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포털 뉴스 서비스가 전통매체보다 신뢰도가 높다는 이용자 인식 조사 결과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것을 인터넷 생태계 파괴로 규정한 언론사들이 저작권자와 유통사업자간 상생으로 신생태계 구축을 이뤄야 한다고 자각한 것은 때늦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언론사들은 단순 판매보다는 유통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웹2.0 환경을 자각했다.

 

뉴스뱅크의 경우 OSP에 뉴스를 전면적으로 개방해 매쉬업(Mash-Up) 서비스를 지원하고, 이용자가 뉴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오픈 뉴스 네트워크’를 기초로 하고 있다.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서 저작물의 합법적인 이용을 허용하는 저작권자와 유통사업자간 협업모델이 요구된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뉴스 서비스는 전체 트래픽의 평균 20~30% 수준으로 일일 2억5천만~3억 페이지뷰(PV)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사들이 포털사이트에 콘텐츠를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페이지 등을 통해 발생하는 광고수익이 10~20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사들은 뉴스 트래픽으로 인한 연간 광고 시장 가치를 최소 1천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처럼 언론사가 포털사이트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종속적 모델로는 연간 100억원 내외에 머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사는 저작권을 고리로 더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부푼 기대감을 갖고 있다.

언론사들은 기존의 뉴스 유통시장에서는 저작재산권이 직접 침해 또는 침해 방조가 일어나는(저작권법 제16~22조) 것은 물론 저작인격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자는 복제, 공중수신, 배포 등에서 즉, 카페, 블로그에서 광범위하게 저작권 침해가 이뤄지고, 이메일 및 프린트하기 등 불법복제 서비스도 제공되는 경우다.

 

콘텐츠 유통과 광고 결합한 모델 부상

 

후자는 기사 페이지에 디스플레이 광고를 함부로 삽입(저작권법 제13조)하는 부분이다. 반면 언론사가 광고를 삽입시켜 포털로 전송한 기사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누락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포털이 임의로 수정하는 뉴스 제목, 내용, 형식에서도 저작인격권의 침해 사례가 양산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뉴스 저작권자인 언론사가 저작물에 대한 통제력을 100% 확보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저작권자가 통제하는 시스템을 통해 임의로 기사와 사진을 삭제할 수도 있고 콘텐츠 보존기간도 설정하게 된다면 포털 종속 구조는 사실상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스 표시 영역, 즉 뉴스 본문이 나오는 뉴스 페이지 영역에 저작권자의 주도로 광고를 삽입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광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대다수 언론사가 공동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광고 중심의 수익모델이 조기에 정착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뉴스/미디어 시장 내의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의 영향력은 주지하다시피 포털에 기울고 있다. 인터넷 통계기관인 코리안클릭 자료(2007년4월기준)에 따르면 6대 포털 뉴스 사이트는 종합일간지에 비해 UV와 PV가 각각 30.3%, 58.9%나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힘을 합쳐 움직인다면 가능하다는 분석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광고네트워크를 추진하는 인터웍스미디어 김지연 미디어팀장은 “포털과 언론사 시장 점유율은 각각 72.2%와 13.3%지만 월 광고매출은 각각 26억원과 23억원으로 엇비슷하다”면서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 차장은 “한국신문협회 47개 회원사의 UV와 PV를 합산하게 되면 전체 UV는 네이버, 다음 등에 이어 5위지만, 뉴스면 UV만 고려할 경우 네이버에 이어 2위에 이른다”면서 “언론사들의 광고를 통합 운영할 경우 높은 도달률과 광고 볼륨으로 양적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포털의 협력이 관건…언론사 결속도 이슈

 

온라인 광고 솔루션 기업인 소나무미디어 김명기 대표도 “뉴스 콘텐츠와 광고가 결합한 새로운 유통방식이 정착하게 된다면 포털을 비롯 다양한 파트너사를 통해 대량의 뉴스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 경우 뉴스 콘텐츠의 내용에 타겟팅 된 광고(Content Embedded AD, CEA)가 콘텐츠 일부로 포함돼 배포된다.

 

물론 선결적으로 정리돼야 할 것들이 있다. 언론사들이 대거 참여해서 충분히 양질의 광고 인벤토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포털과의 협상을 통해 포털 뉴스 페이지 내에 광고 영업권을 따내야 한다. 현재 분위기라면 대포털 협상도 해볼만하다는 견해가 많다.

 

김 대표는 “뉴스 콘텐츠와 광고가 결합한 새로운 유통방식의 정착 관건은 포털을 비롯 다양한 플랫폼과 상생의 파트너십을 갖는 것”이라면서 “저작권 법제는 물론이고 포털 뉴스 서비스에 대한 규제 논의도 시장을 키우는 방향에서 가닥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뉴스 저작권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철저히 관리되도록 이해 관계자들의 합의를 도출해야 하고, 저작권자와 유통사업자의 합리적 수익배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쟁점이 해소되면 결국 이용자의 편이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뉴스의 유통가치를 수직상승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언론사 내부의 의견 일치를 선행과제로 보는 의견도 있다. 한겨레엔 육근영 미디어기획팀장은 “신문사닷컴 등 기존 매출에 피해를 주지 않고 만족할만한 플러스 알파가 검증돼야 한다”면서 “여러 차례 정치사회적 부침을 거듭하면서 수세국면에 서 있는 포털사업자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연내까지 결론을 못내면 양측은 전에 없는 갈등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언론사의 배수의 진이 포털과 어떤 풍경을 만들어낼지는 불과 3개월만 남은 것이다.

 

촛불이 언론사의 정치적 결속을 이끌어 냈고 다시 산업적으로 승화시키는 촉매제가 된 것은 틀림없다. 또 이 과정에 ‘저작권’이란 최대 공약수가 똬리를 틀고 언론-포털 상생 논의의 분위기도 끌어가고 있다. 퀴고(quigo)나 쿼드란트원(quadrantONE)처럼 커질지는 이용자를 포함 모든 뉴스 관계자들의 몫이 됐다.

 

덧글. 이 포스트는 미디어미래연구소가 발간하는 미디어 전문 월간지 '미디어퓨처'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작성 시점은 9월 초입니다.

덧글. 조선일보는 지난 9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자사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외반했다며 1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덧글. 이미지는 신문사의 공동 비즈니스 모델 흐름

 

 


KBS인터넷·iMBC·SBSi 등 지상파방송사의 자회사 3사(이하 i3사)는 지난 1월 동영상 온라인서비스제공업체(OSP) 7곳에 저작권 침해행위 중지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협상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방송 콘텐츠 저작권을 인터넷 업계의 쟁점으로 끌어 올렸다.

공문을 받은 곳은 야후 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즈, 판도라TV, 엠군미디어, 나우콤, 프리챌, SM온라인 등이다.

지난 2006년 10월 64개 인터넷 업체에 첫 공문을 발송한 이후 세번째 공문을 보낸 i3사는 지난해 9월 NHN,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각각 네이버, 다음)과 방송 콘텐츠 저작권 보호 협약(이하 저작권 협약)을 맺으면서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반면 최종 경고장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7개 업체들은 i3사와 1차 협상을 끝내고 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세부 협상에 나서 활용 범위, 공동 수익모델 등을 서둘러 일괄 타결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네이버, 다음이 i3사와 맺은 저작권 협약의 경우 불법 저작물을 즉시 삭제하기로 하고, 상호간에 저작권 전담인력 배치, 저작권 보호를 위한 사전·사후 후속 조치 강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더 살펴 보면, △방송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리스트 등을 바탕으로 포털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사례 모니터링 △방송사 저작권 전담 인력 확보 및 365일 가동 △회원에 대한 정기적이고 적극적인 저작권 보호 공지 △커뮤니티에 대한 적극적 관리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온·오프라인 캠페인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i3사가 7개 업체에 대해 요구하는 사항도 대체로 비슷하다. i3사가 마련한 온라인서비스제공업체(OSP) 즉 UCC 업체와의 합의기준(안)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방송 콘텐츠 관련 저작물이 해당 사이트에 올라왔을 경우 즉시 삭제하고, 저작권 담당자를 선정해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핫 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는 수준이다.

또 UCC 업체가 수용해야 할 원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방송 저작물 관련 검색어 리스트, 회원 및 자체 커뮤니티-블로그, 카페 등의 제재조치, 콘텐츠 삭제 내역, 금칙어 및 필터링 사항 전반에 대해 정기보고토록 하는 것도 들어 있다. 제휴 CP들의 콘텐츠 제공시 저작권 침해 여부를 사전에 검수한 후 방송콘텐츠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만 서비스토록 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UCC 업체 등이 이미 자체 인력으로 모니터링 해 왔다는 점에서 새롭고 무리한 요구라고 볼 수는 없다. 공문을 받은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i3사의 저작권 관리 대행사의 삭제 요청을 실시간 처리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용해오고 있다”면서 “손해배상이나 저작물 활용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 등에 있어 상호간 합의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는 것이 협상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대화를 거부하며 강경노선을 걸어온 i3사가 UCC 업체와 대화국면을 조성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과거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즉, 어떤 식이든 UCC 업체의 방송 저작물 침해와 관련된 손해배상을 받으려는 방송업계의 속내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방송 콘텐츠를 재가공하거나 제한적으로 유통하는 데 따른 트래픽 증가로 광고유치를 하는 비즈니스에 의존하는 UCC 업체들로서는 i3사와의 협력관계가 절대적이다. 현재 시장의 논리와 흐름이 i3사가 원하는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방송 콘텐츠를 활용하는 업체들로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더라도 일괄 타결을 해야 할 형편인 셈이다.

그러나 액수가 문제다. 한 동영상 플랫폼 업체 대표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상시 모니터링도 중요하지만 i3사와 양대 포털간에는 콘텐츠 활용 또는 손해배상 명목으로 큰 단위의 금액이 오고 갔을 것”이라면서 “중소 UCC 업체에겐 월 억대의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세부 협상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소 UCC 업체들의 여건을 고려할 때 월 5천만원 미만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UCC 업체들은 트래픽을 감당하는 서버 유지를 위해 월 억대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또 미디어 렙사에 20~30%를 떼주는 현재의 온라인 광고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트래픽을 끌어 올려야 하지만 관리비용이 올라가는 악순환에 직면하고 있다.

한 동영상 UCC 업체 관계자는 “주력 비즈니스 모델구조상 트래픽 상승에 따른 하드웨어 비용 증가를 조직 슬림화 등으로 상쇄시켜야 할 판”이라면서 “그러나 i3사가 요구한대로 1년 365일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는 등 방송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건비가 늘 수밖에 없게 된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동영상 광고를 붙이는 실적 기반의 수익쉐어 모델을 원하는 UCC 업체와는 다르게 고정 금액을 요구하는 i3사간의 현격한 인식차이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UCC 업체들은 방송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기반을 보장하고 그 토대 위에서 광고 수익 등을 함께 분배할 때 공생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본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판도라TV는 지난해 초 이용자가 방송 콘텐츠를 5분 한도 내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되 사이트 운영자가 저작권자에게 대신 이용료를 지급하는 ‘인용권’을 제안한 바 있다. 이용료는 이용자가 1회 조회할 때마다 발생하는 2원의 광고료(수수료 제외) 중 50%인 1원을 방송사에게 지불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올드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에게 2차적인 콘텐츠 유통의 자율성을 부여해 해당 콘텐츠의 인지도와 활용도를 높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UCC 산업의 기본 가치와 결부되는 개념이다. 또 한편으로는 웹2.
0 등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의 콘텐츠 활용의 자율성을 앞세워 저작권자의 압력을 비껴서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그러나 방송사의 생각은 다르다. iMBC 한 관계자는 “방송 저작물의 권리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걸려 있는 등 방송 콘텐츠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웹2.0, UCC산업 활성화 등 추상적 개념만 들먹이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한다.

SBSi의 한 관계자도 “방송 콘텐츠의 불법 유통으로 방송사의 VOD 매출 손실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면서 “저작권법에도 없는 인용권을 들고 나올 것이 아니라 저작권자들과 협의를 원만히 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각론 협상을 타결한 뒤 이용자 관점을 풀어가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즉, 방송 콘텐츠의 유통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i3사는 저작권자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확립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i3사는 저작권 침해 근절 대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만큼 언제든 광고 수익 쉐어 등 비즈니스 모델로 논의의 중심을 바꾸려는 7개 업체와는 초점이 다른 것이다.

이와 관련 이미 일부 방송사들은 자사 사이트를 통해 이용자가 방송 콘텐츠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합법적 콘텐츠 이용 경로를 제공하는 SBSi ‘내티비(NeTV)’의 경우 지난해 8월 오픈한 이후 월 200~3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등 의미있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SBSi는 일부 포털과 제휴를 통해 다양한 유통창구를 두되 자사 전략에 따라 선별 마케팅하고 있다.

SBSi 측은 “내티비 등을 통해 이용자의 권리, 즐거움을 실현하기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편집 저작을 허락한 것은 아니고 극히 낮은 단계의 제한적인 권리만 허락하고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방송 콘텐츠의 특성을 감안, 합법적 유통에 국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KBS, CBS 등 지상파 방송사 연합이 팟캐스트 서비스 상용화 위해 오픈한 단팥 컨소시엄은 방송사 콘텐츠의 저작권적 보호 움직임을 구체화하는 한편 독자적인 UCC 사업을 위한 행보로 주목받은 바 있다.

또 iMBC를 비롯 i3사는 한류와 함께 드라마, 쇼 등 콘텐츠 비즈니스가 글로벌 마켓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저작권 침해를 방치할 경우 해외에서도 똑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해외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세계적 콘텐츠를 국내에 유통하는 방송사들의 신인도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저작권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물론 i3사는 동영상 UCC 업체와 사업적 이슈가 존재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 저작물을 UCC 플랫폼에서 활용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공식적 채널을 통해 외부에 유통하는 등 불법 유통 방식을 근절하여 시장 유통의 정상적인 흐름을 만드는 것이 UCC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절실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렇게 지상파 방송사의 저작권 압박에 시달리면서 UCC 업계도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자체 콘텐츠 생산에 나서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나우콤은 유관 업체들과 e스포츠 전문 인터넷 방송 스튜디오를 개관해 인터넷 방송 시스템을 확보했다. 프리챌도 인터넷 생방송과 동영상 제작이 가능한 전용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저작권 문제를 해소한 UCC 콘텐츠를 IPTV 등에 제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는 UCC의 80% 이상이 지상파 콘텐츠를 재가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사와 UCC 업체간 협상 결과에 따라 방송 콘텐츠 불법이용 제한조치가 확대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UCC 업계는 전면적으로 사업전략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지난 3년간 동영상 UCC 시장을 지켜낸 업계로서는 아직 내세울 것이 없는 처지에서 저작권 이슈는 최대 난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1월 법원이 지상파 방송의 TV 프로그램을 동영상 파일로 저장한 후 유료로 다운로드받게 하는 ‘인터넷TV녹화대행서비스’를 해온 ‘엔탈(ental)’의 서비스를 중지시키는 등 사회 전반의 저작권 보호 의지가 커져 이래저래 위축된 상황이다.  

결국 UCC 시장 내 방송 콘텐츠 저작권 활용을 풀고 가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도약의 출구를 찾기 어려워 진 것이다. UCC 업체는 이번 협상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방송 콘텐츠의 합법적 활용 조건 및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할 절박함이 있다.

반면 저작권 압력이 UCC 시장에 재갈을 물려 결국 방송사의 배만 불리려 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는 방송사는 UCC를 활용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규모를 키워야 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양측의 대타협을 전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결국 공멸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물론 타협의 내용에 따라 이용자의 방송 콘텐츠 활용의 폭과 UCC 업체들간 경쟁구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될 것이지만 말이다.

 

[참고] 방송사-OSP 저작권 이슈 흐름

2008.1.23. 법원, 인터넷 TV 녹화대행 서비스 금지 가처분 결정
2008.1.17. i3사, OSP 7개업체 공문발송
2007.9. 4. i3사-네이버, 다음 방송콘텐츠 저작권 보호협약
2007.8.21. SBSi, 네티비(NeTV) 퍼가기 오픈
2007.4. 6. 지상파방송사연합 단팥 컨소시엄(KBS, CBS 등), 팟캐스트 서비스
2007.2.20. i3사 등, 38개 업체에 2차 공문 발송
2006.10.30. i3사 등, 64개 업체에 1차 공문 발송

덧글. 이 포스트는
미디어미래연구소가 발행하는 미디어 전문 월간지 '미디어+퓨처'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고 작성 시점이 2월 초순이었음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동영상과 함께 인터넷 산업 부문들 중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인 블로그(Blog)가 올 한 해 수익모델을 확보하고 건실한 미디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TNS코리아와 코리안클릭이 실시한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3분의 1에 이를 정도로 일단 블로그의 양적 토양은 비옥해졌다.

현재 업계는 국내 전체 블로그의 수를 약 1천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블로그를 빼면 이글루스 20만개, 티스토리 15만개, 기타 10만개 등 50만개의 설치형 블로그가 활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 블로그 사이트인 이올린의 경우 등록된 블로그만 11만개 정도로 하루 평균 5천개 이상의 포스트가 등록되고 있을 정도로 역동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또 포털사이트의 서비스형 블로그 이외에 ‘티스토리’ 같은 설치형 블로그 사이트의 활성화와 블로거 콘텐츠 생산 증가가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털에 종속되는 형태가 아니라 독립성을 갖는 블로그들이 대거 늘어난 것이다.

다음이 운영하는 전문 블로그 사이트 티스토리는 지난해 1월 245만 명에 불과했던 방문자수가 1,519만 명(메트릭스 자료, 11월 월간 방문자수 기준)으로 늘어나 무려 520%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다른 커뮤니티 서비스처럼 20대와 중고등학생층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어 저변이 넓어진 점은 인상적이다.

태터앤미디어 한영 팀장은 “실제 티스토리나 이글루스 등 전문 블로그의 경우 40대의 활약상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는 애드센스와 같은 수익모델이 등장하면서 대중적 관심도가 높아졌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기술적 장벽도 상당 부분 해소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직업적 전문성을 토대로 개인 브랜드와 독자적인 수익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블로그라는 도구와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블로그로 유입되면서 콘텐츠의 질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과거 IT 일변도로 생산되던 콘텐츠가 문화, 연예, 시사, 국제 등 다양한 주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가장 눈에 띠는 흐름이다.

세계적 홍보대행사 에델만이 재작년 11월 한국인을 상대로 블로깅 수준과 위상을 파악한 결과 한국인 중 절반 가량이 주 1회 이상 블로그를 읽고 있고, 35~54세의 연령대에서 블로그를 읽은 뒤 어떤 행동을 취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타나났다. 이러한 결과들은 비즈니스와 블로그의 관계를 더욱 농밀하게 유도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유명 블로그들은 기업 광고를 붙여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블로그 광고 중개 기업인 ‘블로그애드’까지 등장하면서 타깃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자연히 블로그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이해 관계가 증폭되면서 블로그의 수익모델 실험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른바 ‘비즈니스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2007년 한해 비즈니스 블로그가 300%나 늘었고, IT산업에서 식품, 금융, 병원, 자동차 등 다양한 기업에서 블로그를 도입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심지어 영어 블로그가 등장했고 비즈니스 블로그 대행 서비스 업체도 나타났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일반 블로그들이 수입을 올리는 방법이 애드센스 등 온라인 광고 모델에서 다변화하는 양상이다.
프레스블로그는 정보 레터를 활용, 블로그가 사이트에 등록한 포스팅에 대해 소정의 원고료를 준다.파워블로그는 제품 체험 후 블로그에 후기를 작성하면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렇게 기업들의 블로그를 향한 관심과 환대가 늘어난 것은 프로슈머(Prosumer)들의 힘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과 제품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이슈 메이커로 부상했다. 던킨도넛 논란,
르노삼성자동차 리콜, ‘쓰레기시멘트’를 폭로한 최병성 씨처럼 전문가를 능가하는 힘을 보여준 프로슈머들의 진앙지는 대부분 블로그였다.

비록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의 위력은 입증되지 못했지만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디어다음 최정훈 본부장은 “시사적이고 공공적인 이슈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것은 근시안적 평가”라면서 “자생적으로 전문 블로그들이 탄생한 것을 감안하면 블로거스피이어의 매체적 특성은 오히려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정당 및 후보자는 물론이고 기성언론에 대응한 블로거들이 다른 시각과 정보를 제공하는 등 차별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적 공간으로 운영되는 개인형 블로그와는 별개로 정치미디어로 진화한 정보제공형 블로그의 입지는 탄탄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지만 미디어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여기에 기성언론의 블로그 껴안기도 활발하게 진행돼 블로그 저널리즘의 만개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월부터 경향신문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블로거 뉴스가 공동취재하는 형식을 빌어 블로그를 기성언론 내부에 본격적으로 끌어들인 시도는 대표적이다.

경향신문은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파괴의 실상과 대안을 찾는 기획취재물에 포털사이트의 지원을 받아 블로거들과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자들을 블로고스피어 깊숙이 파견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정례적으로 펼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동안 언론과 블로그 관계가 일방향적이고 일과적이었던 데 비하지면 보다 진일보한 조치로 적극적인 쌍방향성을 구현하는 형태로 여겨진다.
 
미디어다음 최 본부장은 “기성언론인 신문사에 포털 플랫폼을 제공한 적은 있었지만 블로거를 활용한 공동 취재는 처음”이라면서 “미디어 가능성을 함께 찾아간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언론이 블로그들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데는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독창적인 콘텐츠 수급원으로서 블로그의 매력 포인트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블로그는 언론의 기존 취재 네트워크로 수용할 수 없는 지역 이슈, 실시간 사건사고, 생활상의 문제들을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이슈 메이커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동력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포털사이트보다 뒤늦게 언론이 UCC 활성화에 나서는 등 웹2.0 트렌드를 반영하느라 분주한 것은 바로 그러한 맥락이 있다.

웹2.0형 뉴스 서비스 개편을 추진해온 조선일보 인터넷뉴스팀 황순현 팀장은 “블로그의 글도 기사로 보고 적극적으로 뉴스 페이지에 노출할 것”이라면서 “웹2.0의 기능을 살려 제대로 된 온라인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과 블로그의 동거가 순탄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부분의 기성언론이
블로그의 콘텐츠를 무급으로 인용하는 행태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 데다가 블로거들이 전통 저널리즘의 규칙에 맞게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아 일정한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성언론이 블로그와 대등하게 소통하려는 인식 변화가 없는한 상생의 관계는 요원하다는 오랜 비관론의 배경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강한 미디어 욕구가 있는 일반 블로그들과 전통 저널리즘 영역이 조속히 관계를 회복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블로고스피어 안에는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전문 분야를 블로그에서 소개하고 미디어적으로 발현하는 전문 블로그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언론사 역시 기자 블로그를 확대, 심화하는 환경이라 얼마든지 접점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성언론을 포함 전통적인 지식사회가 블로그의 든든한 우군이 돼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블로고스피어는 정당, 언론, 기업 등 기득권 집단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기성언론에 대해서는 신뢰도에 의문을 표하면서 반목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오래도록 누적된 갈등과 긴장관계를 상생과 공존의 파트너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

우선 기성언론 뉴스룸 내부가 블로거와의 소통을 중요한 업무로 다룰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자들을 구속하고 있는 업무와 조직의 패러다임을 뜯어 고쳐야 한다. 기자들 역시 뉴스룸의 변화와 못지 않게 단지 사건을 기록하는 작성자가 아니라 소통자로서 역할 모델을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뉴스룸은 지금의 기능적인 통합뉴스룸 지향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시민저널리즘을 확대하는 매개체로 블로그를 도입하면서 전담 편집자를 두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체로 매체의 신뢰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집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외부 블로그 네트워크와 제휴할 때 주로 이뤄진다. 워싱턴포스트닷컴은 블로그 뉴스 서비스를 위해 뉴스룸 내 기자가 편집권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블로거들이 팀블로그나 크고 작은 블로그 네트워크로 규합될 때에는 일반적으로 자체 설계한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해 집중 배치하는 방식이 선택된다. 블로그 저널리즘이 대안과 전망을 갖는 신뢰도 높은 미디어로 정착하기 위해 네트워크의 규칙에 의한 객관주의가 형성되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관심사와 출신배경을 갖는 블로거들의 콘텐츠가 일관된 시스템을 통해 지식과 판단의 틀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블로그 네트워크 안에 집단지성의 힘은 커지기 마련이다.

사실로부터 출발하는 콘텐츠, 누구나 논박할 수 있는 담화, 일관되고 지속적인 피드백이 부상하기 때문이다. 또 성언론과 대등한 틀이 있어야 기존 지식사회도 블로그에 대한 본격 참여에 나설 수 있다.

물론 지식사회도 블로그의 공적 활약이 확산될 여건을 조성하는데 나서야 한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는 국가기구의 통제장치와 논리를 함께 극복해가기는커녕 블로그를 범법의 온상으로만 몰아부쳐 더 틈을 벌이기만 했다.

언론을 비롯 전체 지식사회와 블로그간 협업 패러다임은 한 사회의 다원성, 민주성, 공공성을 견인하는 블로고스피어의 가능성을 전제로 움직일 때 형성될 수 있다.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통해 블로그가 생성하는 담론을 적정하게 설계하지 못한다면 사회적으로 중요한 스토리 즉, 콘텐츠를 사장시켜 산업은 물론이고 문화적 건강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블로고스피어가 효율적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지식사회의 협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도 만만찮다.

블로그를 수익의 도구로만 보는 시각은 가장 피해야 하는 부분이다. 국내 시장은 아직 무르익지 못했다. 지난해 과열된 애드센스 류의 광고모델은 클릭당 광고비를 지불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많은 방문자가 몰려야 한다. 이를 위해 블로그가 단기 이슈 중심으로 집중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한영 팀장은 “이러한 블로그는 수익문제에 집착해 스팸 블로그를 양산한다”면서 “블로그 자체의 수익 발생보다는 블로그를 통해 얻은 개인의 브랜드가 수익으로 전환되는 만큼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업 블로거로 성공하기 위해서도 블로거 스스로의 자세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쟁점 이슈를 다루려는 블로거라면 명백한 사실에 근거한 비평, 더 나아가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할 책임이 있다. 블로거들이 기성언론의 기자들과는 다르게 정보원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지만, 블로그를 자기만족의 도구로 한정하지 않고 생산적 담론의 무대로 유지하려는 노고가 필요하다. 이는 블로고스피어의 미래 가치와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블로그가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흔들 주역이 되느냐 여부는 블로그 스스로의 각성을 토대로 블로그 네트워크가 얼마나 합리적인 알고리즘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기성언론과 지식사회가 블로고스피어와 진지한 파트너 관계를 언제,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금 국내 블로고스피어는 전통 저널리즘의 초대장 남발과 포털 및 전문 블로그 사이트의 플랫폼 전략 속에서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는 미디어 블로그간 협력이 가시화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도 검증받는 냉혹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블로그 저널리즘 주요 이슈

2008.  1.  경향신문-다음, 블로거와 공동취재
2007. 12.  블로터닷넷-네이버 '뉴스 콘텐츠 공급계약' 체결
2007. 11.  서울신문 기자 블로그-다음 블로거뉴스 제휴
2007.  9.  조인스닷컴, 블로그 서비스에 광고도입
2007.  8.  야후, 태터앤미디어 등 블로그 수익모델 제시
2007.  5.  다음 블로거뉴스, 외부 블로그에 개방
2007.  4.  연합뉴스-올블로그 제휴
2007.  3.  다음 블로거뉴스, 자체 광고모델 '애드클릭스' 도입
           뉴스뱅크 이미지 사이트 CCL 적용
           야후!코리아-뉴시스, 선거 뉴스 블로그로 제공
2007.  2.  한국경제 등 블로그 서비스 도입
           (사)한국온라인신문협회, 포털내 개인 블로그 기사활용은 '직접링크'방식
           시사저널 파업 기자들, 블로그로 특종 제공
2007.  1.  조인스닷컴, 우수 블로그에 시상
           네이버 '블로그 시즌 2' 오픈

덧글. 사진 이미치 출처

덧글. 이 포스트는 미디어미래연구소가 발간하는 '미디어퓨처(Media+Future)'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고가 작성된 시점은 1월 초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