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말 위기인가?
여러 가지 경제지표로만 보면 위기설에 공포를 느낄 이유가 충분하다. 우선 주가가 폭락했다. 외국인의 주식 ‘팔자’공세가 몇 개월 동안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돈줄이었던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이로 인해 환율도 IMF 경제위기 때의 악몽이 되살아날 정도로 치솟았다. 정부는 환율을 지키려고 무모하게 외환보유고를 축내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대응방식은 더욱 소름이 끼치게 만든다. 위기설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정부의 신뢰도부터 위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외쳐대던 이명박 정권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면 지난 10년간 진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뒤집어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그러면 왜 이 지경에 빠질 정도가 되었는가?
경제계에선 미국의 프라임모기지 사태이후 세계경제가 전반적인 침체에 빠진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IMF 경제위기를 한 번 겪었던 나라여서 위기설에 민감해진 점이 위기설을 더 키웠다고 본다. 9월에 국채 만기일이 집중된 것 등은 큰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정계에서는 그 이유를 달리보고 있다. 정부가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게 꼬이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자꾸 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국민들은 뭔가를 감춘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는 게 정치학자들의 견해다. 여당의 인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20%선에 머물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무슨 말을 한들 믿겠느냐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사회계에선 정계와는 다소 관점이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위기설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서민들의 입장에선 당장 삶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하는 일을 믿을 수 없으니 더욱 절망적이다.
노무현 정부시절에도 마찬가지 현상을 겪었다. 당시 한나라당과 정치성향이 강한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경제위기설’을 부추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OECD 국가의 경우 연 4-5%의 성장률을 보이는 것은 정상궤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며 결코 경제위기가 아니다. 과장된 위기론이 진짜 위기를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발언 이후 서민들의 민심이반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왜 민심이반이 이뤄졌을까? 당시 일부 잘되는 기업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서민생활은 팍팍했다. 그로 인해 서민들의 대다수는 위기 속에 살았다. 그런데 대통령은 위기가 아니라니 누가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국가경제 전체가 위기였을까? 물론 아니었다. 서민경제의 위기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는 여기에다 여건이 좀 더 나빠졌다. 대외적인 여건이 매우 좋지 않다. 서민들의 삶에 대한 이해도 심각하게 부족해 9월 위기설을 자초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기업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지극히 관료적이고 현장과는 동떨어진 경기부양책을 쓰는데 집착하는 인상을 준다. 그러다 보니 서민들과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환율정책이다. 지금은 환율을 낮추기 어려워서 고민인데 취임초기에는 어떻게든 환율을 올려놓으려고 애를 썼다. 환율을 올려놓아야만 수출기업의 매출을 올리는데 유리해져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환율 상승은 당장 수입물가를 올려놓아 서민들에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사실 이같이 경제주체의 어느 일방만을 고려한 밀어붙이기식 경제정책은 전두환 정권 시절에나 써먹던 낡은 수단이었다. 그러다가 원유값이 급등하면서 물가난이 화급한 과제로 떠오르자 허급지급 환율을 내리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인 지금은 환율 오르는 것을 지옥처럼 여기는 정부이니 누가 신뢰를 하겠는가. 건설경기를 부추겨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다양한 정책시그날을 내보내고 있지만 정작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될 건설업체들은 시큰둥 하다. 잘 아실만 한 분이 업계의 가려운 부분을 모르고 실효성 낮은 정책을 내놓는다며 볼멘 목소리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9월중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어느 구석으로 보나 YS정권 말기의 상황에 비하면 우리 경제의 펀드멘털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감은 좋지않다. 왜 하필이면 태국의 사정이 그 당시처럼 꼬이는가 말이다. 하루빨리 이명박 정부가 신뢰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명박 정부를 지지여부를 떠나서 국가 경제가 살아야하고 서민 생활이 안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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