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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은 촛불시위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여 일 만에 무슨 일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렇게 난리인가? 그러한 대통령은 도대체 누가, 왜 찍었는가? 그토록 심각한 일이 단기간 내에 벌어지게 만든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은 무엇이었던가? 끊임없이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지난 16년간 현장에서 관찰했던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모두 자신을 지지해준 계층의 등에 비수를 꽂는 결과를 초래했다. 어떤 대통령은 고의로, 어떤 대통령은 피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지지자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그 반대로 그를 혐오했던 세력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돌아가든지 아니면 최소한 쾌감을 느끼게 만들어줬다. 나는 이를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설(逆說)’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례를 들어보자.

  15년 전 우리나라의 보수층과 가진 자들은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를 대통령으로 밀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했던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첫 번째 조치가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정책을 밀고나갔다. 그러다 보니 그를 지지했던 기득권층의 꼭대기부터 무너져 내렸다. 여기에 머물 YS가 아니다. “가진 자가 고통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의 소득세가 1년새 2배로 뛰었다. 당시 의사와 변호사는 물론 그들의 가족까지 “김영삼을 찍었던 내 손가락을 잘라야겠다”고 말할 정도로 후회했다. 급기야는 금융실명제까지 실시해 기득권층이 음으로 양으로 누려왔던 검은돈의 매력을 앗아갔다. 상속세의 융단폭격이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이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세력에게 돌아간 배신이었다.

  반면 그를 상대적으로 덜 지지했던 무산층과 소외계층에게는 속 시원한 조치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만 해도 서울의 거리에는 온통 매운 가스로 가득했으나 취임 초에는 데모 군중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어떨까? 없는 사람들에게 부의 분배가 고르게 돌아가야 하는 게 그를 지지한 계층의 바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그러한 염원을 호락호락 들어주지 못했다. 외환위기를 맞는 바람에 가장 먼저 철퇴를 맞아 길거리로 내몰린 계층이 누구였던가?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빈부의 격차가 벌어진 것도 모자라 IMF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그 격차는 훨씬 더 벌어졌다. 못사는 사람이 더 못사는 시대가 김대중 정부시절의 참상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선언한 뒤에도 서민들의 생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오정’에 ‘삼팔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김대중 정부때였다. 그것도 모자라 정권 말기에는 경제를 억지로 부양시키느라 서민들에게 신용카드를 길거리에서 선심쓰듯이 펑펑 발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신용카드 대란을 일으켰다. 유사이래 가장 많은 서민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서민의 수난사는 계속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지세력이 서민과 못 가진 자들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들의 재산이 10억원을 넘어가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을 정도이니까. 이명박 정부와 극명하게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없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정상이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였다. 노무현 정권 때도 철저히 있는 사람들이 잘사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값 폭등이다.

  돈 있는 계층은 집을 2-3채도 모자라 아파트를 우표 수집하듯이 사모아 부를 축적했다.  강남에서는 “노무현이 한 번만 더 대통령을 하면 재벌이 될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들릴 정도였다. 이렇게 부동산 값이 오르니 돈을 가진 사람이 돈벌기가 ‘누워서 떡먹기’ 보다 더 쉬었다. 그 반대로 집 한 채 살 여력도 없는 서민에게는 내집 마련의 기회가 갈수록 멀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동산값을 못올려서 안달이 난 사람도 아니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부동산값은 잡아야겠다며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서민들의 반대편이었다.

  경제활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산업별로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대기업이 주력하는 첨단산업은 활황으로 돈이 쌓여 가는데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목매고 있는 전통산업은 날로 쇠퇴하여 설 땅을 잃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가? 가진 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보수진영에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까? 강남에 부동산을 많이 가진 ‘강부자’에게 좋은 시절인 온 것일까?

  현재로선 속단하기 이른 것 같다. 취임하기도 전에 지지율 50%를 유지하지 못한 사상 초유의 대통령, 취임 100여일 만에 지지율 10%대로 곤두박질한 사상 초유의 대통령으로 ‘사상 초유’의 기록을 깨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설’을 깨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설’을 주창한 원조이자 이 역설을 신봉하는 신도이다. 이번에도 그 역설이 먹혀들어갈 조짐이 보인다. 그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했던 지역인 강남의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건설업계가 쌍수를 들고 환영했는데, 건자재 값 상승에다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문을 닫는 건설회사가 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설’이 적용된다면 촛불시위를 하는 분들에겐 희망이다. 이명박 진영은 촛불을 무지 싫어했고 배후세력 운운 할 정도였으니. 그러니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웬일인지 촛불을 들고 싶어진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설’을 신봉하는 사람이고 행운의 편에 서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