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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질병인가?  

  고대 로마에서는 정열적인 사랑에 빠진 사람을 무능력자이고 불길한 병에 걸렸기에 치료가 필요한 사람으로 보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대 로마 시대의 사람들은 지극히 이성적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그들이 현대인들보다 덜 과학적이거나 심한 편견속에 살았단 말인가?


  고대 로마인들의 판단이 일리 있다고 변호하는 의견들이 의외로 많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사랑에 빠진 뇌 속에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넘친다고 했다. 도파민은 마약을 하거나 술을 마실 때에도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심리학자 볼프강 퀴트만은 사랑을 ‘전(前) 정신병 상태’로 일컬었다. 사랑에 빠지면 흡사 마약 중독자들처럼 같이 있는 생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신병 상태로 본 것이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 철학을 담은 베스트셀러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처럼 규칙적으로 실패하는 모험은 거의 없다.”고 단정했다. 사랑의 코드는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사랑의 코드는 부분적인 사랑이나 3분의 1, 4분의 1인 사랑은 취급하지 않지 않는가.


  그래서 결혼은 고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연인의 신체에 매력적이지 못한 점이 있다면 이는 무시할 수 없다. 설령 그렇더라도 모든 것을 용인한다는 신호를 보내며 그런 마음을 감추고 혼자서 몰래 삼켜야 한다.

  남녀의 뇌 구조가 달라 소통이 힘든 것도 위험요소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게 관심이 있으면 움직임이 많아지지만, 남성의 경우 응전 자세를 취해 주의를 한곳에 집중한다. 언어를 이용하는 주목적도 남성의 경우는 정보 전달이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감정 교류다. 


그렇다면 싱글 생활은 어떨까? 

유럽의 경우 1980년대만 해도 싱글은 선구적이고 스마트한 인상을 풍겼다. 하지만 1990년대 초부터 이런 긍정적 시각은 정반대로 돌변하였다. 요즘에는 싱글을 부러운 시선이 아니라 불쌍한 눈으로 바라본단다. 최근의 설문 조사 결과 싱글 10명 중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은 1명뿐이었다고 한다.


중세가 되어서야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적 사랑이 선보일 정도였으니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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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이고 전략적인 사랑의 코드

                  (크리스티안 슐트 지음,장혜경 옮김, 푸른숲, 2008)

 


 

1 심장의 코드


괴테는 사랑이란 이상한 게임이며, 게임이란 것이 모두 그러하듯 사랑 또한 특정한 규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다>

사랑의 새로운 형식을 이해하려면, 일단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랑이라고 이해하는 수많은  관념들을 버려야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을 감정으로 인식하고 체험하지만 사실 사랑은 전혀 다른 것, 다시 말해 소통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은 특정 감정을 표현하는 소통의 특수한 형식이다.

사회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한 가지 상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사회가 항상 소통 가능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수백 년이 흐르면서 대화 상대를 알지 못해도 소통이 가능한 상황은 급속히 증가했다. 슈퍼마켓 계산원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해도 우리는 아무런 문제없이 쇼핑을 할 수 있다.


<사랑에 필요한 코드>

사랑의 코드가 기적에 가까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강력한 ‘파트너’ 덕분이다. 사회의 모든 코드에는 이런 ‘파트너’가 있다. 법체계에서는 법을 승인하고 어길 경우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압박하는 권력, 학문의 경우는 인식의 타당성을 결정하는 진리, 경제에서는 지불 여부를 확인하는 돈이 그런 매체다. 내밀한 남녀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행동이 개인적인 의미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주는 사랑이 이에 해당한다.


<너의 체험은 나의 행동이다>

사랑을 할 때는 신호를 보내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상대의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바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 말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연인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이익과 습관쯤은 제쳐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연인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읽던 소설책도 당장 덮고 도울 태세를 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두 사람의 연인이 각자 자기 식대로 만들어가는 복잡한 2인용 행사다.


<섹스, 사랑의 정기검진>

섹스는 사랑을 진단하는 일종의 정기검진이다.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는 코드화가 아무리 꾸준하게 진행된다 해도 코드화의 형태, 즉 ‘프로그래밍’은 매우 가변적이다.


2 낭만적 사랑의 변천사


고대 로마에서는 정열적인 사랑에 빠진 사람을 사회적 무능력자로 취급했으며, 불길한 병에 걸렸기에 치료가 필요한 사람으로 보았다. 중세가 되어서야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적 사랑의 첫 전신이 선보였다.


3 사랑의 문제아, 열정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처럼 규칙적으로 실패하는 모험은 거의 없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사랑 철학을 담은 베스트셀러 《사랑의 기술》에 등장하는 이 구절이 지금처럼 딱 들어맞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사랑의 코드는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법칙을 따른다. 사랑의 코드는 부분적인 사랑이나 3분의 1, 4분의 1인 사랑은 취급하지 않는다.

화장실 청소를 잘 안 하고, 맥주를 너무 마셔 배가 나왔어도, 피부색이 누렇게 떠도 그것마저 사랑해야 한다. “다이어트 좀 해”, “성질 좀 죽여!” 같은 변화를 강요하는 말들은 다른 사람, 즉 다른 이상형을 꿈꾸고 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상대에게 의심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신체, 온갖 흠과 매력을 갖춘 신체야말로 무시하기가 쉽지 않은 대상이다. 사랑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눈에 콩깍지가 씌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에 완전히 눈이 멀 수는 없는 법이다. 더러운 화장실은 눈감고 넘어가도 연인의 신체에 매력적이지 못한 점이 있다면 이는 무시할 수 없다. 설령 그렇더라도 모든 것을 용인한다는 신호를 보내며 그런 마음을 감추고 혼자서 몰래 삼켜야 한다.

그 때문에 결혼은 고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결혼은 다른 형태의 불특정 관계에 비해 훨씬 더 상대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자신과 연관시키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냉철한 사고가 불가능할까? 인류학자 헬렌피셔(Helen Fisher)는 사랑에 빠진 뇌 속에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넘친다고 말했다. 도파민은 마약을 하거나 술을 마실 때에도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심리학자 볼프강 퀴트만은 사랑을 ‘전(前) 정신병 상태’로 일컬었다. 사랑에 빠지면 흡사 마약 중독자들처럼 같이 있는 생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싸움 없는 관계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행복한 부부와 행복하지 못한 부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행복의 조건은 영원한 조화가 아니라 가끔씩 다투기도 하면서 주고받는 상호 교류였다. 가족 상담 치료사들도 과도한 화목을 경계할 것이며 갈등을 피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충고한다. 역설적이게도 사랑을 유지시킬 기회는 싸움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싸움의 경험이 많을수록 갈등의 위험도 줄어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싸우고 있는 커플을 보면서 사랑싸움을 하고 있는지 정말 미워서 싸우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진짜 문제가 심각한 경우는 한쪽이 화를 내고 있는데 다른 한쪽이 웃는 경우다.


<성의 복귀>

소위 폭군의 경우 기본 관계 외에 여러 명의 애인을 추가로 거느린다. 하지만 암컷은 바람을 피울 때 감정에 휘말려들기 훨씬 쉬우며, 멀티태스킹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관계와 정사를 동시에 시도하기보다는 한 애인만을 사랑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남자는 여자와 자고 싶어 말을 하고, 여자는 남자와 말을 하고 싶어 잔다는 말도 틀린 것이 아니다.


<신다윈주의의 개명>

남녀의 소통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남녀의 뇌가 지닌 서로 다른 장단점 때문이다. 뇌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화의 태도도 다른 것이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게 관심이 있으면 움직임이 많아지지만, 남성의 경우 응전 자세를 취해 주의를 한곳에 집중한다. 그러니 서로에게 상대의 신체 언어는 수수께끼일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대화도 간단하지 않다. 공통의 언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를 이용하는 주목적이 남성의 경우는 정보 전달이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감정 교류다. 


4 나 - 주식회사의 사랑


<일과 사랑의 아슬아슬한 공존>

현재 직업 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5년 이상 전일제 근무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1991년 이후 독일에서는 전일제 직업인의 숫자가 15퍼센트 감소하였고, 그에 반해 시간제 고용자는 51퍼센트 증가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의 직업 여건은 장기적이지는 않지만 훨씬 탄력적임을 알 수 있다. 일의 시작과 끝이 정확히 정해진 경우가 드물고, 직업인의 절반이 야근이나 주말 ․ 교대 근무를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싱글의 미래>

  개별화와 자아실현의 시대, 만족스러운 직업만 있다면 싱글 생활도 매력적일 수 있는 시대를 맞아 싱글 붐이 일고 있다. 독일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약 37퍼센트에 달한다. 따로 사는 부부, 직장 때문에 따로 집을 구한 직장인들도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1990년대 초부터 싱글의 이미지는 급변했다. 1980년대만 해도 싱글은 선구적이고 스마트한 인상을 풍겼다. 이런 긍정적 시각은 그 사이 정반대로 돌변하였다. 요즘에는 싱글을 부러운 시선이 아니라 불쌍한 눈으로 바라본다. 싱글은 추앙의 대상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다. 최근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싱글 10명 중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은 1명뿐이었다.

경제력 있는 싱글들은 자유롭고 쾌활한 느낌을 주지만 그렇지 못한 싱글에게서는 싱글 생활의 어두운 면이 더 부각된다. 인구 피라미드가 뒤집히는 고령화 사회,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며 출산율 촉진에 힘쓰는 사회에서 자족적인 싱글들은 사회를 좀먹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리학자 테드 휴스턴(Ted Huston)은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결혼이 제 기능을 발휘하느냐의 여부는 첫 두 해 동안 가름이 난다고 주장했다. 결혼 초기에 서로의 관계를 낭만적으로 미화시키는 부부가 특히 이혼 위험이 높다. 초기의 사랑과 열정이 강렬할수록 그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들은 자신의 사랑은 할리우드 영화와 다르다고 믿는 냉철한 동료들에 비해 훨씬 이혼을 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결혼을 장기간 지속시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학자들은 강력한 ‘프레이밍(framing)', 즉 튼튼한 관계의 기초를 마련하는 공동의 사회 문화적 기본 조건을 결혼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므로 안전한 결혼을 원한다면 유치원 때부터 내게 맞는 배우자감을 물색하거나,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거나, 시골에 살아야 한다, 그리고 결혼을 한 뒤 정기적으로 부모나 조부모, 친척들을 찾아다니거나 혹은 대가족을 꾸려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교육을 많이 받는 것이 좋다.

부부 중 한쪽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였을 경우 이혼 확률은 51퍼센트에 이르며, 부부 양쪽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경우는 이혼 확룰이 무려 146퍼센트에 달한다. 그러므로 이혼 역시 유전적 요인이 큰 것 같다.


<선택의 자유>

‘사랑하고 약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 들어 죽는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되던, 이런 인생은 개별화된 현대사회에서는 보편적이지 않다. 오늘날은 결혼이냐 결혼과 유사한 공동체냐, 자식을 낳느냐 낳지 않느냐, 동거냐 별거냐, 섹스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 등 선택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무한한 가능성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사회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선택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Choice》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결정하려는 의욕이 꺾일 수 있으며, 가능성이 무한할 경우 심지어 ‘진짜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선택의 고통을 슈퍼마켓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결과를 통해 입증했다. 24종의 잼을 늘어놓고 지나가는 고객들에게 시식을 권했더니 60퍼센트가 시식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잼을 구매한 비율은 3퍼센트에 불과했다. 제품의 종류를 6종으로 줄였더니 시식에 참여한 비율은 40퍼센트로 줄었지만, 그중에서 30퍼센트가 제품을 구매했고 순구매 실적도 6.5배나 높았다.

때문에 슈워츠는 기대 수준을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대도시의 싱글들이 관계를 원하면서도 결국 싱글 딱지를 떼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5 실용적 사랑


<전략적 낭만>

21세기 사랑의 코드는 어떤 형태일까? 수백 년의 경험이 쌓여 형성된 지금 이 시대의 사랑은 어떤 게임의 규칙을 따르고 있을까?

사랑은 날로 개인의 은신처로 변해갔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것을 사랑에서 찾는다.

오늘날의 연인들은 낭만과 실용을 통합시킬 수 있는 재능을 갖추고 있다. 그들은 낭만적 감정이 있을 경우에만 사랑의 관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우연한 자세로 임해야 사랑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