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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예리하게 날을 세운 6월 11일 발언이 청와대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9주년 특별강의에서 십 수 년 만에 가장 강한 어조로 정권을 비난하고 나섰다. 건강 악화로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는 그로선 절규에 가까웠다. 하지만 언론의 반응은 의외로 미지근했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 언론들은 당일 행사를 생중계할 정도로 비중있게 다뤘다.

하지만 기존의 신문과 방송 등 전통미디어들은 한겨레가 1면에 2단으로 다룰 정도였고 대부분 눈에 크게 띄지 않게 다뤘다. 동아일보는 아예 무시해버렸고, 중앙일보는 1단짜리 기사로 얼버무렸다. 조중동 가운데 유일하게 조선일보가 정치면 3단으로 비중있게 다루면서  제목을 DJ, “독재자에 아부말고 들고 일어나야”라고 뽑았다. 이 정도라면 DJ의 발언이 크게 이슈화되지 못하고 묻혀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노쇠한 전임 대통령의 영향력이 이젠 많이 줄어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려는 찰나 반전이 이뤄졌다.


12일 아침 청와대 대변인이 DJ에 대해 역공을 취하고 나서면서 이젠 힘찬 목소리로 연설조차 하기 힘든 늙은 전임 대통령의 영향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부터 단번에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아왔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강도를 높여가는 스타일이다. 최근의 남북문제 민주주의 경제난 문제 등에 대한 문제도 올해 신년 인사회 때부터 자신의 의견을 보여 오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비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가 ‘행동하는 양심’을 촉구한 적도 십 수 년만에 처음이었고 더구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강한 어조를 보인 것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오랜 당뇨병 투병에 퇴임 직전부터 정기적으로(최근에는 주2-3회) 신장투석을 받아야 연명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나쁜 DJ. 최근에는 시력마저 극도로 나빠졌고 휠체어에 의존하지 않으면 이동도 부자연스러운 그가 인생의 막바지 국면에서 어떠한 승부수를 걸지, 그로 인해 어떠한 파장을 몰고 올지 착잡해진다.         

 

DJ가 11일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강연 내용을 요약해 올린다. 


6.15 10.4를 생각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노 전 대통령과 저는 둘 다 농민의 아들이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상고를 나왔고 나는 목포상고를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돈이 없어 대학을 못 갔고 나도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고 나는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다. 나는 이승만 정권에 분개해 본업을 버리고 정치를 했고 노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에 분개해 정치를 했다. 당도 같았고 국회의원도 함께했고 북한도 둘 다 갔다 왔다. 전생에 우리는 형제였던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내몸의 반쪽이 무너진 것 같았다.


6.15 9주년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불안한가 생각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우리 기업이 철수하고 북한은 남한에 무력 대항하겠다고 한다. 세계 어디에 60년간 대치한 나라가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력히 충고하고 싶다. 전직 대통령 2명이 합의 한 6.15와 10.4는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을 반드시 복구해야하고 개성공단에 숙소를 건설하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말하고 싶다. 북한은 억울한 점이 있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진행하던 대북 정책을 부시 전 대통령이 뒤집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때는 북한의 수반과 만나겠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은 미국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이 파키스탄 러시아 심지어 쿠바에게도 손을 내밀면서 북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니 북한이 모욕을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극단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김정일 위원장은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어야 한다. 북한이 억울한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핵을 만들어선 안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가 있다. 외교는 윈-윈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단거리 미사일까지 포기하는 대신 우리도 줄 건 줘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말씀드리고자 한다.

우리 나라 도처에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객만도 500만명이라고 하니 우리 국민의 심정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우리 국민은 50년간 국민이 피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가 후퇴할까 걱정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죽었는가. 오랜 정치적 경험과 감각으로 본다면 이명박 정부가 현재와 같이 하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해진다. 이병박 대통령은 큰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여러분에게 간곡히 바란다.

마음으로부터 피맺힌 심정으로 말한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나.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의롭게 살아온 사람들이 죄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조문을 했던 10분의 1만이라도 나서서 ‘전직 대통령을 모욕주고 이렇게 수사하면 안된다’고 했다면 그렇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정의롭게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 방관은 악의 편이다.      독재자에게 고개숙이고 아부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행동하는 양심이 있다면 어떻게 독재가 이뤄지고 빈부격차가 커지는 나라가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