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하 DY)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 재보선에 출마키로 선언한 지난 10일,전주행 KTX를 탔다.물론 직행이 없이 익산에서 무궁화열차로 갈아탔다.(이것 역시 전주시민들의 불만이다.공항도 없단다.)
DY는 이날 2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탈당계를 낸 뒤 짧은 소회를 밝히고 곧장 전주로 향했다.5시에 전라북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무소속 출마를 공식 발표키로 했기 때문.10여분 일찍 도착한 나는 수십명의 시도의원들과 전주지역 교계 원로목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1층 기자회견장에 앉았다.한 시의원은 "드디어 인물이 나오는구나(허허),차가 많이 막히나보죠"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DY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한경 DB 자료사진)
교통체증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20분 가량 늦게 도착한 정 전 장관은 "상처받은 아들이 돌아와 어머니 앞에 무릎 꿇은 심정으로 전주시민 앞에 13년 만에 다시 섰다"며 출사표를 던졌다.당선 후에 꼭 복당하겠다고도 했다.
'만약 민주당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내 질문에 DY는 "제 몸에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제 몸 위에 민주당의 옷이 입혀져있건 아니건 제 몸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제가 민주당으로 돌아가 힘을 보탠다면 전주시민과 또 민주당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분들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정치는 생물입니다.오늘 일로 내일을 내다볼 수 없습니다.전주시민이 정동영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당 지도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한 마디로 '당선되면 받아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의 자신감만큼이나 전주시민들의 민심도 'DY 당선 유력'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했다.'인물'이 없어 발전하지 못한 전주에 DY 같은 '얼굴'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보였다.
다만 그의 탈당,무소속 출마 선택이 옳은 일이냐에 대해선 '아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정치인생을 길게 보고 당을 나오면 안됐다,대선에서 쓴맛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복귀하냐,개인주의적인 발상이다 등 정계 복귀가 너무 빨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것.
그의 홈페이지에는 "당신같은 사람이 대선후보였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아이디:일지매),"지금의 결정은 정동영 개인의 조급함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아이디:지나는사람),"왜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지,한낱 개인의 욕심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또 바꾸시는군요.측근들의 근시안적인 얄팍한 충동에 넘어가지 말아주십시오"(아이디:마지막 소망) 등 비판의 글이 쇄도했다.
대체적으로 그의 정계 복귀가 '빨랐다'고 평하는 이때,오히려 '늦었다'는 게시글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진작에 오셨어야 하지 않나요'(아이디:사람)라는 제목의 글이었다.내용인즉슨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없는 힘이나마 맞설 때는 어디에 계셨는지,돌아오시려면 진작에 오셨어야하지 않을까요.왜 하필 이 시기에 도아와서 (중략) 당을 쪼개놓으려 하시는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국민의 고통과 함께 하기 위해 돌아오셨다는 인사말씀은 늦은 감이 있는 듯 합니다"였다.
전주시민들에게 물었다.택시운전기사 임모씨는 "정동영이는 접때도 노인들은 투표 안하고 집에 있으라고 하질 않나 말실수 투성이잖여,미국 가겠다고 딸랑 인사 한마디 하고 갔다 와서는 무신 지역발전 운운하는지 모르겠당께"라며 쓴소리를 했다."아 물론 당선이야 되겠제.근데 전주시민들이 모를까봐? 여기는 당이여"라고도 했다.탈당을 나무라는 목소리였다.
길을 지나가던 전업주부 김모씨에게도 물었다."탈당한 건 잘못했제.당선이야 되겠지만 그건 두고봐야 알 일이고"라며 "갈라믄 수도권에 갔어야 다음 대선 때 나올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내게 되물었다."그 뱃지라는 게 마약같다고는 하드만"이라는 말도 슬그머니 덧붙였다.
DY 당선은 지켜볼 일이다.그의 말마따나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허나 당선된다 하더라도 이미 그에게 찍힌 '큰 그릇되긴 글렀다'는 '주홍글씨'를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빨랐든 늦었든 'DY 정계 복귀' 이후 행보가 순탄해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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