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비행기 사고는 없지만 작은 자동차 사고들이 많아 전체 피해는 훨씬 크다."
17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산업보안포럼 2008’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의 지적이다.비행기 사고와 자동차 사고를 해킹사고와 비교하다니,재미있는 지적이다.안 교수의 지적은 최근 들어 해커들이 눈에 띄는 큰 사건을 일으키기보다는 숨어서 돈벌이가 되는 작은 사건들을 일으키기 때문에 심각성이 더 커졌다는 거다.

이날 안 교수는 평소와 달리 재미있는 비유를 많이 들었다.귀가 솔깃해지는 비유들 때문인지 딱딱한 산업보안의 중요성 얘기를 하는데도 참석자들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경청했다.
이 날 나온 안 교수의 어록 몇 개를 꼽자면,"도둑 한 명을 100명의 경찰이 못 막는다죠? 해커 한 명은 1000명이 달려들어도 못 막습니다."를 비롯해 "경찰이 모든 개개인의 문단속까지 해줄 순 없잖아요.경찰은 사회 전반의 안보를 책임지는 것일 뿐 자기 집 문단속은 스스로 해야죠."도 있다.아, 그리고 기술로만 보안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무리 최신식 자물쇠를 문에 달아도 사람이 깜박하고 문을 안 잠그면 도둑이 들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이자 안철수연구소 창립자 겸 의장을 단독으로 인터뷰한 내용 가운데 내일(18일)자 신문에 못 나간 내용과 이날 발표 자리에서 언급한 안 교수의 발표요약내용을 게재한다.그가 걸어온 행보와는 달리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고 우리나라의 보안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이 블로그를 보실 진 모르겠지만,하루 종일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업무를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바빠 휴대폰을 없애버린 안 교수가 이날 한경 주최,한국산업보안포럼 주관의 '글로벌산업보안포럼 2008'의 기조연설을 맡아주신 데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안철수 교수 발표 내용>
먼저 이렇게 귀중한 포럼에 불러주셔서 감사드린다.여러분들을 직접 만나뵙게 돼서 반갑다.3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돌아와서 처음 거리를 걷는데 가장 피부로 와닿은 것이 차가 사람을 무서워하질 않더라는 점이다.게다가 사람도 차를 무서워하지 않더라.주변을 돌아보면 신기하게도 아무도 다친 사람도 없더라.그런데 국가 전체를 보면 우리나라가 결국 전세계 교통사고 최다국가로 손꼽힌다.통계나 확률이 참 무서운 거구나 생각했다.개인적인 레벨 즉,마이크로 레벨에선 우연이나 요행도 있고 피해갈 수도 있지만 그게 쌓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피해갈 수가 없더라.성수대교 붕괴도 그런 거다.우리가 산업사회 발전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까 다리만 건설하고 이걸 유용하게 쓰기만 하다보니까 필수적인 유지보수,관리를 등한시해서 무너진 거 아니냐.유지보수비용 적게 드니까 처음엔 좋아했을 거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리가 무너져서 훨씬 더 큰 비용이 낭비되고 국가적 신인도도 떨어진 것이다.
보안도 마찬가지다.가장 필수적인 IT의 관리비용이 보안이다.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8-10%를 예산에 책정,지출해왔다.근데 한국은 1%도 안된다.처음엔 IT사용비용이 적게 든다고 좋아했을거다.전체비용 줄어서 좋아했겠지만 5년 지나니까 옥션 1000만명 사건이 터지는 거다.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커다란 사고가 나는 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그렇다고 지금 당장 보안에 투자해도 크게 바뀌진 않을 거다.5년 전에 OECD의 보안에 대한 리포트를 봤는데 이게 매년 나온다는 데 놀랐고,보안은 기술문제가 아닌 문화의 문제고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해서 또 한번 놀랐다.생활습관,인식,업무습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기술은 툴에 불과하다.아파트에 도둑 많다고 최신자물쇠 설치해도 잊어버리고 안 잠그면 도둑맞는다.기술은 사람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지 사람이 인식하지 않고 습관이 안 바뀌면 기술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앞으로 2-3년은 한국이 이로 인한 많은 고통을 당할 거다.지난 5년 넘도록 투자를 등한시해왔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다.지금이라도 이런 포럼을 계기로 빨리 경쟁력을 찾았으면 좋겠다.
<인터뷰 내용 中>
"제가 미국에 살 때 동네 주민들이 거의 60세 이상 노인들이었어요.제가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려고 설치하고 보니까 동네 사람들도 거의 무선인터넷을 쓰더라고요.그런데 깜짝 놀란 건 무선인터넷 사용자의 100%가 비밀번호를 걸어놓고 쓰고 있다는 거였어요.한국에선 안 그러잖아요.심지어 미국 학교에서 젊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무선 인터넷도 90% 이상이 비밀번호를 걸어놓지 않은 거더라고요.앞서가고 인터넷을 활발하게 사용한다는 젊은 층이 심지어 미국에서도 그래요.따로 인터넷을 신청할 필요가 없겠더라고요(웃음).잘 아시겠지만,옆집 무선인터넷에 들어가면 그 집에서 사용하는 공유폴더의 모든 내용을 다 들여다볼 수 있잖아요.어떤 동영상을 보는지,일기에는 뭐라고 썼는지도요.참 이건 심각한 위험불감증이예요.개인도 그렇지만 기업도 심각해요.CEO(최고경영책임자)가 직접 솔선수범해야 돼요.업무 시스템,습관 자체를 바꿀 수 있도록 전면에 나서야 직원들도 따라오죠.더 늦기 전에 이런 포럼이 계속 열리고 실질적인 논의를 해야 해요.기술만으론 해결되지 않거든요.인식이 제일 중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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