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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치러지는 재보선.5곳 가운데 가장 박빙이 예상되는 지역이자 여야가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곳이 바로 인천 부평을이다.지난 22일 오전부터 인천 부평을 찾아 여야 후보 모두가 살리겠다고 주장하는 GM대우 직원들의 민심을 위주로 취재했다.

 

(사진:가동 중단된 인천 부평 GM대우 공장 전경/한경 DB 자료사진)

 

"누가 돼도 다 똑같죠.GM대우 살린다고요?아유.정치인들 그런 말 믿을 수가 있나요 어디."

 

인천 부평 GM대우 공장 정문에서 만난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의 말이다.GM대우 살리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도 있었겠지만 정치인들 공약이 빌공자 공약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그의 말 속엔 체념이 녹아들어 있었고 옆에 있던 다른 직원도 길바닥의 돌을 툭툭 걷어차며 "그나마 홍영표인가 누군가가 GM대우에 일했었다고 하니까 그나마 낫지 않나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문에서 만난 또다른 직원.

"도대체 어떻게 살리겠다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죠,원...어차피 살리겠다는 공약은 다 똑같으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리겠다고 말하는 사람 뽑으려고요.좀 더 지켜봐야죠."

 

그의 말을 들어보니 역시 부평을의 표심은 팽팽해보였다.직원들 사이에서도 그런 얘길 하느냐고 묻자,"다들 GM대우 살리려면 반드시 투표는 해야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 누굴 뽑을지 몰라 지켜보겠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서문 옆에 있는 미가로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

전업주부인 그녀는 "매번 선거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선거는 GM대우 살리기 선거고 그게 곧 인천경제 살리기 아닌가 싶어 투표할란다"고 말했다.

 

D 해물탕집을 나서던 GM대우 직원 A씨.

그는 "아무래도 힘있는 여당을 찍어줘야 그나마 지금 공약의 절반이래두 지원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부평공장 맞은편에 있는 GS칼텍스 LPG충전소에 근무하는 K씨는 "예전보다 손님이 4분의1로 줄었다"고 토로했다."지역경제 살릴라면 투표들 많이 해야할 텐데.."라고도 했다.

 

(사진:가동 중단된 부평공장 조립2공장 전경/한경 DB 자료사진)

 

그네들의 한숨과 고민 속에는 진짜 GM대우가 살아야 수십만명 GM대우 가족들이 살고 그래야 인천경제가 산다는 절박함이 묻어있었다.부평시장,GM대우 공장 정문,서문에서 매일같이 악수하며 자기네 당 후보를 찍어줄 것을 호소하는 여,야의 지도층들이 과연 그네들의 진정한 한숨소리를 듣고 있을까?

 

2500억원이든 6500억원이든,

액수를 갖고 진정성이 있네 없네,현실가능성이 있네 없네 말하기 전에

진심으로 그네들을 위하는 마음을 전하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정쟁으로 번지기엔 인천에서 온몸으로 맞은 바람이 너무 거세고 차디찼다.

"설렁탕 집에서 사골국물을 세 번 우려내서 팔면 아마 망할 겁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이다.사골국물을 세 번 우려내다니,처음엔 뭔소린가 했다.한나라당 얘기란다.

 

(사진: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한경 DB 자료사진)

 

송 최고는 15일 인천 부평 갈산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 설렁탕집은 세 번 끓인 냉물 설렁탕을 주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도덕성 등 수많은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살리기 내세운 한나라당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켜줬고,지난해 총선 때도 경제 살리기 내세운 인천 후보 찍어줬는데 이번에도 경제살리기만 외치는 후보를 내놨다"는 것.오는 29일 치러질 재선거에서 부평을에 출마한 이재훈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한 비판이다.

 

그의 말도 일리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GM대우 부평공장이라는 핫이슈 때문이다.홍영표 민주당 후보는 GM대우자동차에 1982년 용접공으로 입사해 1985년 노동자 대표로 활동한 바 있다.그해 해고된 뒤에도 대우차 노동조합으로 활동을 계속하다가 1990년에 복직,1995년 영국판매법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다.퇴사시기는 2001년.그래서 그가 내세운 슬로건은 '대우가 낳은 부평아들'이다.

 

(사진:원혜영 원내대표(왼쪽부터),정세균 대표,홍영표 인천 부평을 후보,송영길 최고위원,장상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15일 인천 부평 갈산 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해 4·29 재보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송 최고는 "우리 후보는 GM대우의 일자리를 지켜내고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다"라며 "(한나라당은) 이 동네 골목길이 어떤지도 모르는 사람을 갑자기 낙하산으로 공천해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GM대우를 살릴 수 있는 건 누구인가,이 어려움을 어떤 일꾼 선택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이번 선거에서 인천 시민들의 관심사"라며 "홍영표 후보는 GM대우와 잔뼈가 굵은,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 당장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아는 일꾼이다.전혀 내용도 모르고 갑자기 GM대우 문제 들고 나와서 살리겠다는 인사와는 근본적 차이점이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송 최고가 비판하는 '세 번 우려낸 사골국물'의 핵심은 "의석수 많다고 경제 살릴 수 있냐"는 것이다.그의 말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이미 173석이라는 전대미문의 의석수를 갖고 있고 인천시 의원 33명 중 32명이 한나라당 의원인데 의석수가 부족해서 경제를 못 살렸냐,의석수 하나 늘린다고 경제 살릴 수 없"단다.그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향해 "(인천 부평을 한나라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해서 이 없는 살림에 국민의 세금으로 재선거 치르는 걸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재미있는 한마디.송영길 최고위원이 15일 와이프의 차를 GM대우의 라세티로 바꿔주기로 했단다.선거를 앞둔 과시용이든 GM대우 부평공장을 살리기 위한 작은 실천의 진심이든 간에 기왕 바꾸는 차,GM대우로 바꾸겠다는 작은 노력이라고 봐줄 만은 한 듯.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도 이날 당 중진들과 함께 부평 갈산동 우림라이온스밸리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고 승리를 다짐했다.선거사무소 개소식도 양당이 같은 날로 잡았다.

 

여야가 이렇게 인천 부평에 사활을 거는 건 수도권이기도 하지만 '여기만큼은'이라는 절실함 때문이다.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수도권 1곳(부평을)과 영남 2곳(울산 경주),호남 2곳(전주 덕진,완산) 등 총 5개 지역에서 치러지는데 무소속 돌풍이 예상되는 상황.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민주당에 탈당계를 내고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키로 한 데 이어 신건 전 국정원장이 전주 완산갑에 무소속 출마키로 15일 결정했다.(옳고 그름의 문제는 차치하고) 전주가 아무리 민주당 텃밭이라 해도 '정동영-신건 무소속 연대'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알 수 없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한나라당도 울산,경주에서 무소속과 비등한 상황은 마찬가지.인천 부평만큼은 양당이 모두 잡고 싶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당선 가능성은?

양당은 서로 자기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주장한다.그 수치는 오차범위 내.그만큼 격전지라는 얘기다.인천 부평에 출사표를 던진 두 후보 모두 '경제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어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재훈 한나라당 후보는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냈고 홍영표 민주당 후보는 전 재정경제부 FTA 국내대책본부장이었다.누가 됐든 지역 현안인 GM대우자동차 문제를 진정성을 갖고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일꾼이 돼야 할 터다.

 

아래는 "홍영표 후보 필승!민주당 필승!홍영표 파이팅!"을 외치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출처:연합뉴스).현장에 있었던 나는 그들의 '필승' 구호에서 여느때와 다른 절실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