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그의 전망은 적중했다.21세기 들어 원자재값은 심상치 않은 곡선을 그리다 지난해부터 기록적 고공행진에 돌입했다.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금은 온스당 1000달러로 아예 자릿수를 바꿨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곡물 시장까지 요동치기 시작했다.콩과 옥수수,설탕과 코코아 등 거의 전 종목이 투자자들의 화두로 떠올랐다.언론은 뒤늦게 예언자를 재조명하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그의 한마디한마디를 받아적기에 바빴다.‘월가의 신화’‘상품투자의 귀재’,짐 로저스(66·로저스홀딩스 대표)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 10년 먼저 상품투자에 나선 혜안
그의 메시지는 10년 전과 다를 바 없다.중국 경제의 무서운 성장세가 상품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원자재 붐이 막 시작됐다는 것.얼마전 방한해서도‘주식에는 관심없고 상품 투자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그는 상품시장 강세장이 1990년대 말에 시작됐으며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그의 상품투자론이 적어도 10년 이상은 약발을 이어갈 거란 얘기다.
짐 로저스는 어떻게 상품시장에 문을 두드리게 됐을까.1998년 그는 MS나 시스코 등의 기술주들이 잘 나가는 사이 다른 주식들은 하락하고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다우지수는 1980년대 이후 10배 이상 상승하고 있었지만 강세장이 영원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대신 에너지와 곡물,금속 같은 상품들은 대공황 이후 유례없는 최저치에 달해있었다.모든 사람들이 코웃음칠 때야말로 투자에 뛰어들 타이밍이라는 동물적 감각이 그를 움직였다.
당시 짐 로저스는 새로운 밀레니엄의 도래를 기념하며 3년간의 세계 일주를 준비하고 있었다.그는 상품 시장의 강세장의 개막을 시베리아나 아프리카에서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그래서 비행기에 타기 전에 상품 시장의 새로운 인덱스 펀드부터 만들기로 했다.이를 위해 당시 알려진 상품지수인 CRB선물지수(현 로이터-CRB상품지수)나 골드만삭스 상품지수 등을 조사했다.하지만 상품 비중이나 구성 등 모든 게 그의 까다로운 눈에는 들지 않았다.다우존스 상품지수를 발표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인을 찾아갔을 때는 더 기가 막혔다.편집인이면서도 자기 신문에 매일 그런 지수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
그는 결국 믿을만하고 균형잡힌 상품지수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1998년 8월 1일 35개 상품이 포함된 로저스 인터내셔널 상품지수(RICI)와 이에 기초한 인덱스펀드가 출범했다.짐 로저스가 여행을 다니는 사이 닷컴 거품이 터졌고 주식시장에 파문이 일었다.2001년 그가 미국에 돌아왔을 때 로저스상품지수는 80% 올라있었다.상품투자의 시대가 문을 연 것이다.
◆ 거리에서 투자 정보를 캐내는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
그의 상품투자론은 단순간결하다.초등학생도 아는 수요와 공급 법칙이 원자재 투자의 밑바탕이라는 것.하지만 주식시장 광풍 속에서 상품에 눈을 돌린 혜안은 교과서 밖에서 나왔다.그는 1980년 한창 때인 37살에 헤지펀드 퀀텀펀드로부터 공식 은퇴했다.1969년 조지 소로스와 만든 퀀텀펀드로 12년간 3365%라는 엄청난 수익을 올린 후였다.그는 미련없이 여행짐을 꾸렸다.오랫동안 꿈꿔왔던 오토바이 세계일주를 하기 위해서였다.22달간 52개국,6만5000마일을 달린 것으로 모자라 밀레니엄 기념여행에서는 3년간 노란색 벤츠로 116개국을 쏘다녔다.
짐 로저스에게 여행은 단순한 모험이나 여흥이 아니었다.그는 여행이야말로 ‘삶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야 할 배움의 과정’이라고 여겼다.중국의 농촌과 몽골의 사막지대,남미의 슬럼을 거침없이 횡단하며 새로운 시장의 지도를 그렸다.
◆ “상품투자는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
“이제 당신도 이 세상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어느새 그동안 당신이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던 설탕이나 구리 따위와 관련된 여러 뉴스와 사실들이 당신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신문을 읽으면 알루미늄이나 비육우 같은 단어가 당신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상품시장에 대해 알게 되면 단지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질 뿐 아니라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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