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경닷컴 > 한희주의 자연 밥상 이야기
원문 : http://w.hankyung.com/board/view.php?no=92&id=_column_275_1&ch=comm

어제(10월 8일)가 찬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였지요.
한로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있는 절기로 태양이 황경 195도의 위치에 이른 때이고 양력으로는 10월 8일경입니다.
이 시기는 단풍이 물들고 여름새와 겨울새의 교체기에 들며 오곡백과를 수확해야 하는만큼 농촌은 몹시 바빠집니다.
한로는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절기이니 기러기가 모여들고 참새가 줄어들며 조개가 나돌고 노란 국화꽃이 핀다고 옛문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늦더위가 아직 남아 있어 낮 기온은 좀 따갑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어 기분좋게 식혀주니 계절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仲秋佳節입니다.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들녘엔 수확을 기다리는 벼들이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고, 줄기에 달린 마지막 빨간고추를 따느라 농촌의 손길은 쉴 틈이 없습니다.
밭이랑엔 김장무우와 배추가 푸르게 생장을 지속하고 있고 봄에 심어놓은 호박넝쿨엔 둥근 호박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네요.

고향고을 무등산 증심사 나들이 길에 들른 부페식 보리밥집엔 무우청과 배추쌈이 멸치젓 쌈장과 함께 준비되어 있데요.
떫은 맛이 남아 있는 진짜배기 도토리묵도 오종종한 토종 산밤도 제가 무척 좋아하는 가을철 먹을거리인데 기특하게도 그것들이 고스란히 마련되어 있어 정말 신이 났지요.
그 맛에 반해 '적고 가볍게 먹고 살겠노라'던 저의 건강수칙은 순간에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老醜를 보이기 싫다시며 마냥 집안에서만 눌러 지내시는 부모님을 어르고 졸라 모처럼만에 나선 걸음이었는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나들이였습니다.
기력이 쇠잔하신 부모님과 함께 한 길인지라 무등산의 억새밭도 가보지 못했고 산행도 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웅대한 산세에 비해 완만한 흙산이 대부분이어서 바라보기만 해도 포근함이 느껴지는 무등의 산자락 끄트머리에 서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가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먹는 일에 전혀 익숙하시지 않은 어머니의 뜻을 좇아 고추장을 담가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큰일 하기가 수월한 고향집에서 내친김에 고추장을 담갔습니다.
몇 해 전부터 어머니한테 얻어다 먹는 일이 불가능해진 이유도 있지만 모든 살림을 스스로 익혀야 겠다싶어 제 스스로 모든 먹을거리들을 마련해오고 있습니다.
하다보니 기본 장류는 이제 제가 만들어 어머니께 드리는 게 자연스런 일이 되어버렸군요.

고추장 담그는 방법은 지역이나 가정마다 각기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고춧가루와 메주가루 그리고 찹쌀이 주재료로 들어가는 것만은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해오던 방식은 찹쌀가루를 엿기름 물에 삭혀 끓여서 식힌 다음 고춧가루와 메주가루 넣고 설탕과 소금으로 단맛과 염도를 맞추던 것이었어요.

한데 이번에는 조금 더 간편한 방법을 택했습니다.
찹쌀을 가루로 만들지 않고 통째로 하루동안 불렸다가 묽게 죽을 쑤어 식히고, 생수에 소금과 황설탕을 넣고 오래도록 끓여 대강의 간을 맞춘 후에 식힙니다.
미지근한 찹쌀죽에 메주가루를 붓고 젓다가 고춧가루 마저 넣고 끓여 식힌 물을 부어가며 재료가 고루 섞이도록 잘 저어줍니다.
마지막으로 간수 빠진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고 물엿으로 단맛도 맞추었는데 아주 성공입니다.
참고로 재료의 분량은 찹쌀 2kg 고춧가루 2.2Kg 물엿2.45Kg 소금 500g  황설탕 1kg 메주가루 2.2Kg 생수4L가 들어갔습니다. 

잘 담가진 고추장은  오래 두어도 부글부글 괴어오르지 않고 고약처럼 끈끈한 점성이 그대로 유지되는데 모양도 맛도 이틀 전에 담근 그대로네요.
주부님들도 이 방법을 이용해보시면 좋을성 싶군요.
사실 고추장 담그는 시기도 통상 늦가을이나 이른 봄이었는데 이번엔 조금 빠른것 같아 괴어오를까봐 내심 좀 염려가 되었거든요.
아마 제가 담근 고추장 가운데  이번 것이 제일 잘 만들어진 고추장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어머니집 텅빈 항아리에  햇고추장 담가 가득 채워드리고 면보자기로 봉해 햇볕에 내놓았더니 어머니께서 오져죽겠다며 무척 좋아하시네요.

가을고추장 맛나게 담가 비빔밥도 초고추장도 초무침이나 볶음요리도 신바람나게 장만하셔서 건강한 밥상 마련하시면  이 가을이 더욱 풍성해지시지 않을까요.


 

출처 : 한경닷컴 > 한희주의 자연 밥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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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번개를 동반한 요란스런 가을비가 지나가고나니 남아 있던 늦더위는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청명한 가을하늘에는 싸늘한 냉기가 감도네요.
산야에 피어난 구절초의 가녀린 모습과 형형색색으로 물들여진 단풍잎들이 깊어가는 가을날의 서정을 더해줍니다.

12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검증 받을 수능일이 다가오고 있네요.
시험을 치루게 될 수험생은 물론 뒷바라지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해오신 부모님들의 노고가 눈물겹습니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적자가계가 되더라도 흔쾌히 지출을 감당하셨으니 그분들이 두고두고 감내해야 할 내핍의 고통을 헤아려보면 가슴이 아립니다.
수험생들은 어쨌건 통과해야 할 관문이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서 일전을 치루셔야지요.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減毁傷 孝之始(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
몸(몸과 머리털과 살갗)은 부모님 한테서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하거나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요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
출세하여 도를 행하고 이름을 후세에 알려 부모님을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끝이니라.

굳이 <효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부모님의 은공에 보답하는 길은 부지런히 공부하여 자신이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수능을 잘 치루어서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는 것만이 효도의 전부는 아닐테지만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는 있어야 훗날 아쉬움이 남지 않겠지요.

지친 심신을 추스리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무얼까 고민해보았습니다.
밥은 불린 표고버섯채나 풋콩 밤을 넣어 지은 영양밥이나 잡곡밥이 알맞겠네요.
두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데는 단백질의 충분한 공급이 필수입니다.
지방이 제거된 육류나 흰살 생선으로 만든 음식이 좋을성 싶네요.
피로를 쉬 풀어주는 칼슘의 공급도 따라야 하니 따뜻하게 데운 우유나 멸치볶음이 좋겠군요.
그리고 시래기나 아욱된장국, 콩나물국, 오징어무국, 두부된장찌개, 해물미역국이면 충분하겠지요.
여기에 신선한 야채(버섯볶음 갖은나물이나 무우생채 쌈채로 만든 겉절이)와 과일 그리고 따뜻한 음료(대추차 인삼차 결명자차 뽕잎차)가 곁들여진다면 더 없이 좋은 식단이지 싶네요.

<아롱사태수육>
아롱사태를 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 끓는 물에 대파와 무우 다시마 통마늘을 넣고 10분 쯤 센불에 익히다가 중불에서 40여분간 더 끓여 고기가 충분히 물러지면 불을 끄고 수육을 건져 식힌 후에 얇게 썹니다.
삭힌 청양고추 다져 넣은 양념장이나 감식초로 만든 초고추장을 찍어 드시면 쫄깃하고 담백한 맛에 반하게 되어 피로는 말끔히 사라지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의욕도 생기시겠지요. 
배추고갱이나 쌈채 풋고추도 쌈장과 곁들여지면 더욱 좋고요.

<삼치무조림>
가을무는 인삼과도 안바꾼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맛이 좋고 영양도 풍부합니다.
육질이 단단하고 수분이 많은 가을무를 큼직하게 썰어 고춧가루에 살짝 굴려 멸치육수 붓고 먼저 끓이다가 무가 어느정도 익으면 토막 낸 삼치를 넣고 고춧가루와 진간장 집간장 설탕  대파 풋고추편 다진마늘 넣은 양념장을 넣고 중불에서 조립니다.
양념이 고루 배이도록 중간중간에 숫갈로 국물을 떠서 재료 위에 끼얹어 줍니다.
무가 익고 생선에 간이 들면 불을 끕니다.

<갓김치>
'갓은 2년생 풀로서 잎과 줄기를 먹으며 단맛과 매운맛이 나고 향기가 있다. 돌산갓은 매운맛이 덜하고 부드러우며 향기가 좋다.
갓은 귀와 눈을 밝게 해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며 기침을 그치게 하고 냉기를 없애주는 효능이 있지만 너무 많이 먹거나 잎이 작고 털이 있는 것은 사람에게 해롭다'고 허영만선생의 식객에서 밝히고 있네요.

아무튼 갓김치는 밥맛 돋우는 가을철 별미입니다.
윤기 자르르 도는 햅쌀밥 한 숫갈에 갓지 한 가닥 착 걸쳐얹어 먹는 그 맛이라니!.....
청갓보다는 붉은 빛을 띈 홍갓이 김치거리로 좋아요.
갓은 그 자체만으로도 향과 맛이 강하므로 양념 많이 하실 것 없고요
간은 아주 약하게 하시고 적은 양은 1시간 많을 때는2시간 절이면 충분합니다.
고춧가루를 멸치나 까나리액젓에 갰다가 쪽파와 다진 마늘 생강 통깨 넣고 버무리시면 됩니다.
상온에서 사흘 정도 익히면 톡 쏘는 맛이 도는 갓김치 드실 수 있어요.
 
남은 기간 동안 최종 마무리 잘 하셔서 고생하신 수험생과 학부모님 모두모두 웃으실 수 있게 마지막 피치 올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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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서리가 아직 내리지 않네요.
선선한 바람이 자주 불고 햇볕은 따사로우니 여러가지 남새를  말리기에 매우 적당한 시기입니다.
생육의 상태가 좋고 싱싱한 가을채소들을 볕이 잘 드는 양지에 내다 말려 기나긴 겨울을 나는 동안 식재료로 쓰시면 아주 요긴하지요.

<호박고지>
애호박을 2-3미리 정도의 두께로 저며 채반이나 돗자리 위에 펴서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서  뒤집어 가며 말립니다.
이렇게 말린 호박을 호박오가리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물에 불려 나물로 볶으면 졸깃거리는 맛이 식감을 즐겁게 해주는 반찬이지요.
분이 하얗게 난 청둥호박은 겉껍질을 벗기고 속을 정리하여 길죽하게 오려 채반에 말렸다가 시루떡 찔 때나 약밥 하실 때에 살짝 물에 불려 설탕에 버무려 사용하시면 맛이 아주 좋아요. 

<무우말랭이와 마른고춧잎>
맛이 좋은 가을무를 도톰하게 썰어 실에 꿰어서 베란다에 매달아 말립니다.
고춧잎도 데쳐서 물기 꼭 짜버리고  채반에 펴서 말려 두시면 무우말랭이 무칠 때에 물에 불렸다가 함께 무치면 맛이 잘 어울리지요.

<표고버섯 말리기>
맛이 좋고 몸에도 좋은 버섯은 어느 요리에 넣어도 잘 어울리는 식재료입니다.
지금 한창 많이 나는 표고버섯을 고깔 떼버리고 1센티 정도의 넓이로 저며 잘 말려두시면 찌개나 전골 잡채 만드실 때에 잠깐 불려 요긴하게 쓰실 수 있어요.
건표고로 구입하시면 값도 비싸거니와 건조과정에서의 미심쩍은 염려 또한 따르기 마련인데 집에서 내 손으로 만들어 쓰시면 경제적이고도 안전하니 더 말할 나위 없이 유익하지요.

<풋고추말리기>
요즈음 시장에 가보면 끝물고추가 많이 납니다.
넉넉히 구입하셔서 일부는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뺀 다음 햇볕에 바짝 말렸다가 꼬투리 따버리고 방앗간에 가서 거칠게 가루를 냅니다.
이 풋고추가루를 겨울이나 봄철 된장찌개 끓이실 때에 한 숫갈씩 넣으시면 얼큰한 맛을 내는 데는 그만이에요.
온실재배한 풋고추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맛을 냅니다.

<풋고추 절임>
탱탱한 끝물풋고추를 손질하여 멸치액젓이나 생젓 또는 조림간장에 담가 삭히면 감칠맛나는 겨울철 밑반찬이 되지요.
소금물에 삭혔다가 동치미 담그실 때에 넣으시면 알싸하게 매운 맛이 동치미의 풍미를 더해줍니다.

<무우청 말리기>
요즈음 무우청이 아주 싱싱하고 좋아요.
이걸 그대로 김치 담그셔도 수분이 풍부하여 아삭거리는 게 감칠맛이 돕니다.
조금 있으면 줄기가 세어져서 겉껍질을 까셔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지금 무웃잎 버리지 마시고 삶아서 물기 짜버리고 햇볕에 말려두시면 겨우내 시래기국으로도 시래기나물로도 만들어 드실 수 있어요.
무우청만 따로 팔기도 해요.
조리하실 때 샐러드유 넣지 마시고 된장과 집간장으로 간하고 멸치육수와 참기름으로 맛을 내시면 느끼하지 않고 지방섭취량도 줄일 수 있어요.

<생강차 담그기>
햇생강이 많이 납니다.
생강 넉넉히 구입하셔서 껍질 깨끗이 벗겨 씻어 물기가 마르면 1미리 정도로 얇게 저며 유리병에 설탕과 생강의 비율을 1대1로 버무려 냉장하였다가 조금씩 꺼내서 차를 끓여 드시면 감기예방에도 좋고 향도 일품입니다. 
차를 달여 내실 때에는 잔 위에 대추채를 띄우세요.

적은 비용과 잠깐의 노력으로 때 놓치지 않고 저장식품 마련해두시면 밥상에 품위가 더해지고 매 끼니마다 찬거리 준비로 종종걸음 치시지 않아도 되니 이 보다 더 알뜰한 살림비법이 어디 있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