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첫째날,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유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으셨을 겁니다.유독 KT에 대한 납품계약체결 공시를 낸 기업이 많았다는 것이죠.(총 5개 기업이 6건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오는데,매우 이례적입니다.)

 

 별 의미없어 보이는 이같은 현상속에는 사실 여러가지 생각해볼만한 내용들이 많습니다.6월1일은 통합 KT가 출범한 날입니다.이달 초에 만난 한 코스닥 시장 내 IT기업 CEO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작년 한해 동안은 KT 최고경영자(CEO) 결정과정에서 KT가 하도 혼란스러워 나와야할 발주물량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KT가 움추리니까 덩달아 SKT까지 잔뜩 보수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IT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결국 올해 초가 되서 새 CEO가 선임되고 이같은 현상이 해소되나 싶었는데,옛 KTF와의 통합문제가 걸리면서 또 그룹 내 의사결정이 곳곳에서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결국 통합 KT의 출범은 이같은 혼란을 일단락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첫발을 내딛겠다는 한 계기로 봐도 좋을 겁니다.(물론 아직 KT 내부의 혼란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내부 직원의 전언에 따르면 지난 10년 정권과 이별하기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대규모 숙청작업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지라 회사가 어수선하다고 하더군요.)

 

 이렇게되면 한동안 녹색테마의 랠리에 밀려 잠잠했던 IT관련 기업들의 실적개선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코스닥 시장이라는 곳이 워낙 예측을 불허하는 곳이라 이게 주가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을 할 수가 없네요.

 최근 한 자산운용사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일관된 논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시장의 움직임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맞추려고 하면 안된다.애널이 신이 아닌 이상 그 모든 것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고,자신의 입장을 일관된 논리 없이 자주 수정하는 애널은 시장의 신뢰만 잃게 된다.”

 

 통상 투자자들은 특정 애널리스트에 대해 ‘비관론자’다,‘낙관론자’다라며 규정을 합니다.그렇지만 비관론과 낙관론 가운데 무엇이 맞는지는 결국 시대가 정해주는 것이지 그 사람이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맞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대에 비관론자들이 각광을 받았지만,이들은 IT와 플라스틱(신용카드) 버블의 시대에는 ‘찬밥’신세였던 사람들입니다.결국은 누가 맞을지는 시대가 정해주는만큼 일관된 논리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최소한 시장의 신뢰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지였습니다.

 

 하지만 또 자신의 재산이 걸려있는 투자자 입장에서 살펴보면? 흐미... 이런 논리는 어떻게 보면 ‘이상론’,나쁘게 얘기하면 ‘속편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죠.내 전 재산이 걸려있는데? 그래서 시장이라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동안 뜸했습니다.참을 수 없는 게으름의 유혹에 넘어간 탓인데,독자여러분께서 많이 이해해주십시오.요즘은 정말 우울하네요.^^;; 다시 힘내서 블로깅하겠습니다.

 

 증권업계를 이렇게 돌아보다보면 ‘과정이 결과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결과가 과정을 합리화한다’는 생각이 듭니다.요즘 증권업계는 다시 리테일 붐입니다.현대증권 대우증권 등 많은 지점을 둔 증권사들이 분기에만 수백억원대의 현금을 벌어들이며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죠.자산관리라던가 IB에 촛점을 맞췄던 증권사들도 ‘다시 레테일로’를 외치며 개인고객들 공략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컬합니다.제가 은행출입하던 2005-2007년만 하더라도 ‘글로벌 금융기법을 도입해야한다’며 ‘IB가 살길이다’를 외쳤던 게 금융권 트렌드였습니다.그때 리테일을 얘기했던 사람들은 모두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아야했었는데 말이죠.
 
 이래서 사람들은 경험을 해봐야 성숙해지는가 봅니다.모두가 ‘이제 증시는 끝났다’라고 외칠 때 ‘무슨 소리,결국은 다시 올라’라며 주식을 사들였던 사람들이 지금 엄청난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하지만 역으로 지금은 누구나 리테일을 외치고 있지만,다시 IB의 시대가 돌아올 수도 있음은 너무나 자명한 일입니다.그리고 전 어느하나 IB를 외치지 않는 요즘같은 때 다시 찾아올 IB의 시대를 준비할 금융리더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정치적인 스탠스가 달라 그렇게 원망하기도 했던 사람이지만,시대를 앞서나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챔스리그 결승 출격을 앞둔 맨유의 박지성 선수가 아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것 같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드네요.요즘 살맛 안나는 우리 국민들 위로해줄 사람은 제게는 당분간은 지성선수밖에는 없을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