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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고 모험을 꿈꾸는 사람"

 

  이재호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재호 부사장은 자신을 범생이 스타일이 아주 강한,그런데 모험을 꿈꾸는 사람이라고 했다.모험보다는 강하고 일탈에는 좀 미치지 못하는 그런 것을 꿈꾸는데,범생이 기질 때문에 선뜻 나서질 못해,호기심만 커진다고도 했다.

 

 오랫동안 컨퍼런스콜에서 목소리가 익숙해서 그랬는지,처음 만났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과 같이 있는 것 같았다.안경을 쓰고 차분해 보이는 외모였지만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그의 말처럼 호기심이 많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눠봐도 그는 컨퍼런스콜에서 보여줬던 그의 모습을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역시 사람은 자신의 기질이나 끼는 숨기지 못하는 것 같다.솔직하고 소탈한 스타일이었고 편하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회계법인에 있다가 UN에서 7년간 일하고 삼성증권 M&A 팀장을 거쳐서 2004년 12월 엔씨소프트에 CFO로 합류했다.그가 엔씨소프트에 합류하던 시점은 내가 처음 인사 발령을 받아 게임을 담당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그는 크게 4번 직장을 바꾸는 동안 자신이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서 이뤄졌던 적은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어느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제의가 들어왔고,그날따라 무심코 지나치던 1단짜리 기사가 눈에 크게 들어오면서 인생이 바뀌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있을 만큼 준비가 돼 있었던 그가 많이 부럽기도 했다.사실 삶은 엄청나게 많은 우연으로 이뤄져 있는 것 같지만,거기서 생기는 기회는 얼마나 가혹할 정도로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되는가...

 

 기자생활 7년동안 훈련을 받아 그런지 항상 사람을 만나면 인터뷰 모드로 들어가는 나였지만 이날은 편하게 그냥 담소를 나눴다.그리고 그가 자신을 한마디로 축약해 표현한 것처럼 나도 나를 언젠가 누군가에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나 자신을 알아가기를 소망했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웸2.0과 뉴미디어에 대한 현실적인 강의를 경영학과에서 하고 있는 특이한 인물이다.때문에 가끔 저널리즘학과 교수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뉴미디어 영역에 무엇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의 강의는 5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를 최근에 만나 뉴미디어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재밌는 말을 들었다.'청와대 홈페이지와 백악관 홈페이지의 차이점'에 대해 그가 물은 것이다.솔직히 나는 두 곳의 홈페이지를 가끔 들어가기는 해도 유심히 구조를 들여다보거나 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청와대 홈페이지가 일방적이라면 백악관 홈페이지는 쌍방향적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정부 홈페이지는 기본적으로 신문고 스타일에서 시작했습니다.억울한 게 있으면 여기 들어와서 정부 정책을 좀 들여다보면서 이해도를 높이고 그래도 정 힘들면 신고하라는 방식이죠.그런데 이게 점점 더 일방주의적으로 되고 있습니다.전 세계적인 웹2.0 트렌드와는 전혀 동떨어집니다.청와대 홈페이지 한번 들어가보세요.일방적인 주장과 언론의 보도에 대한 반론 내용으로만 가득차 있습니다.그야말로 자신들의 입장 대변하는 곳으로,국민을 대상으로 주장을 펼치는 곳으로만 홈페이지를 활용합니다.

 백악관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심지어 대통령을 자신의 행사에 초대할 수도 있어요.대통령 이메일 뿐 아니라 주요 직원들 이메일 주소가 다 기록돼 있습니다.연락처도 있어요.누구나 쉽게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는 2002년부터 주요 국가 정부의 홈페이지를 연구하면서 차이점을 조금씩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2002년에도 그랬는데 5년 넘게 지났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정부 기관의 홈페이지는 기본적으로 변한 게 별로 없습니다.청와대에 전화를 걸 수 있게끔 마련해 놓지도 않았죠."

 

 이 교수가 보기에 이것은 참여와 개방을 전제로 하는 인터넷에 대해 한국의 권력 상층부가 얼마나 이해도가 떨어지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상호 활발하게 의사 소통을 해야 하는 인터넷을 아직도 대자보 수준으로만 파악하고 있는 증거다.

 

 "한국은 아직도 인터넷이라는 세계의 진정한 의미와 활용도,가치에 대해 사회 상층부부터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한국이 인터넷 인프라라는 환경을 잘 구축해 놓고도 정작 그 활용과 발전에선 서구 사회에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블록 버스터는 그야말로 어떤 장벽을 깬다는 말이다.그 말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쓰이면 그 어려운 성공의 장벽을 다 깨부술만큼 대박이 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에도 이런 블록버스터가 많이 존재한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리니지2,웹젠의 뮤,넥슨의 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드래곤플라이(네오위즈)의 스페셜포스,게임하이(CJ인터넷)의 서든어택,네오플(NHN)의 던전앤파이터,티쓰리엔터테인먼트(예당온라인)의 오디션 등이 대표적이다.단기 매출액은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히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게임(NHN)과 넷마블의 고스톱·포커류의 게임이나 윈디소프트의 겟엠프드,넥슨의 마비노기와 비앤비 등도 준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일일이 다 나열하긴 힘들다)

 

 이런 게임들은 비록 1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긴 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한국 게임사 기록에 남을 만한 작품들이다.이들 중에는 한국의 게임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킨 작품들도 상당수 있을 정도로 흥행성 못지 않게 작품 자체로서의 의미가 큰 경우도 많다.

 

 그런데 넥슨재팬의 수장이자 지난해까지 넥슨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리 넥슨재팬 대표는 “사실 지금까지 한국 게임 시장에서 대박 게임들이 과연 긍정적인 효과를 줬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외부인사와 대화할 때 비교적 완곡하게 표현하곤 하는 그의 성향을 고려할 때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대박 게임이 한국 게임산업을 망친 부분도 분명히 있다”인 것 같다.즉 블록버스터의 빛과 그림자인 셈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대박게임들이 게임 시장을 키웠을 수도 있지만 게임의 혁신을 가로막은 측면도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그에 따르면 대박 게임의 출현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게임산업이 자꾸 보수적으로 되고,잘되는 게임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크다.판타지 영화가 뜨면 판타지 영화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비슷한 영화들이 자꾸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반지의 제왕,해리포터가 성공을 거두자 나르니아연대기,황금나침반 등이 잇따라 영화화되는 것과 비슷하다.그 원작들의 독창성과 작품성에 상관없이 영화화되는 기준만 보면 그렇다.

 

 한국 게임 산업에서 유독 고스톱포커류게임에 이어 MMORPG,스포츠게임,슈팅에 이어 이제는 댄스게임과 횡스크롤게임에 이르기까지 장르별 편중이 극심한 것도 대박 게임에 따라 이리저리 쏠림 현상이 심했기 때문이다.데이비드 리 대표는 이런 점을 지적한 것 같다.업체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무작정 탓하기는 힘들다.블록버스터가 존재하는 장르는 수요가 충분히 있다는 얘기고 그렇다면 최소한 아주 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안전한 선택을 하기에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
 
 하지만 또 하나 분명한 것은 대박 게임으로 인해 산업의 혁신성이 저해된다는 점이다.최근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의 흐름을 보면 그의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그가 지적한 이유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게임들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유저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히트작 부재 속에 산업은 계속 침체하고 있다.

 

 데이비드 리 대표는 ‘온라인게임에서 블록버스터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블록버스터가 여전히 나올 수는 있지만 이제 그 의미가 축소됐다는 것이다.영향력이나 파급효과,시장성 등 모든 측면에서 블록버스터는 이제 예전과 같은 파워를 갖기 힘들다는.

 

 어찌보면 온라인게임에서도 롱테일 법칙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말로 들린다.데이비드 리 대표는 “50만 동접 게임 1개보다는 10만 동접 게임 5개가 있는게 산업에 더 좋다”고 강조했다.아울러 넥슨도 그런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인다.롱테일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그렇다.그래서 중요해지는 것은 해외 시장이다.

“앞으로 한국 게임업체들은 해외 매출에 더 신경쓰게 될 겁니다.한국 시장이 작을 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국내 경쟁력있는 게임회사들은 곧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추월하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서야 비로소 한국 온라인게임의 진정한 글로벌 시대가 개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롱테일을 생각한다면 다양성을 위해 중요한 또 다른 한가지는 장르의 복합화다.달리 말하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엔터테인먼트의 전 영역을 커버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도 그의 이어지는 말은 내 생각을 마치 읽고 있는 듯했다.“넥슨은 단순 온라인게임 회사가 아닌 즐거움을 주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애니메이션,캐릭터 사업 등으로 확장하는 것이 단순한 틈새 시장이 아니라는 거죠.이미 온라인에서 게임과 커뮤니티의 경계는 사라지고 있습니다.게임은 점점 커뮤니티화되고 오락성을 극대화한 커뮤니티는 게임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장르 구분이 점점 의미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