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구글 식단을 바꿨다? [블로거 IT기업 탐방] 2009/02/23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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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를 아내와 함께 방문했다.본사에서 일하시는 한 PM께서 우리를 초대하고 그날 2시간 넘는 시간을 할애해 안내해줬다.

버클리에서 구글 본사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는데 처음엔 멋도 모르고 제일 큰 건물쪽으로 들어가다가 Security guard에게 제지를 당했다."저리로 가서 주차하시오"

40동 앞으로 가니 방문객이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우리를 맞이하러 나온 PM께서 우리를 보자마자 하시는 말씀.  "구글의 자랑거리인 식사를 하러 가셔야죠.그런데 좋은 시절 지난 다음에 오셨네요.메뉴가 대폭 간소화됐어요."

"아 그래요? 정말 아쉽네요..구글 식사가 어떤지 정말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분의 말씀과는 달리 식사는 굉장했다.세상에 둘도 없는 맛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겠지만 미국 레스토랑에서 사먹는 음식들의 수준을 생각할 때 분명 훌륭했다.아내가 식사 도중 불쑥 한마디 했다."이 정도가 간소화된 거면 예전엔 어느 정도였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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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식당이 위치한 구글 본사 40동 전경>


우리가 식사를 한 곳은 40동에 있는 Charlie's cafe(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다)라는 곳인데 주로 외부 손님들이 오면 식사하는 메인 식당이라고 한다.이날은 근래 보기 드물게 날이 좋아서 뜨거운 캘리포니아 햇살을 받으며 밖에서 식사를 하는데 긴팔 남방이 덥게 느껴질 정도였다.

*랍스터가 식단에서 사라졌다
메인 요리로 중식,일식,이탈리안,인도,미국식,스테이크 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선택해서 먹으면 되고(물론 위장이 허락한다면 다 먹어도 된다) 뷔페 집에서 흔히 보는 그런 모양으로 디스플레이된 과일과 샐러드가 따로 차려져 있었다.멕시칸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은 바로 옆에 Andele라는 멕시칸 음식 전용 카페가 있었고 가벼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No name Cafe(이름을 공모했는데 이름을 결국 못 지어서 이런 이름이 됐다고 한다)도 바로 옆에 마련돼 있었다.

구글 식단이 간소화됐다는  것은 랍스터같은 만찬용 요리가 빠졌다는 것.토끼 뒷다리 같이 평소에는 먹어보기 힘든 요리들도 종종 나왔었는데,이제는 그런 요리를 거의 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하나에 10달러씩 하는 피지 워터도 경제 위기가 닥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사라진 대표적인 식품이라고 한다.그래도 아주 싸구려에 속하는 브랜드인 애로우헤드(보통 일반인들이 많이 먹는) 같은 물은 안 먹는다고 하니..

어쨋든 갑부 사장이 직원들을 위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식단에 돈을 펑펑쓰던 그런 분위기는 지금 구글에서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할지..어쨋든 나는 절정인 순간에 식사를 해보지 못해서 상당히 아쉽긴 했다.(식사는 물론 맛있었지만)

*직원들 살 안찌게 아이스크림도 직접 주문제작하고,점심시간에 직원들은 비치발리볼
식사를 하고 나서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그야말로 구글표 아이스크림이었다.아이스크림에 구글 마크가 큼지막하게 찍혀 있는..구글이 직원들 살 안찌게 하려고 설탕을 전혀 넣지 않고 만들도록 특별히 주문제작한 것이라고 한다.건강 챙긴다고 오트밀을 잔뜩 넣어서 그런지 상당히 뻑뻑했다.

식당 뒷쪽에는 당근,오렌지  등을 직접 갈아서 주스로 만들어주는 코너가 있었다.나는 유기농 당근 주스를 먹었는데,유기농인지는 믿거나 말거나.

식사를 하고 있는 야외 테이블 바로 옆에는 비치발리볼 코트가 있는데,짧은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남녀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비치발리볼을 하고 있었다.(정말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풍경)

*Introduce a girl to engineer's day!!
식사를 마치고 건물을 둘러보는데 41동이었던가..계단 한 쪽에 introduce a girl to engineer's day! 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엔지니어 데이를 앞두고 여자친구를 좀 데리고 오라는 홍보성 멘트인데,맨날 일에만 파뭍혀 있고 여자친구 사귈 생각을 안하는 엔지니어들을 풍자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그 건물 천장엔 스페이스 셔틀 모형이 걸려있었는데,저게 뭐냐고 물으니,창업자가 우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을 곳곳에 꾸며놨다고 한다.

*CEO를 제외하곤 아무도 단독 방을 쓸 수 없다.
아마 CEO인 에릭 슈미트 방이 42동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가까이 가보지는 못하고(외부인 출입을 금하고 있어서) 멀리서 보기만 했다.

구글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미국에서 자기 방을 단독으로 쓸 정도가 되면 굉장히,엄청 성공한 것이라고 한다) 구글은 유독 혼자 사무실을 쓰는 사람이 없다.창업자도 단독으로 사무실을 쓰지는 못하고 유일한 예외가 CEO인 에릭 슈미트라고 한다.그런데 CEO의 방 조차도 엄청 좁다고 하니..가까이 가서 보질 못해서 정확히 판단은 안 되지만 책상,의자 하나만 달랑 있는 방이라고 한다.

구글의 모든 직원들은 3-4명씩 방을 나눠서 같이 쓰고 있는데,직원들간 대화를 하라는 창업자의 의지라고 하는데,꼭 그런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창업자에게 차고를 빌려준 수잔 보이지스키
정확히 몇동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창업할 당시 차고를 빌려준 수잔 보이지스키 구글 제품담당 부사장의 커다란 사진이 벽에 걸려있었다.(아,생각해보니 사진이 아니라 스틸영상을 벽에 띄워놓은 것 같다)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당시 차고를 빌려준 인연으로 수잔 보이지스키 부사장의 여동생 앤 보이지스키를 소개받았는데, 두 사람은 지난 2007년에 결혼했다.앤 보이지스키가 땡 잡았다고 생각할 분도 있겠지만,그 역시 23앤미라는 실리콘밸리 바이오벤처의 CEO다.이래저래 대단한 부부다.

*구글 법칙의 예외,한국
수잔 사진 아래쪽에는 구글의 검색 쿼리가 발생하는 모습을 3D 지구본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있었다.(이 디스플레이는 LG전자에서 만든 거였다)

인터넷 활용이 거의 없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구글을 사용하는 검색 쿼리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지만,그 중에서도 유난히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곳이 한국이었다.(당연한 일이다.한국에서 구글의 검색 점유율 등을 고려한다면)
한때 한국만큼이나 저조했던 중국은 구글 점유율이 급상승하면서 이제는 검색 쿼리가 꽤 발생하고 있었다.터키고 한국과 유사하게 구글이 저조하다고 한다.
 
*Give the people control and we will use it
짧은 시간이지만 구글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철저하게 직원들에게 자율을 적용했다는 것.많은 미국 기업들이 그렇지만 구글 역시 직원들을 평가할 때 이른바 '근태'(근무 태도) 항목이 없다.즉 근무를 성실하게 했느냐 안 했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몇시에 출근해서 몇시에 퇴근했는지,이런 것은 의미가 없다.(생각해보면 정말 출퇴근 시간을 체크한다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이나 독립된 인간성을 아주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이날 사무실을 둘러보는 와중에도 곳곳에 있는 사무실 복도 소파엔 드러누워 자고 있는 직원들도 있는가 하면 상당수가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마치 수다를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구글의 이런 조직 문화는 아주 의도된 것이다.직원들에게 충분히 자율성을 주고 그들이 스스로를 컨트롤하게 하고,구글은 이를 최대한 이용한다는 것이다.이는 구글이 자신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점에서나 조직 운영에 있어서나 최소한 비슷한 것 같다.사실은 모든 것을 알고 통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통제하려고 하지 않고 고객이나,직원들 모두에게 스스로 통제하고 발전하도록 강력한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구글 식당, 실리콘밸리, 인터넷, 마운틴뷰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여전히 꿈꾸는 소년같은 김택진 사장 [블로거 IT기업 탐방] 2008/05/29 08: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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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모습에서 나는 반항아적인 기질과  활기참을 느꼈다.2005년에 김택진 사장은 한참 다른 시도를 하기 위해 생각이 복잡한 듯 보였다.그 다음해에 만났을 때는 그는 매우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었다.방어적이고 신경질적인 반응도 많이 보였던 것 같다.2007년에 김택진 사장은 상당히 지쳐 보였다.

 

 2008년에 김택진 사장을 다시 만났다.그의 모습은 또 달라져 있었다.약간은 장난끼있고 반항적인 듯 보이는 반짝이는 눈빛과 활기찬 어투가 다시 살아나 있었다.분명 그의 모습만 보면 그는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 4년 동안 내가 만났던 김택진 사장의 모습 속에서 엔씨소프트의 현황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블로거가 간다’ 행사를 위해 블로거들 앞에 나타난 김택진 사장은 분명 작년과는 달라 보였다.

 

 그 스스로 지난 3년간을 ‘우왕좌왕했던 시기’라고 표현했다.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보면..

 

“회사가 규모가 커지면 필요한 인재가 많아지고 그런데 준비는 내부적으로 안돼고 그러면서 떠나는 사람도 많아지고 힘든 성장통을 겪었다. 힘든 시기를 겪다보니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과연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

 

“그래서 어떤 결론을 내셨습니까?”

 

“작고 알차고 강한 회사가 되자.이걸 우리 회사의 모토로 삼았다.”

 

“작고 알찬 회사라..이게 무슨 의미인지?

 

”사람들이 많아지니깐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말도 전달 잘 안돼고 컨센서스가 잘 안돼니깐..엣날을 그리워하기도 했다.작은 회사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는 회사.그래서 작게 느껴질 수 있는 회사.
 강한 회사는 무슨 의미인가? 우리는 잘할 수 있는 일을 잘 하는 회사가 강한 회사다.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알찬 회사는 무엇인가.NC의 약자가 많은데 Neverending Change의 약자로 한다. 요즘엔.창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잘 개선하는 것 그것이 창조인 것 같다.창조에 대해서 우리는 정말 고민을 많이 한다.창작의 고통은 너무 크다.계속 고치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짠하게 하는 그런 순간이 온다.그럴 때 그것이 무엇인가를 창조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엔씨는 여전히 검색도 준비하고 있고 메신저도 구상하고 있다.그만둔 것이 아니다.오픈마루는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될 것이다.실험에 그치지 않고 정말 이제까지와 다른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기대해 달라“

 

내 느낌은 김택진 사장은 다시 본연의 꿈꾸는 소년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누가 밖에서 뭐라고 하든 그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를 한국에서 만드는 꿈을...불법복제가 횡행하는 그런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온라인게임과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것.

 

이런 꿈을 꾸고 있기에 그는 여전히 소년처럼 보였다.어쩌면 영원히 철이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한국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피터팬이 있다면 그는 김택진 사장이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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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oft의 NC는 Never ending Change? [블로거 IT기업 탐방] 2008/05/28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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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가 간다! 엔씨소프트편 2번째 글입니다.)

 

엔씨소프트를 영어로 쓰면 NC Soft인데,여기서 NC가 무엇의 약자냐를 두고 예전부터 여러가지 설이 있었다.

내가 들은 얘기들을 풀어보자면 11년전에 김택진 사장이 현대전자 직원들과 함꼐 회사를 차릴 때는 NC가 New Company의 약자를 뜻했다고 한다.새로운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고 싶은 그의 열망이 담긴 것이겠지만,듣기에 따라선 좀 유치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뒤에 다른 예를 들겠지만 사실 기업의 이름 약칭이 이 정도면 그닥 유치한 것도 아니다.정말 황당한 사례들도 많다.)

 

이게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는지 훗날 김택진 사장이 여기에 의미를 부여했다.NC Soft의 NC는 Next Cinema의 약자라고..그럴듯 하다.언제나 온라인게임이 영화처럼,또는 영화가 보여준 경지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호언하는 그이기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엔씨소프트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 미국인으로만 기업이 이뤄진데다 초기 아레나넷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기에 현지에선 미국 기업인 줄 아는 경우가 많았다.그때 김택진 사장이 농담처럼 한 말이 “NC를 미국 사람들은 North Carolina의 약자인줄 안다”고 말했었다.그만큼 현지에서 잘 정착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김택진 사장은 최근 여기에 의미 부여를 한가지 더 했다.블로거가 간다 엔씨소프트 편에서 블로거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사장은 “최근 NC는 Never ending Change를 뜻하기도 한다”고 자랑했다.항상 변화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모습을 그가 표현한 것이다.엔씨소프트가 정말 변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고 하나의 회사 이름을 갖고 여러가지로 의미 부여를 참 잘도 한다 싶은 생각이 든다.

 

부연하자면 기업체들 약자 중에는 자못 황당한 경우가 많다.게임업체중에는 CCR이 대표적인데,CCR이 무엇의 약자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놀랍게도 고구려의 약자라고 한다.순간 풋 하고 웃음이 터지는 사람들이 좀 있을 것 같다.KRG소프트란 회사의 경우 KRG가 꾸러기의 약자라고 한다.

 

그런걸 보면 Next Human Network라고 좀 억지스럽게 붙인 듯한 NHN은 비교적 수긍할 만한 사례인 것 같다.다른 업계이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황당한 약자는 KT&G다.보통 Korea Tobacco and Ginseng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KT&G는 KOREA Tomorrow and Global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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