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말 처음 게임 담당으로 IT부에 왔을 때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나에게 우선적으로 만나보라고 했던 기업은 7개사였다.엔씨소프트,넥슨,웹젠,NHN,그라비티,CJ인터넷,네오위즈가 그들이다.우선 만나보라고 한 이유는 매출 기준으로 큰 회사들이기 때문이고 아무래도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회사 사람들을 만나야 보다 산업적인 이야기나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시점에서 이 회사들이 매출 1위부터 7위까지 차지하고 있던 업체들이었다.

 

 이 회사들의 뒤를 이어서는 액토즈소프트,한빛소프트,엠게임,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YNK코리아 등을 꼽았고 단기간에 성장한 윈디소프트,포트리스란 게임으로 알려진 CCR 등도 매출 100억원이 넘는 견실한 회사로 꼽혔었다.(모바일 및 개발 전문 업체 제외)

 

 그 뒤로 4년 남짓한 세월이 흘렀다.지금 와서 보면 당시 7대 게임업체 중 웹젠과 그라비티가 사실상 계속 기업으로서의 모멘텀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게임 순위에서는 한참 밀려있던 NHN이 크게 도약했고 넥슨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1위를 계속 지키던 엔씨소프트는 계속되는 차기작의 부진과 해외 매출이 예상만큼 나오지 못하면서 선두업체의 지위를 내놓고 3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처지가 됐다.

 

 ‘7중’으로 꼽을만한 그 다음 기업 중에서는 YNK코리아가 웹젠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고 한빛소프트도 매출 성장에 비해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CCR은 대규모 적자에 이어 수년째 매출액이 답보 상태을 보이면서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윈디소프트는 잇따른 상장 실패와 대표이사의 퇴진,차기작의 실패 등이 맞물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7중 업체중에는 엠게임이 비교적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한참을 고전하던 액토즈와 위메이드가 요즘 조금 살아나고 있는 정도다.하지만 액토즈와 위메이드는 최근 1년 성적이 반짝한 정도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물론 이 같은 서술은 기본적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판단이다.)

 

 결론을 내리면 7대 기업 중에는 4개가,7중 기업 중에는 1∼2개 정도만이 꿈을 먹고 사는 게임 시장에서 지속 성장 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이렇게 바꿔 놓았을까.2004년 가장 유망한 게임업체였던 웹젠은 왜 오늘날 회사의 존속성이 의심받을 지경까지 이르렀을까.공격적인 경영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빛소프트는 전혀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을까.매출이 후퇴하던 CJ인터넷이 다시 급성장세를 회복한 이유는 뭘까.별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드게임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한게임이 국내 최대 게임업체로 도약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온라인게임의 신화 리니지를 창조한 엔씨소프트는 왜 오늘날 이 지경이 됐을까.

 

 하나하나 궁금증을 가지자면 끝이 없지만 아주 단순화 하자면 ‘살아남은 기업과 사라져가는 기업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다.과거를 보면 미래를 어느 정도 볼 수 있지 않을까.그러면 지금 잘 나가는 게임업체 중에 향후 4,5년 후에 살아남아 있을 회사들은 몇 개나 될지 짐작해 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CEO의 자질이나 전략을 포함한 경영진의 능력,유저들의 변화,산업의 흐름 변화,정책적인 변수,핵심 인재의 확보 등 따져봐야 할 것들은 많겠지만 생각보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이 아주 복잡하진 않을 것 같기도 하다.물론 그런 공통점과 차이점은 수많은 다른 변수들 가운데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그대로 그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특정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산업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는데 상당한 힘이 될 것 같다.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혹시 궁금하지 않으신지.경영학 이론으로 이걸 어떻게 설명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업들의 현실을 갖고 설명하면 좀 더 재밌게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하나씩 풀어볼 생각이다.

웹젠을 둘러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을 받고 있는 웹젠이 ‘맞불 작전’으로 방어에 나선 것이다.공격자인 네오웨이브 지분을 대거 사들여 상호출자에 따른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법을 떠올린 것 같다.그러나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명부가 폐쇄된 상황이다.결론적으로 이번 웹젠 주주총회에서는 네오웨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웹젠이 이미 주주명부가 폐쇄된 상태에서 상대방의 주식을 사들인 이유는 뭘까?

 

 웹젠은 28일 네오웨이브 주식 230만주(10.78%)를 장내외에서 취득했다고 금융감독원에 공시했다.웹젠은 이달 중순부터 네오웨이브 주식 50만주를 장내에서 사들인 후 최근 180만주를 로지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추가로 장외매입했다.총 매입자금은 약 45억원에 달한다.

 

 최근 라이브플렉스와 네오웨이브가 손을 잡고 적대적 M&A를 시도하자 웹젠이 상호출자로 네오웨이브의 웹젠 의결권을 제한하려고 한 것이다.상법상 ‘상호주식 의결권 제한 규정’에 따라 웹젠이 네오웨이브 주식을 10% 이상 소유하게 되면 네오웨이브는 웹젠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지난해 이노비츠가 삼양옵틱스의 경영권 위협을 막았던 방법이다.당시에는 이노비츠 자회사였던 네오웨이브가 상호출자를 위해 삼양옵틱스 지분을 사는데 동원됐는데 이번에는 역공을 당한 셈이다.

 

 그러나 오는 3월28일 예정인 웹젠 주총에서는 웹젠이 이 방법을 써도 네오웨이브의 의결권 행사를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이미 지난해말 기준으로 주총 명부가 폐쇄됐고 주총 표대결을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상법의 취지를 봤을 때 주주명부가 지난해말 폐쇄된만큼 오는 주총에서는 상호출자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국 웹젠은 쓸데없는 돈을 쓴 것이다.45억원이나 되는 돈을 끌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현 경영진을 지키기 위해 이런 황당한 결정을 했다면 웹젠의 현 경영진에 대한 일반 주주들의 인식은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웹젠이 이걸 모르고 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런데,웹젠은 왜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는 방법에 집중하지 않는 건가? 이런 행동들을 보면 웹젠이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것에 자신이 없다고 볼 수 밖에 없다.위임장을 받으러 다니다보니 주주들의 싸늘한 반응을 알게 됐는지도 모른다.어떤 방식을 쓰던 네오웨이브쪽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저질렀을 수도 있다.주주들이 그렇다고 난데없이 나타난 네오웨이브 편을 들어주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웹젠의 경영진은 이런 허술한 상대에도 대적 못할 만큼 인심을 잃었고,잘 한 일이 별로 없다.

 

 이날 웹젠이 경영 부진 책임을 물어 이사진을 대거 해임한 것을 보면 무슨 사전 작업을 하는 것 같이 보인다.하지만 정작 물러날 사람은 김남주 사장이다.경영 부진의 책임을 CEO가 지지 않는다면 그 누가 책임을 지려 하겠는가.


 웹젠이 이렇듯 사냥꾼들의 표적이 돼 버린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실적과 주가,조직의 붕괴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하지만 나는 웹젠이라는 회사가 기본적으로 웹젠의 게임을 즐기고 사랑하는 고객과 웹젠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에 대한 배려,애정이 전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웹젠에는 고객도,투자자도 없다.

 웹젠은 뮤의 차기작인 썬을 만들 때 고객을 이미 저버렸다.일단 고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1년 넘게 게임이 늦게 나온 것에 대해서 웹젠은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수없이 서비스를 연기하면서 고객은 떠나갔고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다.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웹젠의 서비스 연기는 주로 개발자단과 서비스단의 마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그들에게는 고객과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투자자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던 적도 없다.회사의 주식 가치를 바르게 평가받기 위해 웹젠은 어떤 노력을 했나? 가장 중요한 실적 제고와 조직 정비,새로운 도전 등 모든 면에서 웹젠은 투자자를 배려하지 않았다.

 상장사치고 웹젠처럼 그렇게 거창하게 게임 개발 발표해놓고 접어버린 회사도 많지 않을 것이다.이미 엔드리스 사가 개발을 중단했고,위키도 개발을 잠정 보류키로 했다.개발중인 게임도 모두 개발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헉슬리,일기당천,파르페스테이션 등 모두가 당초 웹젠이 말했던 것보다 1년가까이 지연되고 있다.과연 이 게임들은 제대로 나오기나 할 것인가?


◆김남주 사장은 대책이 있나?
 이런 웹젠의 문제에 대해 최고경영자인 김남주 사장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 웹젠의 창업 멤버였던 조기용,송길섭 이사 등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김남주 사장은 혼자서 짐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밖에서 봐도 그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 자명하다.

 

 그 동안 아무런 액션이 없던 그도 이런 위기를 의식했는지 지난해 말부터 직원을 대량으로 해고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지금까지 너무나 오랜 기간동안 웹젠은 조금씩 무너져 왔다.그러면서 그가 해고하기 전에 이미 능력있는 직원들은 다 빠져나갔다.웹젠은 개발이나,조직정비나,서비스 시기나 모든 면에서 다 시기를 놓쳤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는 여전히 최근 인터뷰에서 “게임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말을 했다.하긴 그가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하지만 아쉽게도 이건 대책이 될 수 없다.이건 그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다.지금 웹젠에 필요한 것은 열심히 게임을 개발하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이건 남들도 다 하는 거다.위기에 빠진 기업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그런데 그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

 

 그는 최근 네오웨이브사의 웹젠 지분 획득 및 경영권 참여 발표에 대해 “사업적인 연관성이 전혀 없는 회사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네오웨이브측의 의도를 납득하기 어려우며, 기존 사례에서 보듯 시너지가 창출되지 않는 적대적 M&A의 경우 결국 주주가치의 훼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절하했다.

 어처구니가 없다.외부 세력의 M&A가 아니더라도 그는 계속해서 주주가치를 훼손해 왔다.시너지를 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자신만이 책임을 다 뒤집어 쓰는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되는가? 그러면 사업을,아니 최소한 대표이사를 맡으면 안된다.대표이사는 그런 자리다.

 

◆진작에 물러났어야 했다.
 그는 진작에 물러났어야 했다.이미 게임 시장은 그가 뮤를 개발할 때의 그런 시장이 아니다.회사가 커진만큼 글로벌로 도약하기 위해 그런 경영을 할 수 있는 인물에게 양보했어야 했다.그도 아니면 자신은 게임 개발에 전념하고 대표 이사 자리를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맡겼어야 했다.

 게임 개발에 있어서는 그는 자신이 국내 최고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그의 실력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게임 개발에서 프로인 그지만 기업 경영에서는 아마추어였다.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행적이 이를 입증한다.

 

 상장할 때 그가 확보했던 1800억원은 다 어디 갔는가? 만시지탄이다.김남주 사장의 사례를 보면,사람은 역시 자신의 능력을 아는 만큼 자신의 한계도 알고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김남주 사장이,자신이 스스로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했으면 한다.김남주 사장의 결단,그게 남아있다면 남아있다고 할 수 있는 웹젠의 마지막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