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NHN 창업자가 혼자서 식사를 한다?

NHN을 창업한 이해진 CSO(최고전략책임자) 정도면 밥 먹자는 사람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소리일까?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는 실제로 혼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식사를 같이 하자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그런데 너무 많이 때문에 오히려 그는 혼자서 식사할 때가 많다.NHN직원들의 말을 빌면 이해진 CSO방에서 컵라면이나 빵 봉지 등이 가끔 발견된다고 한다.혼자서 먹다보니 그냥 끼니를 대충 때웠다는 소리다.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흥미롭긴 하다.

 식사하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것도 얼핏 이해하기 쉽지 않다.이건 NHN에서 그가 갖는 힘 때문이다.그가 과잉반응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NHN 내부에서 이해진 CSO와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한번 만나서 식사를 하고 나면 그것을 빌미로 주위에 이야기하고 다니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고 한다.NHN이 한참 성장하던 시기에 이해진CSO는 이런 일을 몇 차례 겪었다.
 즉,‘아,내가 이해진 사장님이랑 밥을 먹었는데~ 어쩌구 저쩌구’ 날 무시하지 말란 말이다.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나온 말들은 좀 부풀려서 주위에 얘기하기 마련이다.

 성격이 세심한 편인 이해진 CSO는 이런 일을 겪고 나서 원칙을 정했다고 한다.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직원들과 사적으로 식사를 하지 않기로.이게 벌써 몇 년 됐다.그런데 NHN 내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인터넷 및 벤처업계에서 그의 위치 때문에 회사 밖에서도 역시 그와 식사를 한번 하고픈 사람은 줄을 서 있다.그런데 그것이 또 문제가 되는가보다.이해진 CSO와 만나 식사를 하고 나면 소문이 금방 퍼지고 그가 한 말이 NHN의 전략인 것처럼 비춰지고 암튼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나보다.대표이사 자리를 놓은 2004년 이후 이해진CSO는 특히 김범수,최휘영 등 대표이사에게 줄 부담을 우려해 외부 인사들과의 미팅도 철저하게 삼가고 있다.

 이러다보니 그가 만나서 식사할 만한 사람은 아주 친한 지인들이나 오랫동안 알고 지내 신뢰가 쌓인 사업 파트너들이 전부다.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숫자상으로 많지 않다.결국 혼자서 식사할 때가 많은 것이다.스스로도 PC 앞에 앉아서 고민하고 연구하는 스타일인지라 열심히 찾아다니며 밥 먹을 사람을 구하지 않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다.
 이런 원칙을 그는 임원급 인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그러다보니 일부 임원들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NHN에 오래 몸담은 직원들은 ‘내가 일하고 있는 사실을 창업자가 알기나 하는 건지..’라는 생각마저 한다고 한다.벤처였던 시절엔 그렇게 자주 식사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멀쩡히 사무실에 있는 줄 아는데도 식사하기 힘드니 말이다.

 NHN이 지금보다 더 커지고 이해진 CSO가 더 바빠지고 유명해진다면 워렌 버핏처럼 그와의 한 끼 식사가 경매로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그리고 그런 경매가 나오면,혹 NHN 직원들이 먼저 앞다퉈 신청할 지도 모르겠다.

바로 앞에 썼던 <최휘영 NHN 사장과의 대화>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일본 시장에서의 검색 서비스 안착 여부는 아마 향후 NHN의 10년을 좌우할 만큼 가장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이에 대해 최휘영 사장이 가지는 기대감은 어느 정도일까?

 “성공 가능성은 80% 정도로 봅니다” 최 사장의 말이다.
 “에이,이왕이면 말씀이라도 인심 좀 더 쓰시죠.99%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아닙니다.20%의 실패 가능성이 없으면 조직이 긴장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 굉장히 높은 수치네요”
 “사실 이번에는 좀 다를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 있죠.보는 것만 믿고 아주 객관적이고 냉철하신 분들.이런 분들에게 우리가 만들고 기획하는 일본 검색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 봤습니다.이 분들은 성공 가능성을 50∼60%라고 보고 있었습니다.사실 제가 80%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이런 분들의 50∼60% 평가를 받고 보니 훨씬 마음이 놓이더군요.이런 분들의 판단으로는 아주 높게 평가해준 거라고 봅니다.하하”

 현지에서 검색 엔진과 검색 모델을 갖고 일본 야후재팬과의 비교를 하면서 생긴 자신감이다.“검색 결과를 비교해 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일본 유저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만족할 만한 수준의 새로운 검색 결과를 보여줄 자신이 있습니다.”
 기술을 내가 당장 검증해볼 수는 없으니,일단 검색 수준은 NHN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치자.하지만 검색 결과가 더 좋게 나온다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걸까?(사실 개인적으로는 결과가 더 좋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최 사장도 인식하고 있었다.“가장 큰 걸림돌은 뭘까요?”나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이 답했다.
 “일본 사람들이 의외로 굉장히 보수적입니다.한번 좋다고 생각한 것은 쉽게 바꾸질 않아요.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 사람들과 참 많이 다르죠.한국은 변화도 빠르고 더 좋은 것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하지만 일본은 달라요.사람들이 더 좋은 것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편하고 익숙하게 사용하던 것을 잘 바꾸지 않습니다.야후재팬의 점유율이 매우 높아 이를 어떻게 뚫을지 걱정이긴 합니다”
 하긴,일본에서는 신문도 아직 세로쓰기다.언론사들도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판형도 별로 바꾸질 않았다.수시로 바뀌는 한국 신문이나 방송들의 구성과는 많이 다르다.그의 말이 수긍이 갔다.

 그래도 그는 야후 재팬보다 월등히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알린다면 시장을 천천히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그리고 어찌됐든 내부적으로 이렇게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에 NHN수뇌부는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요즘에 최휘영 사장,이해진CSO(최고전략책임자),이준호CTO(최고기술책임자) 등 세 사람은 분당 NHN 사옥이 아닌 서울 시내나 공항에서 가까운 호텔 등에서 신속하게 미팅을 갖고 헤어진다고 한다.최 사장을 요즘 분당 사옥에서 갈수록 보기 힘든 것은 외부 미팅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내부 미팅도 외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해진CSO는 서울과 일본을 수시로 오가고 있고 이준호CTO도 많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지만 3인 간의 회동을 위해 멀리 분당 사옥까지 가지 못하고 서울 시내에서 만나는 일이 잦은 것이다.

 이야기 끝에 여담 하나.최 사장은 최근 주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마음이 오히려 불안했다고 한다.
 “그때 기세로는 금방 10조를 돌파할 것 같더라구요.그런데 그게 기업에게 결코 좋은 것이 없습니다.우리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주가만 빠르게 오르면 금방 내려갈 날이 온다는 거거든요.오히려 요즘에 주가가 좀 정체되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조직 내부에서도 별로 좋을 게 없습니다.우리가 잘해서 오르는 거라면 상관없지만요.하지만 이제 주가가 다시 평가를 받을 순간이 오긴 올 겁니다.이런 식으로는 말구요”
 아마 그는 일본 시장에서의 검색 서비스 안착이 주가 상승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의 NHN이라는 기업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바꿔놓을 중대 사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성공하든,실패하든 말이다.NHN의 일본 검색 시범 서비스는 연말로 예정돼 있다.
 

NHN의 창업자인 이해진 CSO와 김범수 NHN USA 대표,온라인게임업체 넥슨의 김정주 대표와 김상범 넥슨 이사,XL게임즈의 송재경 사장,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간에는 공통점이 있다.한국의 인터넷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걸출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이 밖에도 무시못할 공통점이 있으니 공과대학,그것도 서울대나 카이스트의 86학번이라는 점이다.<이미 책(네이버,성공신화의 비밀)에서 이 내용을 일부 언급한 바 있지만 그때 못다한 얘기도 일부 있고 추가된 부분도 있어서 다시 한번 쓰게 됐다.>

 이해진 CSO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출신이다.NHN의 김범수 사장도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 출신이다.대학 입학때 재수를 해 이해진 CSO보다 한 살 위인 김 사장은 지난 98년 11월 게임사이트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해 2000년 7월 당시 이 사장이 운영하던 네이버와 합병,현재 NHN USA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체 넥슨의 김정주(34) 대표 역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다.김정주 대표는 국내 최초의 그래픽 기반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주역이다.이해진 CSO와 김정주 대표의 관계는 대학원 시절에서도 계속 이어진다.1991년 대전 카이스트 기숙사의 5~6평 남짓한 방에서 이해진 김정주 당시 두 대학원생은 같이 생활했다.카이스트 기숙사 룸메이트 둘이 각각 현재 국내 최대의 인터넷기업을 세웠다는 점은 참으로 기묘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카이스트 룸메이트 신화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이해진 김정주 두 대학원생이 같이 쓰던 방 옆에서는 송재경 김상범 두 동기생이 방을 같이 쓰고 있었다.송재경씨는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만들어 국내 최고 흥행 개발자로 꼽히는 사람이다.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을 거쳐 카이스트 석사과정 90학번으로 입학했다.김상범씨는 넥슨 초창기 멤버로 메이플스토리 퀴즈퀴즈 등을 만든 거물급 개발자다.그는 카이스트 86학번,석사과정 90학번이고 송재경 사장과 대학원 시절 룸메이트로 같이 생활했다.

 둘은 대학 시절 학교에서 천재로 불렸다는 점에서도 닮았다.송재경 사장은 카이스트 재학시절 내내 학교 내에서 화제가 될 만한 개발 사례를 양산했고 김상범 넥슨 이사는 90년 카이스트 석사과정에 수석으로 입학했다.김정주 이해진 송재경 김상범 이들 네 명은 당시 카이스트내에서도 소문날 만큼 친했다고 한다.91년 카이스트에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천재 청년 4명이 함께 동거동락했던 셈이다.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업체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김택진 사장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다.그는 송재경씨와 함께 리니지를 만들었다.

 서울대-카이스트는 아니지만 다음의 이재웅 사장은 연세대 전산학과(현재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프랑스 유학을 거쳐 지난 95년 2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인물이다.다음 이재웅 사장은 이해진 NHN CSO와 청담동 진흥아파트 위아래층에 살며 20년간 알아온 사이다.동네친구라고 할 수 있다.두 사람의 인연은 같은 아파트 위 아래층에 살며 서로 친해진 부모님들이 당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새내기 이해진 씨와 연세대 전산과학과 새내기 이재웅 씨가 같은 연배에 같은 전공이란 이유로 서로 아들을 소개하며 시작됐다. 

 86학번이 이렇게 인터넷산업 성장의 주역으로 등장한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넥슨의 김상범 이사는 “PC가 처음으로 보급되던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특히 카이스트의 경우 당시 한국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지금과는 많이 다른 형태였지만)에 접속할 수 있는 PC가 들어온 시기였다.서울에 있던 카이스트를 이전하는 문제 때문에 90학번 석사과정 새내기들만 덩그마니 대전 카이스트에 있었고 다른 학번들은 아직 서울에 있던 때였다.

 김상범 이사는 “맨날 기숙사에서 PC를 갖고 이것저것 해보던 최초의 학번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한 시도는 전부 최초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