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상 시상식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날 발생한 일들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기 전에' 남겨두는게 좋겠다 싶어 하루 한개 쓰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쉽진 않네요. ^^
오늘 기자들의 시선은 이재용 전무에게 쏠렸습니다. "중국가시는데 한 말씀"이라도 청할라치면 이 전무는 예의 웃는 얼굴로 "다음 번에"를 말했지요.
3일 오후 3시반께 시작된 호암상 시상식에 이재용 전무가 나타나 참석자들을 맞이했습니다. 작년과 비교를 하자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호스트'였습니다. 누가 행사의 주인이냐 하는 것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이건희 회장이 호스트 역할을 맡고 아들인 이재용 전무가 그 뒤를 보좌했다면 오늘은 이재용 전무가 혼자 손님을 맞았습니다.
워낙 말을 줄였으니 오늘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하겠습니다.
1.이재용 전무의 말 아끼기 전법
#장면하나.
이 전무를 알아본 모 방송 기자가 이 전무에게 말을 겁넵니다.
기자)"전무님, 이번에 중국을 가시는데......"
이 전무)(방송 기자가 들이민 마이크와(?) 악수를 나누며) 반갑습니다.
마이크를 잡힌 방송 기자는 '멘트'를 따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답니다.
#장면 둘.
호암상 시상식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모여 칵테일 파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재용 전무가 행사장에서 빠져나와 칵테일 장에 몸을 드러냈지요. 이 전무는 참석자들에게 깍듯히 인사를 했죠.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이 전무를 에워쌌습니다.
기자 한 명이 명함을 꺼내 이 전무에게 건넵니다. 바로 이어 명함 주고받기 세례가 이어집니다.
이 전무, 명함을 건네주며 "옛날 명함이라..."고 말합니다. (이 전무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가 없습니다.) 한바탕 명함 주고받기가 끝나자 기자들이 말을 건넵니다. 답할 듯 하던 이 전무, 몸을 바로 돌려 기자들에게 "마실 것들이라도 드시라"며 잔을 하나씩 건네줍니다. 얼떨결에 주변에 몰려있던 기자들 댓명이 음료수를 받아드느라 질문할 시간을 놓쳤습니다.
'회장'님 빠진 호암식은 조촐하게
호암상 시상식은 삼성그룹이 매년 여는 행사입니다. 각계 각층에 저명한 분들을 모셔 공로상을 주는 자리지요. 지난해에는 이건희 회장이 홍라희 여사와 함께 참석해 참석객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지라 이재용 전무가 나와 주인 역을 대신했지요.
그러다보니 달라진 점이 많았습니다. 보통 호암상 시상식 후 신라호텔에서 갖는 저녁 연회가 대폭으로 간소해진 것이지요. 상의 위상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각계에서 보내오던 화환이 싹 없어졌습니다. 신라호텔 로비에서 잠시 행해지던 칵테일 파티도 사라졌습니다. 삼성측에서도 이번 행사에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이기태 부회장,김순택 삼성SDI 사장 등이 참석했지요. 경영고문으로 물러난 윤종용 부회장도 행사장을 찾지 않았습니다. 이재용 전무 역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오늘 행사장에서 참석자 중 한 분이 "중국에 잘 다녀오시라"는 말을 전하자,
이 전무가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아버지 자리를 대신한 아들,
이재용 전무의 구겨진 양복 뒷자락이 자꾸 떠오르는 하루였습니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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