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계열사가 태안에서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를 열었습니다.23개 계열사 신입사원 4600명이 태안에 몰려들었죠.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 들어서니 해무가 눈앞을 가리더군요. 차를 몰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구름포 해수욕장으로 갔습니다. 해송림(海松林)을 지나 바닷가로 들어서니 훅,하고 기름 비린내가 코를 찔러오기 시작합니다. 아, 하는 탄식만 나왔습니다.
구름포에는 방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있더군요. 굴삭기 6대는 아파트 공사 현장을 방불케 하듯 쉼없이 바닷모래를 퍼들어올리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삼성중공업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바닷물 속 모래 밑으로 가라앉은 기름 찌거기들을 꺼내올리기 위해서랍니다. 굴삭기가 모래를 퍼올리면 방제복을 입은 신입사원들이 물줄기를 쏘아댔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흡착포로 물위로 떠오른 기름기를 걷어내거나 뜰채로 건져내는 일을 했죠.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바다에서 건져올린 돌들을 닦아내기도 했습니다.
울부짖는 구름포
구름포는 국립공원지역이라 피해복구가 제일 늦어졌다고 합니다. 길 하나를 내기 위해서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죠. 기름사고가 났던 것은 지난해 12월 7일. 구름포에서 내다보이는 수평선 위에서 유조선 사고가 났고, 기름들은 정면에 있는 구름포로 밀려들었습니다. 하지만 국립공원 지역이라 모래위 기름만 걷어낼 수 있었다는군요.
7개월째 구름포에 머물고 있는 삼성중공업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구름포 바닷속에는 아무것도 살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생명이라고는 작은 게들 뿐인데,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달 말이면 태안지역 해수욕장이 문을 연답니다.그 가운데 구름포는 개방 불가지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지역은 모두 4개 해수욕장. 정부에서도 '안 된다'는 말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철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지역 어민이나 상인들이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죠.
이권다툼에 또 한번 우는 바다
취재를 마치고 잠시 쉬는 사이 "삼성 관계자를 불러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그 사람들은 시민연대와 삼성이 짜고 삼성에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시민연대가 고소해주는 것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증거라는 거였습니다.이야기는 '환경'문제로도 이어졌습니다. 삼성이 하고 있는 것처럼 고온고압 방식의 방제작업을 계속하면 '바닷가 미생물들이 괴멸한다'는 주장이었죠. 이 방식은 국제유조선협회?가 인정하는 보험회사?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환경파괴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죠. 14년전에 프랑스의 한 해안가에서 이런 방식으로 방제작업을 했다 환경이 죄다 파괴됐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모르는 내용이라,귀기울여 듣다보니 갑자기 '근데 왜?'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물었습니다.
"사장님께서 하시려는 말씀은 어떤 겁니까?"
본인은 '사장'이 아니라며 일장 연설을 하셨던 한 분께서 "우리는 미생물업자"라고 말했습니다. 바닷가 미생물보호론자이신가보다(정말 순진하게도 말이지요)라고 생각했던 저는, "미생물로 무얼하십니까?"라고 다시 물었죠.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이렇습니다. 미생물을 이용해 기름을 분해한다,고요. 그 분의 일장연설을 땡볕아래서 듣고 있었던게 갑자기 억울해졌습니다.우리 바다를 보호하고 싶은 거라고, 우국충정?의 발로에서 여기에 나와있는 거라고 믿었던게 말이지요.
바다는 울부짖고, 그 앞에서 정부와 기업,지역주민과 사업자들이 아귀다툼을 벌입니다.나도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카테고리